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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사용한 노트북은 대학교 2학년 때 강의 내용을 좀 더 잘 기록하기 위해서 구매한 후지쯔 모델이었다. 그 당시 밥값을 아껴가며 어렵게 모은 6만원으로 중고 시장에서 발품을 팔아 구매한 녀석이었는데 모델명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터치도 되는 11인치 노트북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업어오느라 외관은 기스가 나고 색이 바래는 등 형편이 없었지만 처음으로 사용한 노트북이라 그런지 그 당시 정말 아껴가며 썼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도 공부할 때, 업무 때문에 노트북이 필요해서 꾸준히 구매했는데 노트북이 고가 전자제품에 속하다보니 그 동안 사용해 온 노트북들은 비싸봐야 중고가로 20만원대 초반 정도 되는 녀석들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얼마 전 처음으로 새 노트북을 구매했다. 정확히 말하면 결혼 이후 사양 떨어지는 노트북으로 더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된 나를 불쌍히 여기신 마님께서 흔쾌하게 고가의 노트북을 선물했다. 자기는 노트북을 잘 모르니 직접 사라고 돈으로 줬는데 처음에는 70만원대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구매할까 고민을 했지만 선물 준 사람의 의도대로 쓰는게 맞겠다 싶어서 가장 최신 제품 중에서 가성비가 좋다고 소문난 델 인스피론 15 7559를 구매하게 되었다.
제일 먼저 고려한 모델은 HP의 오멘 시리즈였지만 인기가 좋은 모델이라 그런지 재고가 없어서 몇 주째 구매를 하지 못했다. 그 사이 다른 녀석을 고민하던 중 오멘보다 디자인은 떨어지지만 성능과 하드 용량이 좀 더 좋은 요 녀석을 찾게 되었는데 이 녀석 역시 인기가 좋아서 입금을 하고 열흘 이후에야 받을 수 있었다. 택배 상자를 뜯고 전자제품의 첫 포장을 뜯는 그 순간은 언제나 즐겁다. 미지의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느낌이랄까.
오멘보다 디자인 센스가 떨어진다고 했지만 그것은 오멘이 너무 예쁘기 때문이지 요 녀석이 못생겼다는 뜻은 아니다. 검정색 외관에 빨간 로고와 빨간 스피커, 빨간 마우스패드 라인은 얼핏 봐도 간지가 좔좔 흐른다. 다만 상판 재질이 고무가 섞인(?) 플라스틱이라서 그런지 지문이 잘 묻는다는 약점이 있다. 하지만 난 데스크탑 대용으로 쓰는 제품이라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답터가 크다는 평은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정말 컸다. 요즘에는 노트북 아답터 크기도 소형화되는 추세라고 하던데 고성능 노트북이다 보니 아무래도 전력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 갤노트1과 사이즈를 비교해보니 거의 맞먹는 수준의 크기에 두께는 세배 정도 된다.
성능은 CPU i7-6300HQ, 렘 8기가, 하드 M.2 SSD 128기가+1테라 HDD, 지포스960M의 조합으로 웬만한 고성능 게임은 중상 옵션 이상으로 돌릴 수 있는 사양이라고 한다. 주로 웹서핑과 문서작성, 가벼운 프로그램으로 이미지 및 영상 작업을 주로 하는 나에게는 이미 충분한 사양을 넘어서 사치 수준의 사양이라고 볼 수 있다.
CPU를 고민할 때 대부분 앞글자인 i, 펜티엄, 셀룰론 등만 보는 경향이 있는데 같은 종류의 CPU라고 하더라도 가장 뒤에 있는 HQ, M, U 등의 이니셜에 따라 성능의 차이가 크니 구입 전 꼭 체크하는 것이 좋다. 렘은 DDR3L 제품을 사용하는데 최신 제품에 DDR4를 사용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이 제품을 구매하기 전 가장 크게 고민이 되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외관은 이미 많은 블로그들이 사진을 올린 것처럼 고급스럽고 우아한 편이다. 오멘처럼 특별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은 아니지만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하지 않은 정도의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무게는 2.6KG 정도로 15인치 사이즈 되는 노트북들의 평균 무게 정도라고 보면 된다. 기존에 쓰던 아수스 노트북을 휴대하고 이 녀석은 데스크탑 대용으로 쓰려고 구입한 거라서 무게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참고로 요녀석 전에 구매하려고 했던 오멘 시리즈는 동일한 사이즈에 2KG이었는데 이 정도면 굉장히 가벼운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단자는 사진으로 보는 것처럼 USB 3개, HDMI 1개, 오디오단자 1개, 랜포트1개, 전원포트 1개, SD카드포트 1개가 있다.
노트북을 구매하고 남는 돈으로 기계식 키보드와 쿨링패드를 별도로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키보드를 만질 일이 거의 없었다. 간혹 심심해서 만져볼 때가 있었는데 키감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닌 것 같다. 가성비가 좋다더니 다른 부품에 투자하느라 웬지 키보드를 포기한 느낌이랄까. 고무판을 꾹꾹 누르는 느낌이라 키감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키보드 때문에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도스 제품인 줄 알았는데 우분투가 미리 설치되어 있었다. 학교에서 컴퓨터 수업을 하느라 종종 우분투를 사용하곤 하는데 저사양 노트북에 옛날 버전을 설치해서 쓰기 때문에 최신 버전이 이렇게 아름다워진 것을 처음 알았다. 웹서핑의 용도로만 사용한다면 우분투도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뛰어난 플랫 디자인과 감각적인 사용자 환경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윈도우7까지의 사용자 환경과 너무 다르다는 이유로 대중으로부터 외면을 받은 불운의 명작 윈도우8.1을 설치했다. 남들은 모두 불편하다고 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8.1의 사용자 환경이 가장 마음에 든다. 사용자 환경 디자인의 선두 주자는 지금까지 애플이었지만 윈도우8 이후로 윈도우의 플랫 디자인은 아이폰의 플랫디자인보다 반 보는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나서 노트북을 들고 옮기는데 내부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났다. 하판을 열고 살펴보니 나사가 하나 풀려서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드라이버가 닿는 부분이 살짝 마모되어 있었다. 순간 교환할까 고민을 했지만 복잡한 교환 절차를 생각하니 귀찮은 마음에 그냥 쓰기로 했다. 간혹 불량 화소가 있다는 분들도 계시는데 난 다행히 그런 부분은 없었고 지금은 아주 잘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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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의 전자제품은 대부분 중고로 구매하다보니 이렇게 큰 돈을 써서 새제품을 구입한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 구입한 녀석 중에 가장 비싼 녀석은 2년 전쯤 50만원 정도에 구매한 아이패드에어였는데 그것 역시 중고로 구매를 했었다. 고가의 전자제품은 어느 정도 가격이 떨어질 때쯤 중고로 구매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그 동안의 내 생각이었는데 이번 노트북을 구매하면서 어떤 때에는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새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래오래 사용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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