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와 함께 하는 살림형 대안화폐, 경기지역화폐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어떤 사회가 될 것인지 많은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언택트 교육, 온라인 공연 도입, 비대면 업무 방식, 기본소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롭고 의미 있는 시도들이 꾸준히 제안되고 있고 실제 사례로 적용하는 경우도 많다. 그중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면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사회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경기지역화폐로 대표되는 대안화폐다.
경기도청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도민들에게는 혜택을 드리기 위해 4월 1일부터 경기지역화폐가 경기도 내 31개 시·군에서 본격 발행됩니다. 경기지역화폐는 지역 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취지 그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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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대안화폐는 시민단체 중심으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대자본에 잠식되지 않은 독립적인 화폐를 발행하여 동네 안에서 개인 간 거래를 활성화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것과 동시에 마을의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대안화폐의 가장 큰 가치로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대안화폐는 모두를 위한 돈'이라는 인식이 퍼져있는 해외에서는 제법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에 비해 국내에서는 개념만 존재할 뿐 실제로 의미 있게 사용되는 곳은 별로 없었다. 일부 시민단체 중심으로 대안화폐를 발행하는 곳이 있었지만 실제 거래할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었던 탓에 의미 있는 경제 활동 영역으로 인정받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이슈로 인해 정부와 각 기자체에서 재난 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제공하면서 대안화폐가 지역 경제를 살리면서 개인에게도 크게 혜택이 되는 새로운 화폐 단위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대안화폐 운동을 하는 분들과 꽤 오랜 시간 같이 일을 했지만 그 필요성에 대해 크게 공감을 하지 못했는데 이번 지원금을 경기지역화폐로 받고 한 달 가량 사용해보면서 대안화폐가 앞으로 사회 경제 단위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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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화폐는 작년 4월 1일에 본격 발행되었다. 그 동안 각 지자체별로 발행하던 대안화폐를 작년에 경기도 단위 안에서 통합을 한 것 같다. 아직은 시작 단계라 지자체마다 충전 금액 한도가 조금씩 다르고 아직 모든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만간 완전 통합이 된다면 경기도를 넘어서 전국 단위로 지역화폐가 활성화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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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지원금을 어떤 방식으로 받을까 고민하다가 이번 기회에 대안화폐를 써보자는 생각에 앱을 설치하고 카드를 신청했다. 신청자가 몰리면서 대략 한 달 후쯤 카드는 받았는데 받고 난 이후 카드 등록과 사용 방법은 쉽고 간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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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화폐는 지자체마다 카드만 되는 곳도 있고 종이로도 발행하는 곳이 있다. 내 경험상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한 사람들은 카드를 사용하고 앱 사용을 어려워하는 어르신들의 경우는 종이를 선호하는 것 같다. 종이든 카드든 실제 사용하고 충전하는 과정에서 혜택이 달라지는 것은 없기 때문에 본인에게 편한 방식을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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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가 도착하고 앱에 등록하는 과정도 간편하다. 카드를 신청하기 위해서 회원 가입이 되어 있을 테니 실물 카드 바코드를 인식만 해주면 자동으로 카드가 등록된다. 소득공제를 신청하고 싶으면 메뉴에 들어가서 클릭 몇 번으로 가능하다. 경기지역화폐가 앞으로 경기도 단위를 넘어서 전국 단위로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사용하는데 굉장히 쉽고 간편하며 충전만 하면 6% 인센티브가 조건 없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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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마트와 호프집에서 경기지역화폐를 직접 사용해보니 일반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것과 차이가 없었다. 결혼을 하고 살림을 하면서 대부분의 살림 비용은 동네에서 소비하기 때문에 6% 인센티브는 살림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내 생활에도 실제 도움이 되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재난지원금을 모두 사용하고 나서도 앞으로 경기지역화폐는 꾸준히 사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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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범위로 보면 각종 마일리지나 포인트 제도, 페이들도 전통적 화폐 단위가 아니기 때문에 대안화폐라고 볼 수 있지만 대안화폐의 본질적인 가치를 떠올려보면 대안화폐라고 부르기 어렵다. 누군가는 암호화폐를 미래의 대안화폐가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미 투자의 대상이 된 화폐가 '화폐'의 본질적인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카드 혜택의 기준으로 바라보면 보통 제휴카드를 먼저 떠올리지만 일정 금액 이상을 사용해야만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혜택이라고 볼 수도 없다.
꼼꼼한 살림꾼이라면 과소비로 받는 조금 큰 혜택보다 필요한 소비로 받는 적당한 혜택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용하기 전에는 가정 경제에 크게 도움이 될까 싶지만 한 번 쓰고 나면 웬만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보다 실질적인 혜택이 훨씬 크다는 것도 알게 된다. 경기지역화폐는 돈에 끌려다니지 않고 내 안의 합리적인 기준으로 살림을 하는 분들에게 꽤 매력적인 화폐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