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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학교/수업과교실

2015 전국과제자랑

by 식인사과 2016.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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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중반부터 일이 많아지면서 반 년간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못핶다. 블로그에 올리려고 차곡차곡 쌓인 사진 수만 수백장이 넘어가는데 이렇게 어영부영하다 한 해를 더 넘기면 그냥 추억팔이용으로나 쓰일 것 같아 철 지난 생각의 기록들을 틈틈이 올려보려고 한다.

 

 

대안학교에도 일반학교처럼 방학이 있다. 방학 기간은 학교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운영방식은 일반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일하고 있는 대안학교에서도 여름 6주, 겨울 8주의 방학 기간을 가진다. 학교에 모여 친구들과 노는 것이 아직 즐거운 어린 친구들은 방학 기간이 길다 하고, 진로 고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면서 외부 활동이 많아지는 큰 친구들은 방학이 짧다고 한다. 길게 느껴지든 짧게 느껴지든 이 친구들의 방학을 괴롭게 하는 딱 한가지가 있는데 바로 방학과제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제법 긴 방학 기간 동안 방구석에서 아이들이 노는 걸 보는 것이 어렵다며 아이들에게 지금보다 많은 과제를 제시하거나 방학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얘기하시지만, 아이들이 방학 과제 스트레스로 방학을 방학답게 지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반대하는 편이다. 많은 과제를 내준다고 하고 설령 그것을 억척스럽게 해온다고 하더라도 억지로 한 과제가 그 친구에게 좋은 배움으로 남아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교사회도 처음에는 방학 기간에 많은 과제를 내주었던 적이 있다. 길잡이 교사 뿐만이 아니라 길동무 선생님도 개별 방학과제를 내주기도 했는데 상당히 많은 분량의 과제 양에 아이들이 부담스러워했다. 게다가 과제 내용이 미리 정해져 있다보니 스스로 재미있어서 자발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내 어린 서질에도 그랬듯이 아이들도 일주일 전 또는 하루 전 몰아치듯이 과제를 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방학 과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해서 내가 싫어했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했던 것 같다.

 

 

 

 

 

그래서 교사회에서 많은 고민 끝에 PBL 방식을 응용하여 몇가진 기준만 제안하고 아이들이 방학과제를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했다. 과제 개편을 고민했을 때 다양한 자료들을 리서치했고 영감을 준 내용들울 참고해서 배움터길 스타일에 맞게 변형을 했다. 그 당시 많은 영감을 준 자료는 페북에도 많이 공유되었던 기사였는데 그대로 따라해보려고 했다가 우리나라와는 생활, 문화, 자연환경이 다르고 교육 방식도 달라서 부분 참고만 했다. (이탈리아의 어느 학교 선생님이 내준 여름방학 숙제 15개)

 

 

 

 

 

그리고 방학이 끝나고 과제를 모두 모은 후 전국과제자랑 이벤트를 열었다. 그 전에는 교사가 과제를 받아 체크만 하고 개별적으로 피드백을 했기에 누가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과제자랑 이벤트를 여니 자신이 해 온 과제를 친구들, 선배들, 후배들, 부모님들과 모두 공유를 할 수 있어서 과제를 해 온 친구에게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었다.  

 

 

 

 

그 동안 과제자랑 선물로 여러가지를 제시했지만 올해 제시한 바나나 선물에 대한 반응이 가장 뜨겁다. 모든 과제를 해 온 친구들에게 바나나 열송이를 주었는데 친구들과 나눠 먹으면서 모두 즐거워했고 과제를 해오지 않은 친구들은 다음에는 꼭 하겠다며 바나나 말고 수박이나 파인애플도 좋을 것 같다며 좋은 제안을 해주었다. 그래, 다음은 수박으로!

 

 

 

교육이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거대한 편견 또는 고정관념을 마주보고 부딪히고 싸워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을 스스로 해내지 않고 주어진 것으로만 문제 해결을 하게 되면 이후 스스로 서야 하는 상황에서 행복하게 살 수가 없다. 

 

방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돌아봐도 아이러니한 점이 많다. 학교 다니면서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배움을 놓고 쉬라는 의미의 방학을 만들었지만, 정작 아이가 방학에 쉬는 것을 우리는 흔쾌히 허용하지 않는다. 각종 학원을 다니거나 개별 선행학습, 학교 오전 학습 등 다양한 형태로 방학이라는 말의 의미와 제도 설립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공부를 하지 않고 노는 것이 보기 싫다고 해도, 어찌됐든 방학은 아이들의 것이다. 생각해보면 어른이 되어서 내 마음의 방학을 가져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올 여름에는 진짜 방학 같은 시간을 가져야겠다. 


2015_여름방학_안내문.pdf

2015_겨울방학_안내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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