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주도교육컨퍼런스 '컨퍼런스위기' 참여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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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안학교가 처음 세워졌던 20여년전이나 지금이나 대안교육이 추구하는 교육 철학과 정체성에 대해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 처음 대안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사회적으로 왜곡된 시선을 받더라도 우리가 믿는 좋은 교육을 꾸준히 열심히 하면 이런 오해는 점차 풀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교육에 대한 왜곡된 시선은 견고했고 몇 년전 법제화 관련 언론플레이 한 방에 대안교육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보고 다양한 방법을 써서 대안교육이 추구하는 교육 철학을 외부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현재 가장 핫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 계정들을 만들어 학교 교육 과정을 공유하고 필요에 따라 유료 홍보도 하기 시작했다. 네이버 지식인에 들어가면 대안교육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많이 올라와 있는데 대안교육에 대한 모든 질문들에 대해 답변글도 달기 시작했다. 학교밖청소년이 많이 있는 카페에 가입해 학교도 홍보하고 더불어 대안교육도 홍보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중에 올해 초 한 통의 메일을 받게 되었다. 교육 컨퍼런스에 나와서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이었는데 처음에는 대안교육의 교육 시스템을 잘 알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바로 수락을 했다.

 

 

 

그 동안 종종 학교로 강연 요청 또는 면담 요청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대부분 대학교 사범대 수업에서 대안교육의 사례를 공유해달라거나 새롭게 대안학교를 만들려는 분들이 조언을 구하기 위해 연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 연락이 온 팀은 기존에 연락이 왔던 분들과는 정체성이 달랐고 기획자분들과 미팅을 하면서 오히려 내가 더 배우는 시간이 될 수 있었다.

 

2014년 배움의 주체는 학생이니 교육의 주체도 학생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19살의 나이에 세바시에 강연을 했던 백진우님을 중심으로 3년째 교육 개혁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는 단체였는데, 그 동안 해온 결과물들을 보니 대안교육의 첫 시작과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 없었다. 아직까지 왜곡된 시선을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안학교도 점점 많아지고 있고 최근에는 혁신학교도 많이 생겨났지만 이런 모임이 생겼다는 것은 아직도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의 중심은 학생이 아니라는 증거가 아닐까. 교사로서 반성이 되는 부분이다.

 

 

 

미팅을 하면서 강연 내용으로 요청을 받은 부분은 더불어가는배움터길의 자치 영역에 대한 교육 사례였다. 자유와 책임을 전제로 하는 배움터길 자치 문화에 대해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고 그런 내용들을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해달라고 했다.

 

 

 

 

내가 현재 속해 있는 대안학교는 자발적인 학생 문화가 잘 자리잡은 곳이다. 처음부터 교사가 규칙을 정하고 그것을 강하게 적용하는 방식이 아닌 최소한의 규칙을 함께 정하고 상황이 생길 때마다 하나하나 규칙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선택했다. 상황이 발생했다고 무조건 규칙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규칙 만들기 전에 다양한 방법으로 문화 만들기부터 시도하고 그것이 잘 되지 않으면 차선책으로 규칙 만들기를 선택한다. 그렇게 학생 자치 문화를 만들어가다보니 자연스럽게 문제 해결 방법으로 문화 만들기로 가는 것이 학교 문화로 자리 잡았다. 상벌이 명확한 규칙 만들기는 조직 운영을 하는데 손쉬운 방법이기는 하나 결과적으로 주체를 개체로 만들어버리는 문화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규칙 만들기는 자치의 수단이 아닌 통치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방식이 잘 된 것은 아니다. 문제가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모든 상황에 대해 회의를 하고 토론을 해야 했기 때문에 지난한 과정을 밟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나 교사들도 많이 지치기도 했다. 이런 문화가 잘 자리잡은 지금은 외부에서 오해를 하는 경우도 많다. 학생에게 최대한 자율권을 주고 자유와 책임의 문화 아래 학생 자치의 꿈을 실현하는 과정은 학생을 방임하고 제대로 된 '훈육'을 하지 못하는 곳으로 외부에 비춰지기도 한다. 몇년간의 경험을 통해 기존의 권위주의 교육에 익숙한 사람들일수록 학생들의 자유로운 자치 문화를 보는 것을 불편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치스스로서는교육.pptx

 

교사를 포함해서 대안교육의 관계된 모든 어른들 역시 청소년기 시절에 제대로 된 자치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고 자치 문화를 몸속 깊숙히 체험해본 적도 없다. 우리가 자치 문화를 배울 수 있었던 유일한 공간인 학교는 초중고 과정 모두 군대식 권위주의 문화가 시스템 깊숙히 젖어있었던 곳이다. 지금의 민주주의 제도의 근간을 만들었던 민주화 학생 운동의 역사를 돌아봐도 불합리한 폭력에 대처하며 민주화 운동을 하기 위해 조직 운영의 방식은 상당히 권위적인 방식으로 운영이 되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은 통치 수단의 주체가 되거나 객체가 되는 것은 익숙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이지만 자치 수단의 주체와 객체가 되는 것은 상당히 어색해하고 불편해한다.

 

자치 문화가 잘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자유와 책임, 개인주의와 공동체, 표준과 개방, 원칙과 상상력 등의 공공의 가치에 대해 시민 사회가 잘 이해하고 현실 속 구체적 사례에 잘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는 빠른 경제 성장 과정에서 이런 가치들을 대부분 간과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원칙이 없는 잘못된 근본주의자들이 너무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협력과 상생을 전제로 하는 협치 문화가 잘 발달되지 못했다. 

 

 

 

강연 준비를 하면서 이런 생각들이 머릿 속에 계속 맴돌았고 학교의 사례와 나의 이런 고민들을 정돈해서 30분 정도의 강연을 했다. 사람 앞에서 수줍음이 많은 내성적인 성격이라서 이런 고민들이 잘 전달되었을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기에 별로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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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의 자치 문화를 경험한다고 모든 학생들이 빼어난 자치력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의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이 가진 재능도 모두 다르고 관심 분야도 다르기 때문에 자치 문화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스스로에게 피드백하는 수준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다만 개인의 특성을 떠나 어떤 것이 좋은 자치 문화인지는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것 같다.

 

혹시라도 대안학교의 자치 문화가 궁금해서 학교를 방문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좋으니 주저하지 말고 연락을 주시길! 두손 두발 들고 환영한다. (http://thegil.org/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