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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천개의공감

3% 나눔 실천하기

by 식인사과 2013.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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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대학교를 졸업하기까지 참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다. 가끔 어르신들 말씀 중에 소싯적에 안 해본 일이 없었다는 표현을 듣게 되는데- 십년 동안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해보니 그 전에는 다소 허풍처럼 들린 그 말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아르바이트 페이=등록금"이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십년 동안 내 손에 돈을 쥐고 어떻게 쓸까를 고민해본 적은 거의 없었다. 다소 서글펐지만 그래도 빚을 내지 않고 대학을 다닐 수 있다는 것 하나로 그냥 감사한 마음이 그 때에는 더 컸던 것 같다.


첫 직장으로 배움터길을 선택하고 처음으로 고정의 수입이 생겼다. 많지 않은 월급이었지만 그래도 일정 정도의 금액이 정기적으로 들어온다는 것은 사람을 꽤 안정적으로 만든다. 어머님께 생활비를 드리고 집안의 소소한 빚도 갚고 처음으로 가족을 위해 무엇인가를 쓰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쓰는 돈이 더 많았지만 그래도 그 전까지 가족에게 무조건 받기만 하는 존재였던 내가 이제는 주는 존재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신기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동료 교사와 함께 퇴근하던 어느 날, 지하철에서 후원금을 모집하던 한 단체를 보게 되었다. 난 평소처럼 그냥 지나가려고 하는데 동교 교사는 선뜻 그 앞에 가더니 잠깐 훑어보고 정기후원금 신청서를 쓱쓱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왠지 나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냥 옆자리에서 쓱쓱 신청서를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 둘씩 후원하는 단체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으로 이어졌다. "수익의 3%는 언제나 정기후원을 위해 쓰겠어!" 3%라고 정한 것은 2011년 어느 날 큰나무 아이들과 아침열기를 하면서 들려준 이야기 때문이다. 


"바닷물의 소금물 농도가 3%인데 그 아주 적은 양 때문에 바다는 썩지 않고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대. 바다에 흘러드는 오만가지 오염된 물을 생각하면 정말 신기하지? 그런데 세상도 비슷한 것 같아. 여기저기 들리는 우울한 이야기들을 듣고 있으면 세상은 금방 망할 것 같거든. 근데 세상은 잘 유지가 되고 있어. 물론 우울한 일들은 계속 발생하지만. 어쨌든 난 그럴 수 있는 이유가 소금과 같은 3%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게 노력하는 3%의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이렇게 돌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우리 학교를 생각해봐. 매일매일 우당탕탕 정신없이 생기는 문제들이 많잖아. 그런 것들을 보고 있으면 참 우울하지. 하지만 학교는 계속 유지가 되고 있고 한 편으로는 따뜻한 문화도 점점 자리잡고 있어. 어느 누군가는 소금과 같은 3%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 난 너희들이 그 3%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 때부터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수입의 3%만큼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도와줄 수 있다면 세상은 참 아름다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3%는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그렇게 많은 돈은 아니다. 한 달에 유흥비로 쓰는 돈을 계산해보면 수입에 따라 술 한번 또는 두번만 먹지 않으면 충분히 낼 수 있는 돈이다. 많은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돈이 필요할 때가 생기면 그렇게 나가는 돈을 아깝게 생각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소소한 3%를 후원함으로서 내가 받는 피드백은 나머지 97%를 넘어서는 것 같다. 손에 쥘 수 있는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느낌은 분명 나를 즐겁게 유쾌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정기후원을 하는 공간은 승가원, 지구촌나눔운동, 세이브더칠드런, 프린지네트워크, 여성민요그룹 아리수 이렇게 다섯 군데이다. * 승가원은 장애인을 돕는 기관으로 2010년 '승가원의 천사들이라는 다큐멘터리 때문에 유명해졌다. 장애라는 이유 하나로 버려진 친구들을 이 곳 승가원에서 돌보고 있다. * 지구촌나눔운동은 학교 영화과 선배가 일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는데 지구촌 곳곳에 가난한 친구들을 돕는  기관이다. * 세이브더칠드런 역시 지구촌 곳곳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아동들을 돕는 기관인데 모자뜨기 켐페인으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것 같다. * 서울프린지네트워크는 독립예술을 지원하는 전문기획단체로 2009년 디렉팅스튜디오 활동을 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어렵게 예술을 하고 있는 독립예술가들을 지원하는 공간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는 단체인 것 같다. 여성민요그룹 아리수는 학교 부모님이 운영을 하시는 곳인데 2005년에 창단한 한국 창작 민요 단체이다. 2011년 큰나무 직업탐방으로 갔을 때 대표님이 말씀하시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단체의 비전을 볼 수 있었고 뒤늦은 올해부터 조금씩 후원을 시작하게 되었다.





"지구의 아이들을 웃게 할 수 있어요" 어느 누군가는 그렇게 후원금을 내봤자 어려운 친구들에게 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며 걱정부터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친구들을 위해 일하는 분들의 인건비로 나갈 수도 있고, 운영비 명목으로도 쓰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설령 그 돈이 다 가지 않더라도, 그 중의 일부만 전해지더라도 그 친구들은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많이 웃을 수 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승가원에서는 매월 이렇게 자체 제작한 신문을 보내준다. 솔직히 이 신문 속 내용들을 자세히 보지는 않는다- @.@;; 그래도 이렇게 정기적으로 신문을 받아보니 매월 승가원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 곳은 2011년에 큰나무 나눔 수업인 '사람과 사람' 수업으로 직접 탐방을 한 곳이다. 사회복지사님의 친절한 안내와 강의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연말이 되면 이렇게 후원금 내역서가 우편으로 날아온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이렇게 직접 눈으로 후원금 액수를 확인해보는 것도 꽤 즐거운 경험인 것 같다. 지금은 3%지만 수입이 점점 늘어나면 10%까지 늘리는 게 나의 또 다른 버킷리스트다.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잠깐 고민을 했지만 뭐- 희망사항이니까 ㅎㅎ






승가원 12월호 신문에는 일년 동안 후원해준 분들의 명단이 모두 올라와 있다. 대략 3만명 넘게 후원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투명하게 공개를 하고 감사의 마음을 담아 피드백을 주니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즐겁게 의미를 가지고 후원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 오오- 신문 속에서 내 이름 석자를 발견했어! (뿌듯뿌듯) 





*

나는 도움을 주면서 돕는 티 내는 녀석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렇게 글을 올리는 이유는 이렇게 돕는 티를 내야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공간을 알게 되고 조금이라도 마음이 동해서 후원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음식물을 버리는 것이 별로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는 곳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세상에는 하루 밥 한끼를 먹지 못해 굶어 죽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아이러니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로 잡기 위해서 활동가처럼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소소하게 소심한 방법으로 돕는 방법도 있다.  


“유흥업소에 안 간다. 2006년 이후로는 한번도 안 갔다. 왜냐하면 4만5000원씩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돈이면 쓰레기더미 안에 있는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다. 파리가 눈에 알을 낳아도 쫓을 힘이 없는 아이들이다. 그 아이를 살리면 그 아이가 변해서 사회를 살린다. 내가 번 돈이 이렇게 소중한 일에 쓰인단 걸 목격했기 때문에 큰 돈을 그렇게 쓸 수 없게 됐다.”


차인표, <SBS 힐링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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