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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관객/불완전한사서들

나는 편의점에 간다 | 김애란

by 식인사과 2013.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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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리마스터판)

스물다섯의 나이로 등단해 각종 상을 최연소로 휩쓸고, 문단은 물론 두터운 독자층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김애란의 첫 소설집 <달려라, 아비>가 새롭게 단장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www.aladin.co.kr

 

p. 33

하루에도 몇 번씩 편의점에서 오가는, 내가 한 번쯤 만났을 수도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는 사람들. 그 중에는 조금 전 비디오방에서 섹스를 한 뒤 같이 컵라면을 나눠먹는 어린 연인도 있을 테도, 근처 병원에서 아이를 지운 뒤 목이 말라 우유를 사러 온 여자, 아버지께 꾸중듣고 담배를 사러 온 백수 총각, 얼굴을 공개한 적 없는 예술가나, 실직자, 간첩, 심지어는 걸인으로 위장한 예수조차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편의점은 묻지 않는다. 참으로 거대한 관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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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대학교 문창과 수업을 들을 때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내가 자주 가는 편의점을 떠올린 기억이 난다. 학교 앞 동네 편의점 GS25시- 몇 년간은 아이들이 가는 것이 귀찮았는지 쌀쌀맞게 대하던 주인 아저씨가 바로 옆에 CU 편의점이 들어오자마자 친절한 미소를 얼굴에 담기 시작한 것도 이 부분을 읽었을 때였던 것 같다. '거대한 관대' 속에 편의점도 단골이 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이 단편 소설을 읽고 처음 했다. 왠지 편의점에 가서 천사백원짜리 햄버거와 컵누들 하나, 사이다를 먹고 싶은 날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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