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츠파 여름 레파토리 "낮술"

 

8월 6일부터 9일까지, 3박 4일 기간동안 후츠파 모임에서 대안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연극 워크숍을 진행했다. 연극 워크숍은 후프차 모임이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 때는 연극축제 준비만으로도 허덕허덕이던 때라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연극축제 2회가 끝나고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은 우리는 그 동안의 실적을 바탕으로 교보재단 공모에 지원을 했고 그 해 운이 좋았는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올레! 그렇게 준비한 연극워크숍, 솔직히 준비과정에서는 좀 막막했고 어려웠고 힘들었다. 워크숍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몇 분이 오시고 어떤 분들이 오시는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을 그리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하지만 워크숍이 끝나고 후기를 쓰는 지금 난 매우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 선생님들이 자연 속에서 직접 무대를 만들어 올린 그 멋진 공연들을 봤으면 아마도 누구라도 지금의 나처럼 행복하지 않을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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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오프닝 수업은 저글링 수업이었다. 지방 출장 때문에 굉장히 바쁘셨을 텐데 먼 원주까지 직접 와주신 종언쌤- 진심진심진심 감사드려요! 첫 만남이라 모두 어색한 기운이 많았는데 이 수업을 통해서 정말 분위기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저글링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몇몇 분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공 세개를 휙휙휙 돌리는 어마어마한 내공을 보여주시기도 했다.    

 

 

 

 

아- 해맑다 ㅎㅎ 저글링 수업을 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표정이 이렇게 해맑아지는 것 같다. 저글링은 마치 어렸을 때 가지고 노는 장난감 같은데 공 세개를 들고 몇 시간 놀다보면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 그리고 조금만 해도 실력이 쑥쑥 늘어나다보니 평소 자신감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자신감을 회복하는데 좋은 자극을 주기도 한다. 아무튼, 저글링 굿굿! 2016년까지 다섯개를 돌려주겠엉!

 

 

 

 

저글링 수업이 끝나고 후츠파 운영진들이 작년에 대안학교연극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했었던 수업과정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초등 과정에서 무지개학교와 수원칠보산자유학교, 중등 과정에서는 더불어가는배움터길과 참꽃작은학교- 이렇게 4팀이 순서대로 발표를 했는데, 이 시간은 새롭게 참여하시는 쌤들보다 후츠파 멤버들에게 좀 더 의미가 깊었던 것 같다. 작년까지 서로 작업하는 것이 바쁘고 만나서는 축제 준비하느라 정신없어서 서로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공유가 잘 되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그것을 잘 알 수 있어서 좋았다 ^-^*

 

 

 

 

후루룩 저녁을 먹고 저녁에는 본격적으로 연극만들기 작업이 들어갔다. 연극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결국 스토리에 대한 이해가 빠질 수 없기 때문에 가장 첫 수업은 스토리텔링을 주제로 잡았다. 평소 작가를 꿈꾸며 계속 글을 쓰던 후배 녀석이 있어서 강사로 초빙했는데 워크숍 하루 전까지도 밤을 새어가며 준비를 하더니 나름 수업을 잘 진행한 것 같다. 이 친구는 이번 기회에 별명을 '상상'으로 지었는데 평소 아이디어가 많고 상상력이 풍부한 친구라 별명을 잘 지은 것 같다 ㅎㅎ 

 

 

 

 

스토리텔링 미니 강의가 끝나고 모둠별로 나눠져서 본격적으로 스토리 작업에 들어갔다. 그냥 써보라고 하면 막막할 것 같아 오픈 텍스트를 몇 개 제공했는데 결국 세 팀 모두 자유 창작으로 방향을 정했다. 모둠별로 각자 공간에 가서 서로 첫 모임을 가지고 있다.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나오게 될까 ㅎㅎ

 

 

 

 

 

 

정말 삼일 연속 술을 엄청 많이 마셨다 ㅋㅋ 연극 작업은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팀웍이기 때문에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고민이 많았는데, 짧은 시간내에 어떻게 팀웍을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동안 나를 열어보는 과정을 밟아볼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 술의 힘을 좀.. 빌려..볼..까...? 라고 생각해서 이름도 '낮술'로 지었는데 정말 이름대로 낮술과 밤술을 원없이 마셨던 워크숍이었다 ㅎㅎ 아무튼 새벽 3시 하루 종료!

 

 

 

 

다음날 아침 10시, 연기 수업이 있었다. 전날의 숙취로 어떻게 수업이 진행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알콜 기운으로 스스로의 몸을 쉽게 열 수 있었던 건지 열심히 하시는 쌤들- 대단해욧! 연기 수업은 바다쌤이 진행해주셨는데 처음에는 연기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질의응답을 통해 진행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보다는 연극적인 테크닉들을 많이 궁금해하셔서 contact(접촉) 수업으로 수업 내용을 변경했다. 서로의 무게와 체온을 교감하면서 열심히 참여하시는 쌤들- 많이 힘드셨을 텐데 감사해용 ㅎㅎ

 

 

 

 

있는 힘껏 팔다리를 뻗어 이얍! 연기란 것은 결국 나의 몸을 이해하는 과정인 것 같다. 현실 속에서는 자기에게 반복되는 상황이나 일에서 자주 쓰는 몸의 근육을 제외하고는 거의 쓰지 않는데, 연기는 매번 다른 인생의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몸의 다양한 근육들을 움직이면서 훈련시켜야 한다. 마치 어떤 악기든 몇 개의 줄만 조율이 되어 있으면 아름다운 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처럼 연기를 위해서는 몸의 모든 부분이 악기처럼 잘 조율이 되어 있어야 한다.

  

 

 

 

점심을 먹고 무대 수업으로 이어졌지만 아직 스토리 작업이 마무리가 되지 못해서 모둠별로 이야기 만드는 작업을 했다. 그 이후 진행된 조명 수업! 이번에 '생색'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이 분은 연극축제 1회 때부터 조명감독님을 해주셨던 분이다. 한 공간에 다양한 작품들이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말도 안되는 부탁을 드릴 때도 많았는데 이 분은 아무 말 없이 척척척 해결해주셨다. 별명을 맥가이버로 지을 걸 그랬나 ㅎㅎ 아무튼 이번에도 먼 원주까지 오셔서 수업을 진행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용!

  

 

 

 

짧은 미니 강의가 끝나고 조명 실습이 들어갔다. 쌤들이 실제 아이들과 연습을 하거나 공연을 하는 공간은 교실이나 학교 강당이 될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런 공간 대부분에는 조명 시설이 되어 있지 않아 아쉬운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공연장에서 쓰이는 조명기를 사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조명 시스템을 만들어보는 것이 이번 조명 실습의 목표였다. 전구에 조광기과 스위치를 연결해보는 작업이었는데 간단한 작업이었지만 거의 한 시간 반을 소요했다. 램프에 빛이 들어오자 밝게 웃으시는 쌤들- 짱 멋져요! ㅎㅎㅎ

조명 실습이 끝나고 저녁을 먹은 후 밤 10시까지 모둠별로 지금까지 만든 스토리를 희곡화하는 작업을 했다. 이 때에는 작업에 방해가 될까봐 일부러 사진을 찍지 않았는데 살짝 엿보니 이런저런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 것처럼 보였다. 다음 날 공연을 위해서는 희곡이 꼭 나와야 했기 때문에 이 날은 거의 밤 11시까지 모둠 작업이 이어졌다. 쌤들, 죄송해요 ㅠ.ㅠ (하지만 이 날도 새벽까지 술 먹었다는 거 ㅋㅋㅋ)

 

 

 

 

다음 날 아침은 산책, 올레! 승용차를 이용해 근처에 있는 구룡사에 다녀왔다. 아무 미션이 없으면 아쉬울 것 같아서 모둠별로 포스터 사진을 찍어오라고 했는데 오오- 세 팀 모두 완전 멋진 포스터 사진을 찍어주셨다. 구룡사에 올라갈 때는 숙취로 죽을 것 같았는데 절에서 삼십 분정도 쉬고 났더니 금세 원기 회복했다. 말짱말짱!

 

 

 

 

 

 

오후 수업으로 진행된 분장 수업 ㅎㅎ 섭외가 제일 어려웠다. 어디 아는 분들이 계신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대학로에 계신 분장 업체에 전화를 했더니 원주까지 거리가 멀다고 2시간 수업에 100만원을 부르셨다, 으엑! 그래서 고민고민고민 또 고민하다가 원주에 있는 업체가 있지 않을까 싶어 알아보니 MBC 뷰티 아카데미가 원주에도 있었다. 예압!  

 

 

 

 

연극 분장에 대해서 가볍게 미니 강의를 진행해주신 후 바로 실습으로 이어졌는데 실제 모둠별로 실습까지 할 수 있어서 정말 재미있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밑의 사진은 독립투사 분장과 중국 왕서방 분장 ㅋㅋㅋ 

 

 

 

 

 

분장 수업이 끝나고 바로 연습 작업이 이어졌다. 무대는 한 곳을 지정하지 않고 모둠 안에서 각자가 정하라고 했는데 모두 멋진 공간을 고르셔서 공연도 재미있게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연습할 시간이 많지 않아 힘드셨을 텐데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연습하시는 쌤들 정말 짱짱맨인 듯! ㅎㅎ

 

 

 

 

 

 

연습할 시간이 많지 않아 실제 공연은 저녁 9시에 시작했다. 모둠바다 10분 정도 발표를 했는데 그 짧은 시간 안에 정말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주셨신 것 같다. 대부분이 연기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어찌 그리 능청맞게 또는 자연스럽게 연기를 잘 하시는지 진심으로 감동했다. 작품 제목은 순서대로 '29만', '말딸리다'. '올가미' 오오- 멋져멋져! 

 

 

 

 

 

연극 발표를 보면서 쌤들이 그 빡센 워크숍 일정 안에서 정말 수업을 열심히 들으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획하면서 개별 수업들과 모둠 작업을 직접적으로 연결하지 못한 것들이 계속 아쉬웠는데 쌤들은 알아서 척척척 자신들의 연극 안에 수업 내용을 잘 녹여낸 것 같다. 정말 이번 워크숍 연극 발표는 평생 기억날 것 같다. 낮술열전, 정말 좋았어!

 

 

 

 

참꽃작은학교는 자연환경이 정말 좋다. 바로 옆에는 계곡이 있는데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바로 옆에서 물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냉방 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아서 처음에는 좀 힘들었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 아니던가 ㅎㅎ 땀이 많이 나면 계곡에 입수하고 또 땀이 나면 계곡에 입수하고 그렇게 며칠을 지냈더니 굳이 냉방 시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오히려 도시로 돌아온 지금 더 많은 더위를 느끼고 있는 듯 ㅠ.ㅠ 정말 덥다.. 

 

 

 

 

매일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수업들, 그것도 모자라 매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자리, 얼핏 보면 널널한 듯 하지만 쉬는 시간이 거의 없었던 이번 워크숍을 통해서 쌤들은 무엇을 느끼고 돌아가셨을까. 연극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 많았지만 이번 워크숍에서 보여주신 열정과 노력이시라면 개별 현장으로 돌아가셔서 아이들과도 재미있게 연극 수업을 하실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내가 많이 배웠다. 그리고 즐거웠고 행복했다. 쌤들, 모두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