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제대로된 탕비 용품이 갖춰져 있지 않았기에 근무 중 음료를 마실 경우 불편했는데 이번에 창고로 쓰이던 공간을 정리하면서 소소하게 탕비실을 마련했다. 누군가는 대단한 일도 아닌 것에 호들갑을 떤다고 볼 수 있겠지만 배움터길 교사회에게는 일부나마 사소한 복리후생이 보장되는 것이기 때문에 나름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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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선생님들의 근무조건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열악하다고 알고 있지만 생각한 것만큼 그렇게 조악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교사의 복리후생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낮은 것은 사실이다. 대부분의 대안학교에서는 교사가 운영자이자 노동자이기 때문에 월급이나 복리후생을 스스로 얘기하고 스스로 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대안학교 교사라고 해서 빵빵한 월급과 복리후생이 부럽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학교 사정이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 입으로 월급으로 올려달라고 말하기에는 좀 남사스럽고 복리후생 얘기를 꺼내고 스스로 정하기에는 왠지 불편하다.
자세히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내가 그 동안 경험한 바로는 대안학교 교사들의 근무연수는 길어야 평균 6~8년 정도 되는 것 같다. 그 정도 하고 나면 대부분의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는 경우가 많은데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서 떠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에너지가 소진되어 더이상 버틸 힘이 없는 경우가 많다.
대안학교에 첫 발을 디딘 대부분의 교사들은 돈 이상의 높은 교육적 가치에 동의하여 들어오지만 오랜 기간 동안 복리후생이 개선되지 않고 열심히 일해도 월급은 오르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면 아무리 고고한 가치라도 주저앉기 마련이다. 물론 이런 이유 때문에 교사들이 일을 그만둔다고 확신할 수 없지만 그만두는 과정에서 이 부분이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앞으로 대안학교가 지속가능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교육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그 가치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교사에 대한 소소하지만 작은 복리후생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공간도 중요하고 교육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국 공간을 운영하고 교육과정을 계획하는 것은 사람이다. 이제는 사람에 대한 투자를 시작해야 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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