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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학교/선생과교사

교사, 과학을 배우다.

by 식인사과 2015.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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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표교사가 되면서 그 동안 하고 싶었던,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교사회 프로그램들을 하나 둘씩 가동 중이다. 그 중에 가장 먼저 추진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공동연수 과정인데 통합교육, 과학, 사회적기업, 타로카드, 대안학교 탐방, 책읽기 등을 주제로 일년 프로그램을 선생님들과 함께 논의해서 결정했다. 얼마 전 통합교육과 과학 연수를 마쳤는데 할 때는 다소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그냥 쉴 때와는 다르게 에너지가 밀도 있게 충전이 된 것 같다.  

 

과학 연수는 국립과천과학관에서 먼저 대안학교에 좋은 프로그램을 제안해주셨다. 그래서 배움터길 뿐만 아니라 인근의 다양한 대안학교와 함께 공동의 연수 과정을 밟게 되었는데 과학관의 양질의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즐겁게 연수를 받을 수 있었다. 오전에는 무한상상실에서 트리지 기법을 바탕으로 펜라이트 만들기를 했고 관장님의 멋진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오후에는 과학수사대 프로그램을 들었고 제법 유명한 강사분에게 천문학 강의를 아주 유쾌하게 들을 수 있었다.

 

 

 

 

 

조립 삼매경에 빠진 선생님들. 트리지 기법 중 한 가지 방법을 이용해서 빛을 이용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간단할 줄 알았는데 음... 생각보다 복잡했어..

 

 

 

 

짠- 빛이 들어왔다. 시중에 이미 상용화되어 있는 제품이라 신선한 맛은 없었지만 이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들으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다. 창조란 완전히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들의 조합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닐까. 갑자기 잡스형이 생각난다. 홍홍. 

 

 

 

 

실습이 끝나고 아이디어 노트에 발명품을 스케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빛을 이용해서 만들 수 있는 제품을 자유롭게 그려보는 시간이었는데 다들 실제 개발이 되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그렸다. 나만 빼고... 난 손톱에서 빛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자신있게 발표했다가 다들 벙찐 반응에 급좌절.. 만화를 너무 많이 봤나봐.. ㅠ.ㅠ

 

 

 

 

 

 

 

 

 

 

 

강의 내용을 받아 적느라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그 다음엔 관장님의 강의를 들었다. 과학적 지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학적 합리성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관장님의 말씀엔 열정이 넘쳐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어느 정도 과학적 지식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하등 쓸모 없다고 얘기하는 부분에서는 통쾌하기까지 했다. 그 외에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과천 과학관에 오지 않아도 사는데는 지장이 없어요. 하지만 와서 공부하고 생각하다보면 자기의 고민과 상상의 폭은 완전 달라져요. 난 어렸을 때 선생 아니면 공무원 밖에 없는 줄 알았어요. 주변에 그런 사람들 밖에 없었으니까. 나중에 천천히 알게 되었어요. (중략)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지, 지식을 알려주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 그래서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 반대해요. 지식이 밥 먹여 주나. 시험 보는 데는 유용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거든. (중략) 에디슨이 과학적 지식이 많아서 훌륭한 사람인가요? 아니잖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고등학교 졸업하면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는 기준은 아무 의미 없어요.

지금 교육의 형태는 선생님이 알고 있는 것을  학생들에게 자랑하는 것밖에 되지 않아요. 그게 아이들에게 배움이 될까요? 과학을 배우는 모든 친구들을 과학자로 키우려는 것이 아니잖아요. 자기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어떨게 살아갈 것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죠. 교사는 본인의 생각을 밀어넣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생각이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해요. 그러니까 자기 얘기 많이 하지 말아요.."

 

 

 

 

 

 

그 다음에는 과학관의 대표 프로그램 과학수사대 CSI 수업을 들었다. 아이들이 직접 해보는 것을 그대로 해봤는데 우선 하드웨어 수준에 감탄부터 나왔다. 처음 학교에 왔을 때는 기자재 질과 수업의 질이 비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몇 년동안 수업을 진행하면서 어느 정도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면에서 과학관의 기자재 수준은 상당히 높다.

 

 

 

 

수업을 끝나고 나오는데 과학을 공부했다기보다는 과학수사대가 어떤 일을 하는지를 더 자세히 알게 된 것 같았다. 프로그램 형식이 내용을 잡아먹는 느낌? 과학 수사대의 수사 기법이 과학적으로 어떤 원리로 이루어지는지를 알았다면 좀 달랐을까. 그래도 지문도 채취하고 직접 대조해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수업은 팟캐스트에서도 강의를 하고 계신 이강환 선생님이 진행해주셨다. 초반부터 깨알 자랑을 어찌나 재미있게 하시던지 마지막까지 수다 떨듯이 수업을 즐겁게 이끌어 주셨다. 천문학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대해 쉽게 설명을 해주셔서 집중을 잘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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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업에서 들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과학의 장점은 아는 것은 분명히 알고 모르는 것은 분명히 모른다는 것' 아마도 우리가 과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4가지 수업을 들으면서 이런 '과학적 합리성'이야말로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중요하게 배워야할 실천 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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