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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천개의공감

이날치 밴드 | 판소리와 그루브의 환상적인 하모니, 유퀴즈에 소개된 조선의 힙스터

by 식인사과 2020.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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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날치밴드 페이스북 페이지 커버 사진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보다가 <'조선 클럽 음악'에 세계가 들썩, '이날치' 일냈다>라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조선 클럽 음악'이라는 단어가 신선해서 들어가 봤더니 한국관광공사의 홍보영상으로 주목을 받으며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이날치 밴드에 대한 기사였다.

 

7월 30일에 한국관광공사tv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범내려온다' 서울편은 업로드와 함께 인기를 끌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나도 그 당시에 이 영상을 보면서 힙하고 참신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처럼 인기를 끌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은 한국관광공사에 올라간 영상의 총조회수가 2억 7천만 회가 된다고 한다.

 

요즘 인기 있는 아이돌의 뮤직비디오 영상이 몇 천만회를 쉽게 찍기는 하지만 대중적으로 비인기 장르인 판소리를 기반으로 한 퓨전 음악이 이 정도의 인기를 얻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인 것 같다. 요즘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1일 1깡 대신 1일 1범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소위 말해서 대박이 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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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영상을 봤을 때는 춤을 추는 분들과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동일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사를 보고 관련 내용을 찾아보니 한국관광공사의 제안을 받은 이날치 밴드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에게 협업을 요청하면서 만들어진 영상이라고 한다.

 

이날치밴드의 참신한 퓨전 판소리도 매력적이지만 영상이 이렇게 인기를 끈 것은 판소리의 숨겨진 그루브를 단순하고 힙한 동작으로 승화시킨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안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본 모든 힙한 영상, 음악, 콘텐츠 중에 가장 힙하다.

 

이 영상의 원조는 온스테이지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아래 영상이다. 아래 영상을 먼저 발견하고 관광공사의 홍보 영상으로 만들 생각을 한 기획자에게는 정말 엄청난 포상을 줘야 한다. 이날 작업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이날치밴드의 음악을 미리 듣고 안무를 짠 상태에서 당일날 작업해서 하루만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서로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의 협업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고등학생 시절 풍물패 동아리에 들어가면서 국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한 때는 국악인이 되겠다고 꿈을 꾼 적도 있었다. 그 때 한참 국악에 대해 공부하면서 퓨전 국악의 매력에 푹 빠졌다. 퓨전 국악의 시작은 거슬러 올라가면 서양 음악의 작곡법이 도입된 1930-40년대부터라고는 하지만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90년대부터였다고 생각한다. 

 

출처 : 난타 홈페이지

 

1997년 영국의 스텀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사물놀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넌버멀 퍼포먼스 '난타'가 대박이 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퓨전 국악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고 이후에 정말 다양한 퓨전 국악팀이 등장했다. 하지만 그 당시 내가 가장 관심 있게 본 퓨전 국악 아티스트는 젊은 국악인도 아닌 한국 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의 '치키치키차카차카' 노래로 많이 알려진 가수 김수철이다.

 

김수철은 대중 가수로 이름이 알려졌지만 어느 순간부터 국악에 심취에 실험적인 퓨전 국악 음반을 지속적으로 발매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 때 구매한 불림소리, 팔만대장경 등의 앨범을 가지고 있다. 그 당시 인터뷰 기사를 떠올려보면 대중가요로 번 돈을 모두 퓨전 국악을 만드는데 썼다고 한다.

 

김수철은 그렇게 37년간 국악을 현대화한 음악을 작곡해온 퓨전 국악계의 대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우리 가락인 산조의 형식에 기타의 선율을 올린 '기타산조'라는 장르를 새롭게 만들기도 했다.

 


이날치밴드의 음악을 들으면서 가장 먼저 '아마도이자람밴드'가 떠올랐다. 퓨전 판소리의 대중화에 앞장선 이들은 여럿 있었지만 이 장르의 대중화에 가장 크게 기여한 국악인을 뽑자면 난 주저 없이 이자람 아티스트를 뽑는다. 2008년 브레히트의 희곡 '사천의 선인'을 각색해서 만든 '사천가'는 해외 유명 페스티벌에서 초청받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고 국내에서도 모든 좌석이 전석 매진이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창작 판소리였다.

 

난 6년만에 재공연에 들어간 2013년도 공연을 보러 갔는데 아직도 그때의 감동이 잊히지 않는다. 기회가 되면 또 보러 가고 싶은데 7년이 지난 지금도 재공연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판소리] 전통의 소리- 이자람의 '사천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난 이 공연을 보다가 인티미션 시간에 페이스북에 이런 말을 남겼다. 이자람씨가 선생님 반열에 들 20년 후가 되면 '사천가'가 지금의 판소리 여섯마당과 당당하게 어깨��

vavobox.tistory.com

 


기존의 퓨전 음악이 양악과 국악이 한 자리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느낌이라면 이날치밴드의 음악은 드래곤볼의 퓨전 기술처럼 두 음악이 완전히 합쳐진 느낌이다. 멜로디 파트는 온전히 판소리에 맡기고 리듬은 드럼과 베이스만 이용해 밴드가 담당한 것이 좋은 전략이었던 것 같다.

 

이런 음악이 가능했던 것은 한국형 아방가르드 음악의 상징인 '어어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퓨전 민요 밴드 '씽씽'을 이끌었던 장영규 음악 감독 덕분이다. 오랜 기간 국악과 양악의 경계에서 다양한 실험을 해 온 그가 있었기에 지금의 이날치 밴드가 존재할 수 있었다. 


아래 유튜브 채널은 한국관광공사에서 해외 여행객들에게 홍보를 하기 위해 별도로 만든 영어 채널이다. 이날치밴드와 한국관광공사가 콜라보한 다른 영상이 궁금하면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된다.

 

 

Imagine your Korea

Imagine your Korea! Imagine your Korea is Korea’s official tourism brand developed by the Korea Tourism Organization (KTO).

www.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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