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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천개의공감

절약하며 소비한다는 것 2 : 통장 쪼개기

by 식인사과 2020.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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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약하며 소비한다는 것 (feat. 당근마켓)

많은 사람들이 돈을 모으고 싶어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조금은 덜 노력하고 많은 돈을 벌어서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런 방법은 없다. 그리고 그렇게 돈을 버는 방식은 대부분 누군가의 노력을 저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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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때, 방학 기간을 이용해 낮 시간에 신문 배달을 해서 처음으로 돈을 벌었다. 꾸준하게 학교를 다니는 것과 꾸준하게 일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그때 처음 느꼈는데 마지막 5일 친구들의 유혹에 빠져 놀러 가느라 배달을 하지 못해 페이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이지만 그 당시의 나는 내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해서 조금이라도 페이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다행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적은 돈이었지만 내 손에 쥐어진 돈의 느낌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용돈을 받는 때와는 사뭇 다른, 낯설면서도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모은다는 개념이 별로 없기도 했고 한 번에 많은 돈이 생기니까 아무 생각 없이 평소 쓰고 싶은 곳에 모두 사용했다. 내 힘으로 번 돈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쓴다는 것 자체가 그때에는 즐거웠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입 재수를 위한 학원비를 벌기 위해 강남역 레스토랑에서 반년 간 일했을 때는 목적이 분명했기 때문에 돈을 차곡차곡 모았다. 그 당시에는 계좌 이체가 아닌 현금으로 페이를 받았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묵직한 봉투가 내 손에 쥐어졌고 일부 생활비를 제외하고 모두 통장에 넣었다. 시급 2,000원도 안되던 시절이었지만 반년간 일하고 모은 돈으로 남은 반년은 학원을 잘 다닐 수 있었다.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도 학비를 벌어야 했기에 남는 시간을 이용해서 계속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중 저녁에는 매일 학과 프로젝트를 진행했기 때문에 주말과 방학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를 했고 이런저런 장학금 제도를 잘 활용해서 다행히 졸업 이후에는 학자금 빚은 생기지 않았다. 통장 쪼개기의 개념은 아마도 이때부터 생겼던 것 같다. 누가 가르쳐 준 적도 없고 검색해서 알게 된 것도 아닌데 돈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지갑을 여러 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현재 내가 유지하고 있는 통장은 정기예금을 포함한 예금통장 9개, 적금통장 4개, 투자 통장 2개다. 처음에는 예금 3개와 적금 1개 정도를 유지했는데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하면서 돈을 구분해서 사용해야 할 항목이 늘어났고 통장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통장이 많으면 더 복잡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용도에 맞게 계좌 별명을 설정하고 월급 받은 돈을 일괄적으로 자동이체에 등록을 해 놓으면 하나의 통장에서 여러 용도로 사용하는 것보다 돈을 관리하는 것이 훨씬 더 편리하다. 

세부 항목으로 나누면 많지만 통장의 용도를 큰 카테고리로 나누면 '월급, 비상금, 취미, 저축, 기능, 적금, 투자' 총 7개의 항목으로 분류할 수 있다. 월급으로 들어온 돈들이 다른 6개의 하위 통장으로 일정 날짜에 자동이체가 되도록 하면 월급이 끊기지 않는 한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할 수 있다. 직장을 그만두게 되어 잠시 월급이 끊기더라도 저축과 비상금 통장이 있기에 저축 금액에 따라 최소 3개월은 무리 없이 생활이 가능하다. 통장 개수별로 정리해 보면 월급 1개, 비상금 2개, 취미 1개, 저축(정기예금 포함) 2개, 기능 3개, 적금 4개, 투자 2개다.

01. 월급통장
월급은 말 그대로 월급이 들어오는 통장이다. 월급을 포함한 모든 수익은 이 곳으로 들어오게 하고 들어오는 대로 쪼갠 통장의 용도에 맞게 바로 이체를 한다. 이렇게 이체를 해야 어디에서 들어온 돈이고 어디로 저금이 되었는지 파악할 수 있다.

02. 비상금통장
비상금은 총 2개의 통장을 사용한다. 생활비가 떨어졌을 때 1차 비상금을 쓰고 1차 비상금이 떨어지면 2차 비상금을 쓰는 형태다. 비상금을 쓴다는 것은 내가 생활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위험 신호라고 보면 된다. 1차까지 쓰는 경우도 많지 않지만 아주 가끔은 부득이하게 2차까지 쓰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비상금은 말 그대로 비상금이지 생활비가 아니다. 최대한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생활비가 남거나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경우 비상금으로 넣으면 정말 위급할 때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03. 취미통장
많은 사람들이 비싼 물건을 구입할 때 신용카드로 할부 결제를 한다. 하지만 나는 구입하고 싶은 물건이 있을 때 취미 통장을 이용한다. 한 달에 일정 금액씩 적금을 부어서 만기 해지된 비용을 취미 통장에 저금하면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이 있을 때 한 번에 구입할 수 있다. 빚을 지고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내 돈으로 구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입 만족도가 훨씬 더 높고 돈을 관리하는 것도 훨씬 편리하다.

04. 저축 통장
정기 적금을 통해 모은 돈이 만기 해지가 되었을 때 일부는 정기예금으로 보내고 일부는 자유예금으로 별도로 유지한다. 정기예금은 이자율이 높은 대신 돈을 빼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경조사비를 포함해 예상치 못하게 크게 돈이 나가야 하는 경우에는 자유예금 통장을 사용한다. 어떤 분들은 경조사비 통장을 따로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이 부분 역시 자기 사용 패턴을 고려하면 좋다.

05. 기능통장
직장을 다니다 보면 개인통장을 통해 공동의 돈을 관리하는 경우가 생긴다. 직장마다 유형이 다르기는 하지만 이럴 경우 별도의 기능 통장을 만들어 놓으면 돈을 관리하는 것이 편리하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집 인테리어 관련 물품을 구입하는 비용과 여행을 갈 때 쓰는 통장을 추가로 개설했다. 두 개 모두 처음에는 저축 통장에 통합해서 사용했는데 몇 년 사용을 해보니 구분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매월 일정 금액을 저금을 한 후 필요할 때 사용한다.

06. 적금통장 
저축과 연계된 비상금과 취미 적금이 2개 있다. 일정 비용 매월 적금 통장에 붓고 만기가 되면 각각의 용도에 맞는 자유예금 통장으로 옮긴다. 취미 적금으로 모은 돈으로는 평소에 사고 싶었던 태블릿, 고가의 헤드폰 같은 전자기기를 구매하고 스마트폰도 이 돈으로 자급제용을 구입한다. 스마트폰 같은 경우 대리점에 가서 지원금을 받고 일정 기간 비싼 정액 요금을 쓰는 것보다 자급제용을 구입 후 알뜰폰의 저렴한 요금제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절약이 된다.
그 외에도 집 구입용 적금과 하늘숲추모원 적금이 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묘지를 5년 전쯤 국립 수목장으로 이장했는데 가족목 기준으로 15년 관리비가 대략 230만 원가량 된다. 15년이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15년 후 230만 원을 바로 마련하려면 의외로 부담이 될 수 있기에 이장을 했을 때부터 월 1만 원씩 적금을 붓고 있다.  

07. 투자통장
월급 이외의 추가 수익이 생기는 경우는 모두 투자 통장으로 모은다. 추가 수익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모인 돈으로 주식이나 펀드 같은 투자 용도로 사용하는데 절대 다른 통장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원칙을 지킬 수 없다면 투자 통장을 만드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자기 관리가 되지 않으면 투자통장은 모든 돈을 빨아먹는 거대한 블랙홀이 될 수 있다. 

얼마 전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에 아이돌 그룹 구구단의 김세정 씨가 나와서 통장 쪼개기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많은 분들이 통장 관리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가지게 된 것 같다. 방송에서는 분량을 위해서 일부러 은행에 찾아간 것 같지만 대한민국은 모바일을 포함한 인터넷 뱅킹 시스템이 아주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일부 서비스를 제외하고는 집 안에서도 모든 통장을 관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나는 방송을 보지 못했지만 20대 때부터 통장을 9개로 쪼개서 관리하는 김세정 씨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이돌이 아니라 어떤 분야로 가더라도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통장을 쪼개는 방법은 기본적인 규칙이 있지만 우선 자기의 생활패턴을 잘 알아야 한다. 비싼 명품 옷이라도 자기 스타일과 맞지 않으면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것처럼 통장 쪼개기도 자기의 라이프 스타일을 제대로 파악하고 쪼개는 것이 좋다. 통장의 수는 자기 생활 패턴, 재정 수익, 인간관계와 연관이 깊다. 이런저런 글들을 봐도 잘 모르겠다 싶으면 통장 관리를 잘하는 지인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규칙은 하나다. 들어온 돈은 필요에 따라 구분해서 저금하는 것이다.


적절한 소비를 하면서 돈을 모으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부분은 내가 '순간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때 돈을 쓰기 어렵게 하거나 불편하게 하는 것이다. 말만 보면 앞부분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지만 사용 과정을 보면 그렇지 않다. 계좌별 별명을 설정하고 자동이체를 하는 것은 돈을 구분하고 사용하는데 편리하지만 한 달 생활비가 떨어졌을 때 비상금을 가져오거나 적금을 깨야 하는 상황은 불편하다. 이 불편한 과정이 있어야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브레이크를 걸 수 있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절약하며 소비한다는 것 (feat. 당근마켓)

많은 사람들이 돈을 모으고 싶어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조금은 덜 노력하고 많은 돈을 벌어서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런 방법은 없다. 그리고 그렇게 돈을 버는 방식은 대부분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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