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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학교/수업과교실

빈다방 3.0 시즌 마감하다.

by 식인사과 2014.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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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다방은 학생들과 함께 만드는 카페 컨셉으로 2010년부터 기획한 프로젝트이다. 초창기에는 카페 기획을 담당한 선생님이 학생들을 데리고 카페 프로젝트라는 수업도 열고 여기저기 카페 탐방도 다니며 카페 컨셉에 대한 논의를 많이 했다. 하지만 정작 실천을 이어지지 못하면서 동력이 사라질 뻔 했는데 그 언저리쯤 어찌어찌하다가 내가 운영을 맡게 되었다. 

그 동안의 과정을 돌아보니 좋은 품질의 음식을 만들겠다, 독특한 인테리어를 구성해보겠다는 등 분명 '카페'를 운영하겠다고 한다면 당연히 고민해야 할 것들을 열심히 한 흔적이 보였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 지점이 패착의 이유였다.  좋은 품질의 음식을 만들어도 사먹을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순도 100% 레몬에이드를 만들었지만 가격이 어마무시하니 아이들은 당연히 1분 거리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1+1 음료수를 사먹는다. 다들 알다시피 사춘기 시절의 입맛은 대부분 비슷하다. 불량식품이 갑이다. 

 

 

 

 

그래서 내가 20대 시절 카페나 레스토랑, 바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만들었던 각종 음료 레시피를 모조리 꺼내들었다. 지금도 카페에서 실제 쓰고 있는 온갖 재료들을 공수해 오고 양을 맞춰 가격을 편의점보다 낮췄다. 편의점보다 낮춘 것은 빈다방의 가게 카테고리는 '카페'보다는 '매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때만큼은 상시 운영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학교 아이들에게 홍보를 해서 알바생을 모집했다. 아이들에게 알바비도 줘야 하고 재료도 사야하기 때문에 가격은 적자를 보지 않을만큼만 책정했다. 

 

 

 

 

 

가격을 낮춘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의 가벼운 주머니를 무겁게 만들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친구들이 부담없이 와서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마음이 통했는지 많은 친구들이 빈다방을 찾아주었다. 빈다방 2.0이었던 '2012 복합문과공간 빈', 빈다방 3.0이었던 '2014 뒷동네북카페'- 총 2년간 운영하면서 몸도 고되고 그래서 때려치울까 고민한 적도 많았지만 뒤돌아보면 결국 더 많이 배운 것은 나였던 것 같다. 나중에 40대 넘으면 카페나 차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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