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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과경제/공동체네트워크

하늘하늘, 나무와숲도서관

by 식인사과 2013.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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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는 대안학교에는 학교 내에 작은 도서관이 있다. 학교가 처음 세워질 때만 해도 대부분 기증받은 책들로 책장이 채워진 임시 서가의 느낌이 강했지만,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이제는 양질의 도서가 대략 4,000 권 정도 있는 알찬 도서관이 되었다. 몇 년 전에는 공모를 통해 '나무와숲도서관'이라는 예쁜 이름도 지을 수 있었다. 초기에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공유하는 지역의 작은 도서관이 되려고 했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준비할 것이 많아 아직은 학교 도서관으로만 이용 중이다.

 

 

 

 

도서관은 3층에 있는데 도서관 들어가는 입구에 도서관지기를 하고 계신 한 부모님께서 책의 표지로 이렇게 멋지게 데코를 해주셨다. 이런 식의 책 표지는 책을 읽을 때는 불편해서 빼놓지만 버리기에는 아까운 계륵 같은 녀석인데, 이런 식으로 데코를 해주니 제법 멋이 있었다.

 

 

 

 

도서관 입구에 있는 신간 코너- 신간 코너라고 만들어놨지만 시선은 잘 가지 않는다. 그래도 새로운 책이 들어올 때마가 여기에 바로바로 꽂혀 있는데 최근에는 만화 '미생' 당당히 자리를 잡고 있다. 미생, 완전 사랑해용 ㅋㅋ

 

 

 

 

공간으로만 보면 많이 좁은 것은 아닌데 책의 양이 점점 늘어나면서 인테리어가 다소 산만해졌다. 책장도 모양이 통일되면 좋을텐데 만들어진 시기나 구입한 시기가 모두 다르다 보니 모양이 들쑥날쑥 ㅋㅋ 그래도 꾸준히 관리해주시는 도서관 지기들이 있어서 도서관이 깔끔하게 유지되는 것 같다. 음.. 그래도 도서관을 위해서 좀 더 넒은 공간이 필요한 것 같다.  

 

 

 

 

중고딩 시절에는 집이 어려워서 도서관을 뺀질나게 드나들었다. 책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돈이 없어서 도서관이 좋았다. 단 돈 500원으로 국수를 먹을 수도 있었고 국수가 질리면 150원짜리 커피 세 잔을 기분에 따라 뽑아 먹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드나들면서 책을 꽤 많이 읽었는데 그 때 읽었던 책들이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무협지, 소설, 사회과학, 종교 등 그냥 마음이 동하는 것들을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아 읽으면서 책 한 권 한 권의 세계에 푹 젖어들었던 경험은 나에게 소중한 자산인 것 같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게- 그 당시 운동권 세대가 썼던 소설들을 읽으면서 386 세대를 굉장히 동경했던 적도 있었고 대량의 무협지를 읽으며 정의란 무엇인지 나름 깊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 책은 한 명의 선생과도 같아서 한 권의 책을 읽을 때마다 그 영향을 받아 완전히 다른 사고를 가진 사람이 되곤 했는데 지금은 머리가 커서 그런지 그런 유연함이 사라진 것 같다. 아쉬워라! 

 

 

 

 

나무와숲도서관이 양질의 4,000 여권의 도서를 보유할 수 있었던 것은 매해 일정 정도 비용을 들여서 꾸준히 책을 구입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작년에는 아름다운재단 도서관 지원금을 받아서 대략 400여권에 가까운 책들을 구입할 수 있었다. 책 선정은 그 때 그 때 책선정 위원회 같은 것이 생기기도 하고 교사들이나 학부모님들의 추천을 받기도 한다. 나는 주로 예술 관련 교과들을 추천하는 편인데 선생님들은 각 전공분야마다 추천하는 책들이 조금씩 다르다 ㅎㅎ

 

 

 

 

오오- 이 어마어마한 책들! 어렸을 때 이 세상의 모든 책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꿈은 교보문고를 처음 갔을 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 있는 책들만 모두 읽어도 정말 똑똑해질 텐데 ㅋㅋ

 

 

 

 

 

이 곳은 침묵의 방-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책을 읽는 공간이지만 학교에서 누울 공간이 없다보니 아이들이 쉬려고 제일 많이 찾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것 때문에 가끔 도서관지기 친구들과 누우려는 친구들이 티격태격하지만 큰 싸움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지역의 도서관이 되기 위한 첫걸음- 바코드 신공! 처음 바코드를 도입한다고 하셨을 때 잘 될까 걱정이 앞섰다. 바코드를 사용하는 일반 도서관은 서가가 안전하게 보호되어 있지만 우리는 서가가 오픈되어 있다보니 책이 없어져도 누가 언제 가져갔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생각보다 책이 많이 없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 길 구성원들이 정직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ㅎㅎ

 

 

 

 

 

도서관 앞에 있는 게시판- 도서관 행사나 신간, 소식지 등이 나올 때마다 이 게시판에 알림이 올라온다. 아마도 표지로 만든 수제작 게시판 표지인 듯 ㅋㅋ

 

 

 

 

도서관 사용 규칙 ㅎㅎ 사실 너무 당연한 것들인데 학교 도서관은 도서관 기능 뿐만이 아니라 대체학습 공간, 면담 공간, 쉬는 공간 등 다양하게 쓰이다 보니 이런 규칙이 점점 많아진 것 같다.

 

 

*

얼핏 보면 예쁘게 잘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학생들이 도서관을 잘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약간은 산만한 공간 분위기도 한 몫 하겠지만 아마도 청소년 시기의 친구들에게 책은 그다지 관심 대상이 아닌 것 같다. 외부로부터 적극적인 롤모델을 받아들여 따라하던 초딩 시절을 졸업하고 중딩으로 들어서면 아마도 그 시선이 내부로 향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 때에는 남의 이야기보다 나의 이야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책의 좋은 명언과 글귀가 잘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포함한 어른들은 이 시기에 책을 제일 많이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책은 타이밍이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하더라도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읽은 책들은 그 사람에게 다시 읽고 싶지 않은 책이 되어 버린다. 반면 싸구려 삼류 로맨스 소설이라도 지금 당장 시련의 아픔을 겪은 사람에게는 그 어느 책보다도 따뜻한 위로가 되어서 그 사람을 돌봐준다. 책은 한 권 한 권 삶의 깊은 성찰이 담긴 지혜의 보고이지만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강요된 책은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잔소리가 될 수 있다. 책을 정말 사랑한다면, 책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강요하지 말자. 언젠가는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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