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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기술연구소/리페어공방

키보드, 샤워하다.

by 식인사과 2014.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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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새 키보드로 바꾼 후 기존에 쓰던 녀석을 버리기에는 어딘가 쓸모가 있을 것 같아 구석에 넣어두었는데 오늘 방정리를 하면서 다시 꺼내 들었다. 그 동안 먼지가 쌓여 더욱 지저분해진 요 녀석을 깨끗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난생 처음 본격적인 키보드 청소를 했다. 연말 바쁜 일정 속의 스트레스를 청소하면서 날려버리자는 의도가 살짝 있었지만 음.. 청소는 끝내고 나니 2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물론 슬렁슬렁 한 탓도 있지만 묵은 때를 벗겨내는 것은 사람이나 기계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묵은 때가 상당한 요 녀석. 때의 농도가 상당하기 때문에 그냥 물걸레질 쓱싹쓱싹 한다고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 하나하나 요렇게 키들을 분리해주어야 한다. 모서리 쪽에 얇은 도구를 넣어서 들어올리면 틱 소리가 나며 빠진다. 근데.. 많다.. 이렇게 키들이 많았던가.. 참.. 분해하기 전 키 위치를 사진으로 찍어두는 것은 필수다.

 

 

 

 

모조리 분해하고 난 후에 키들을 대야에 받은 후 미지근한 물에 비부를 풀어서 대 20-30분쯤 정도 때를 불렸다. 그 전에도 지울 수는 있지만 100개가 넘는 키들을 빡빡 문질러서 지우기에는 힘이 너무 많이 든다. 물에 불려 놓고 잠시 티브이 시청! 

 

 

 

 

 

불려 놓은 묵은 때를 벗겨놓으니 한결 깨끗해졌다. 하지만 기계도 세월의 흔적은 비켜갈 수 없었는지 플라스틱 자체가 누렇게 변색된 것을 볼 수 있다.

 

 

 

 

 

그냥 손으로 문질러도 되지만 키가 많기 때문에 손가락이 많이 아프다. 버리는 칫솔을 이용해서 쓱싹쓱싹! 끝나고 나니 새하얗던 칫솔이 어둡게 변해버렸다.

 

 

 

 

키들 사이사이에도 엄청난 때들이 많다. 요 녀석은 방수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물걸레로 하면 고장이 날 수 있다. 고민을 하다가 모니터 액정 클리너 액을 렌즈 닦는 천에 살살 묻혀가며 사이사이를 닦아냈다. 귀찮아도 두세번 반복해서 닦아내야 좀 더 깨끗해진다. 

 

 

 

 

 

모든 키들을 제 위치에 넣으니 제법 깨끗해진 키보드가 된 것을 볼 수 있다. 이야-! 제법 긴 시간이긴 했지만 고생한 보람이 있다. 아, 근데 허리가.. ㅠ.ㅠ

 

 

 

 

바로 아래 사진이 BEFORE, 바로 다음 사진이 AFTER~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연식이 오래되서 플라스틱 자체가 누렇게 변색이 된 것은 청소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쓰려고 청소한 것은 아니니까..

 

 

 

 

*

샤워한 키보드를 보니 내가 더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단순 작업을 하다보면 그냥 자연스럽게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 같다. 올해 겹치기 일정으로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요런 소소한 활동으로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내년에는 뭔가 취미를 하나 가져야겠다..라고 말하지만 난 분명 일을 저질러놓겠지..ㅠ.ㅠ 그냥 샤워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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