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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학교/수업과교실

배움터길 졸업밥상 : 짜장본색

by 식인사과 2018.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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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첫 1기의 졸업식을 선생님들과 함께 기획하고 준비하던 일이 엊그제 같다. 그런데 올해 초에는 어느새 8기의 졸업식이 있었다. 처음 입학할 때는 조그마한 갈등 상황에도 앳된 목소리로 투닥거리던 조막만한 친구들이 5년이 지나 어느새 청년의 모양새를 하고 졸업식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 매년 느낌이 새롭다. 


이번에 졸업한 8기는 작년에 내가 멘토를 맡으면서 일 년간 동고동락을 했던 친구들이다. 2017년은 여러 복잡한 일들을 간신히 정리하고 대표교사 임기를 마친 다음 다시 멘토 교사로 복귀한 상황이라 심리적으로 공허한 상태였는데 이 친구들 덕분에 한 해를 잘 보낼 수 있었다. 





졸업 학년은 그 동안 졸업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지막 기념 공연을 준비하는 것이 전통처럼 이어져 오고 있었다. 다같이 즐겁게 참여하며 재미있게 한 적도 있지만 공연 자체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준비하면서 갈등 상황이 발생한 적도 많다. 그래서 이번에 8기 친구들과 졸업 기념 공연을 어떻게 준비할까 이야기하다가 공연보다 우리가 손수 지은 밥으로 후배들에게 졸업 밥상을 준비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메뉴는 한 달을 넘게 회의한 끝에 짜장볶음밥과 군만두로 결정했다. 짜장면을 하고 싶었지만 면은 대량으로 요리하기에 어려워서 볶음밥을 하기로 했다.





처음 하는 일인데 후배들을 위해 밥을 준비한다는 것에 모두들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메뉴를 정하고 마트에 가서 직접 장을 보고 역할을 정해 요리를 하는 과정이 꽤 행복했다.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정성을 다해 무엇인가를 대접한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밥상 컨셉을 무엇으로 할까 하다가 주윤발을 좋아하는 한 친구의 급 제안으로 '짜장본색'으로 정해졌다.






소박한 밥상 수업을 통해 5년간 급식을 준비했던 친구들이었기에 레시피 준비부터 요리, 뒷마무리까지 잘 진행할 수 있었다. 소박한 밥상 수업은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하고 일부는 싫어하는 수업이기도 하지만 졸업하고 나면 가장 기억에 남고 유용한 수업이었다고 '증언'하는 졸업생이 많은 수업이기도 하다. 멋진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먹을 밥을 스스로 챙겨 먹을 줄 아는 것은 자립을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스킬이다.   









짜장본색 컨셉을 제안해준 친구는 요리를 하지 않는 대신에 주윤발 코스프레를 하고 단무지 배달 역할을 맡았다. 본인은 처음에 요리를 하지 않는 것에 솔깃해서 역할 제안을 받아들였던 것 같은데 덕분에 음식을 먹는 모든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영웅본색을 기억하는 선생님들은 짜장본색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밥은 소중하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대접하는 밥은 따뜻하다. 그 동안 밥의 중요함을 잘 모르고 살아왔지만 아이들과 함께 '밥'에 대한 경험을 쌓을수록 밥을 하고 밥을 먹고 밥을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크게 서로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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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혼밥을 더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와 함께 먹을 때 마음이 더 따뜻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조만간 8기 친구들과 한 번 만날 예정인데 뜨끈한 밥 한 술 나누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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