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고 2년 정도 지났을 때 새로운 형태의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외국 서비스들을 특색 없이 따라했다가 망한 폴라나 플레인, 미투데이, 요즘을 반면교사 삼아 네이버는 네이버 포스트를, 카카오는 브런치를 오픈했는데 대기업의 지원이 빵빵해서 그런지 이 두 서비스는 서로 다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브런치는 작년 초 신청해서 작가 등록이 되었지만 네이버 포스트는 2014년 오픈 당시에 바로 신청을 했고 에디터로 선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네이버 포스트는 보다 발전된 형태의 블로그라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 '작가'라는 타이틀을 강조하는 브런치와 달리 글쓴이를 '에디터'로서 정체성을 부여하는 네이버 포스트는 글을 쓰는 편집기만 조금 다를 뿐 기존의 네이버 블로그와 큰 차이점도 없었다. 게다가 편집기도 쓰기 불편해서 글 2편 정도 쓰고 나서 바로 접었다.
작년 말 직장을 그만두기로 하고 방학 시즌에 돌입하면서 내가 활용하고 있는 1인 미디어들의 방향과 내용, 형식을 정리하고 11년간 기록해둔 대안교육 관련 교육 자료들을 온라인에 공유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기존의 블로그들은 모두 각자의 방향성과 내용을 가지고 있기에 별도의 블로그 미디어가 필요했는데 5년 전 방치해 둔 네이버 포스트가 떠올랐다. 네이버 포스트 제목은 '액션플래닛'으로 정했다. 대안교육 11년의 경험이 미지의 우주를 탐험하는 우주인의 심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나를 포함하여 교육을 설계하는 어느 누구도 대안적인 교육을 받아본 사람이 없기에 매년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면서 좋아했다가 실망했다가를 반복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같이 일하는 교사들과는 깊은 갈등에 빠지기도 하고 끝내 등을 진 적도 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어려운 길이지만 대안교육을 전혀 모르는 외부에서는 대안교육을 만드는 사람들을 공교육에 가지 못해 차선으로 선택한 사람들 또는 교육 분야에 실력이 없는 철없는 이상주의자들로 바라보곤 한다. 내부의 경험을 돌아보면 부분적으로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런 인식이 느껴질 때마다 참 답답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들을 겪으면서 학생들을 만나 학급 운영을 하고 수업을 하고 학교 행사를 기획했다. 실력없는 단체 또는 실력 없는 교사라는 인식이 싫어서 내 수업에서 진행하는 모든 차시에 교안을 쓰지 않은 적이 없다. 행사 기획서는 여러 기획서들을 참고해 어디에 가서라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작성했고 학급 운영, 학생 자치 문화 만들기 등 학교 운영에 관련된 모든 일들은 무조건 문서화 작업을 해서 기록으로 남겼다.
이 모든 자료들을 정리하고 현재화해서 네이버 포스트에 올릴 예정이다. 수업 교안, 학급 운영, 학생 자치, 학교 운영에 대한 자료를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다이내믹한 일들은 별도의 시리즈로 정리해서 올리려고 한다. 현재 로고와 타이틀, 시리즈 카테고리화 작업을 완료했다. 자료를 현재화해서 어느 정도 기록이 쌓이면 바로 오픈할 것이다.
네이버 포스트를 새로운 내용을 전환해서 오픈하려고 하니 새로운 방향과는 동떨어진 기존의 글을 어디에 둘지 애매해서 여기로 옮겨왔다. 과거의 글을 보는 것은 과거의 나와 마주보는 것 같아서 언제가 반갑고 낯설다. 이제 액션만 남았다.
대안학교탐구생활 20140111
지난해 네이버 포스트 작가 신청을 했는데 어제 오후에 선정이 되었다는 메일이 왔다. 어떤 카테고리로 글을 쓸까 고민을 하다가 내가 현재 매일 접하고 있는 '대안교육'과 '예술'로 주제를 글을 써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네이버 지식인에 '대안교육'을 검색해보면 제대로 된 답변이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안교육 15년차, 그래도 초기에 비해서는 많은 인식 개선이 있었지만 아직도 대안교육은 종북좌빨이 만든 학교라거나 '문제적' 인간들만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많다. 흠.. 누군가는 조금 자세한 내용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대안교육을 2004년에 처음 접했다. 지역초등대안학교에서 풍물 자원봉사를 계기로 2007~2008년에는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중고등대안학교에서 강사 생활을 했고 2009년부터 지금까지는 길잡이교사(생활교사)로 아이들과 만나고 있다. 다른 대안학교 선생님들과 만나서 연극교사모임도 진행을 하며 매해 축제도 개최하고 그 외 다양한 청소년 센터를 방문하면서 두루두루 교류하고 있다.
대안학교는 학교마다 개성이 뚜렷해서 어떤 한 가지 기준으로 글을 쓰기는 어렵다. 그래서 그냥 그 동안 내가 겪은 내용들을 바탕으로 글을 쓰게 될 것 같다.
'예술' 역시 마찬가지. 예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너무 고급화되어 있거나 너무 저급화되어 있다. 고급예술과 대중예술 경계에 있는, 사실 예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생활예술'에 대해서 이야기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네이버 포스트의 강점이 시리즈별로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니까 앞으로 대안교육은 '대안학교 탐구생활'로 올려볼 생각이다. '예술'은.. 음 고민 중이다 ㅎㅎ
그럼 이제부터 네이버 포스트 시작! 우왕!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20140117
강아지와 고양이와 같은 동물들은 인간에게 위안을 준다. 그래서 한 때 애완동물이라고 불리던 이 녀석들은 이제 반려동물이라는 호칭을 부여받으며 인간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곤 한다. 그런데 왜 인간들은 이 녀석들에게 위안을 받는 걸까. 만약 이 녀석들이 인간처럼 말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똑같이 위안을 얻을 수 있을까.
"안녕, 쭈쭈야. 집에는 별 일 없었지?"
"별 일 없었다, 멍청아! 혼자 놀고 오니까 좋냐!!"
강아지의 입장에서는 하루 종일 빈 집에 자신을 버려두고 룰루랄라 혼자만 즐겁게 놀고 온 주인이 반가울 리가 없다. 만약 강아지기 말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일과가 끝난 후 강아지의 잔소리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반려동물로부터 위안을 얻는 이유도 어쩌면 이들이 인간의 말을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기계를 좋아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와 비슷하다. 천성이 혼자 놀기 좋아하고 조용한 것을 좋아하기에 인간 관계를 통해 얻는 즐거움보다는 스트레스가 큰 편이다. 그런 나에게 위안과 즐거움을 주는 존재가 바로 기계다. 아무 말이 없지만 그런 묵묵한 모습으로 언제나 내 곁을 지켜주는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는 내와 함께 지내고 있는 기계들을 소개하는 글을 올릴 예정이다. 기계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가난한 살림에 비싼 기계들은 별로 없는 편이다. 새 것으로 구입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중고로 구입하거나 선물을 받은 녀석들이 많다. 가격 차이는 천차만별이지만 내가 이들에게 가지는 애정은 모두 똑같다.
내가 인간보다 기계를 더 좋아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해주는 사람들도 꽤 있다. 내 글은 아마도 그런 분들에게 즐겁게 다가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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