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를 좋아하지만 숙성회를 먹어 본 적은 없다. 우선 숙성회를 판매하는 곳이 많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번화가 인근에 있다. 그리고 맛있는 숙성회 맛집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일반 회에 비해 비싼 가격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개관한 포일어울림센터를 방문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발견한 숙성회 집을 발견했다. 정감회 식탁이라니, 가게 이름도 참 예쁘다.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지 않아서 그동안 스쳐 지나가던 골목이었는데 그날은 유난히 잘 띄었다.
미식가 스타일의 동네 아는 형에게 혹시 이 가게를 아느냐 물어보니 자기는 그곳 회만 먹는다며 적극 추천해 주다가 몇 주 후에 결국 그 형님이랑 회를 먹으러 갔다. 가게 정문 한 구석에 쓰여 있는 '주문진 산지 매일 직송, 제철 음식점'이라는 문구가 벌써부터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이 가게의 가장 좋은 점은 가격이 일반 횟집에 비해 많이 비싸지 않다는 점이다. 일반 광어회보다 대략 5,000원 정도 비싼 것 같은데 다른 메뉴들도 가격이 적당한 편이다. 요즘 동네 허접한 술집들도 소주 가격을 5,000원으로 인상한 마당에 4,000원이라는 가격을 고수하는 것도 아름다워 보인다.
단품회
대광어회 30,000 / 40,000 / 50,000
참돔회 50,000 / 60,000 / 70,000
우럭회 30,000 / 40,000 / 50,000
별미
물회안주 40,000
잡어막회무침 40,000
초밥
특선 초밥 13,000(10P) / 15,000(12P)
특선 모듬 초밥 20,000 (12P)
기본으로 나오는 반찬도 맛있다. 회 나오기 전에 이것만으로도 소주 한 병은 먹었다. 어찌 보면 별 것 없는 단순한 메뉴 구성인데 주방장님의 손맛이 좋은 것 같다
메인 메뉴로 광어회를 주문했다. 숙성회라 그런지 살짝 붉은 끼가 도는 연분홍빛이었는데 영롱한 색상이 먹기 전부터 나를 반겨주었다. 신선한 활어로 만든 찰진 숙성회라니!
같이 간 형님 말로는 한국에서는 활어를 좋아하는 문화라 제대로 된 숙성회 집을 보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여기 숙성회도 완전한 숙성회라기보다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숙성 기간을 짧게 조절한 것 같다고 했다.
숙성회는 처음이었지만 처음 회를 입에 넣었을 때 입에 감도는 감칠맛과 찰진 식감이 정말 좋았다. 이빨이 찰진 부분을 뚫고 안쪽에 딱딱한 부분이 닿았을 때 느껴지는 두 가지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숙성회와 활어회를 함께 먹는 느낌인데 두 가지 맛이 이질감이 없고 한 가지 맛으로 조화롭게 어울렸다.
회를 다 먹을 때쯤 매운탕도 주문했다. 이미 회를 통해 충분히 감동을 받았지만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에 두 번, 세번 감동을 받았다. 정말 이 집은 찐 맛집이다. 가까운 동네에 이런 집이 있다는 것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얼마 전 아는 지인이 내 추천을 받고 이 가게를 방문했는데 숙성회가 아닌 잡어막회무침을 주문했다고 한다. 그런데 별미라고 하기에는 메인으로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푸짐한 양과 엄청난 맛이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맛집을 부러 찾아다니지는 않지만 가끔씩 이렇게 발견하는 맛집 덕분에 삶이 풍족해지는 것 같다. 음식을 먹지도 않았는데 리뷰를 쓰면서 맛을 떠올리고 다시 갈 생각을 하면서 벌써 행복해졌다. 이번 주말에는 정감회 식탁을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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