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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기술연구소/기계공방

구글과 블랙베리의 기묘한 동거, 프리브

by 식인사과 2017.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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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스마트폰계의 절대 강자였던 블랙베리는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더니 언젠가부터 '예쁜 쓰레기'로 전락해버렸다. 그래도 그 때에는 블랙베리만 쓰는 매니아들이 제법 있었지만 안드로이드를 받아들인 순간부터는 그런 매니아들조차도 점점 사라져가는 느낌이다. 애플만큼 독보적인 디자인 철학을 가지고 있었고 한 때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까지 했던 기업인데 이렇게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면 역시 영원한 강자는 없는 것 같다. 


동료 선생님 중에 물리적 키보드가 좋다며 아직까지도 옵티머스Q2를 쓰시는 분이 계시는데 얼마 전 프리브를 구매하셨다. 오랜 고민 끝에 구매를 하신 것 같은데 사용감은 같은 물리적 키보드라 그런지 나쁘지 않다고 한다.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만들어진 스마트폰이라 앱도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받아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하다. 안드로이드를 받아들이면서 독창성은 잃었지만 확장성은 확실히 얻은 것 같다.





한 때 수집하고 싶었던 블랙베리 클래식에 비해 디자인의 독창성은 떨어지지만 제품 마감도는 좋은 편이다. 듣기로는 유격이 심하다고 그러던데 내가 만져본 폰은 아직 새폰이라 그런지 특별하게 눈에 띄는 유격은 없었다. 직접 보면 더욱 고급스럽고 유니크한 느낌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안드로이드 진영의 프리미엄폰들들과 비슷비슷한 느낌이다. 





세계 3대 렌즈 회사인 슈나이터 1800만 화소의 렌즈를 장착했지만 실제 카메라 성능은 떨어진다고 한다. 직접 찍어보고 스마트폰 화면으로 봤을 때는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지만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카메라 성능이 아쉽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도 SNS에 사진을 공유하는 정도라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프리브는 실제로 보면 화면이 정말 크다. 아몰레드 엣지 디스플레이를 장착해서 더 넓게 보이는 느낌도 있다. 화면이 큰 것은 좋은데 문제는 화면으로도 터치 키보드가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슬라이드를 밀어올려 물리 키보드를 누를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았다. 슬라이드를 밀어 올리면 위로 길쭉해지기 때문에 키보드를 누르다가 화면을 누르는 것이 조금 불편한 편이다. 정체성을 살리고자 물리적 사용자 환경을 포기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난 스마트폰을 처음 접하면서 물리 키보드를 쓴 적이 없기 때문에 물리 키보드가 조금 불편했다. 게다가 한글 자판이 없어서 한글을 누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컴퓨터 키보드는 눈으로 보지 않고도 한글 입력을 하는데 큰 문제가 없는데 모바일은 왜 안되는지 잘 모르겠다. 정전 방식 터치 4행의 물리적 키보드라서 키보드를 손가락으로 쓸어넘기면 마우스처럼 기능한다. 무슨 용도로 사용할까 싶지만 몇 분 만져보면 은근히 쓸모가 많은 기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리브는 블랙베리의 첫 안드로이드폰이다. 직접 만져본 느낌은 그냥 안드로이드폰이다. 안드로이드를 적용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얼핏 보면 레퍼런스폰인 넥서스 시리즈의 UI와 많이 흡사한 편이다. 매끈한 외관과 시원한 화면에 비해 터치감은 가끔씩 버벅거릴 때가 있다. 하지만 쓰는데 큰 지장은 없다.  






프리브는 덩치가 제법 크다. 디스플레이는 5.4.인치 대화면이고 슬라이드형을 유지하기 위해 두께는 9.4mm 정도 된다. 게다가 슬라이드를 밀어 올리면 마치 검을 뽑은 것처럼 상하가 매우 길쭉해진다. 손에 잡히는 무게는 제법 묵직한데 가벼운 폰을 지향하는 분들에게는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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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사용해봤지만 프리브는 구입을 고려할 만큼 매력적인 폰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랙베리와 구글의 불편한 동거를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마치 정략 결혼을 통해 마음에 들지 않은 상대와 억지로 부부가 된 사람들을 보는 것 같다. 그래도 유행보다 나만의 독창적인 스마트폰을 쓰고 싶다면 안드로이드를 품은 블랙베리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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