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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기술연구소/기계공방

마이크로소프트 희대의 망작 '서피스RT'를 보내며

by 식인사과 2021.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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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지난 기계들을 수집하는 것이 취미다 보니 남들에게 없는 기계들이 제법 많은 편이다. 나중에 기계 박물관이라도 차려야지 싶었는데 수시로 관리를 하지 않으면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거나 아얘 전원이 나가는 경우가 있다. 가끔씩 쓸모없는 기계에 시간을 쏟는 나를 보며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소장 가치가 없는 것들은 처분하기도 한다. 이번에 처리하기로 한 제품은 출시 때부터 논란이 많았던 서피스RT다.


서피스RT는 출시 당시 일반적은 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없는 반쪽짜리 윈도였음에도 서피스 프로의 외모에 가벼운 무게, 파격적인 가격 때문에 인기가 제법 좋았다. 한쪽에서는 망작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가성비 좋은 제품이다라는 등 의견이 분분했지만 출시 이후 대략 7년이 지난 시점에서 평가해보자면 망작이 맞다. 

 

 

 

나는 서피스RT를 출시된지 2-3년 전쯤 지난 후 회의 때 노트 필기를 할 용도로 중고 제품을 구입했다. 구입 당시 8만 원 정도 주었던 것 같다. 노트필기용으로 구입했지만 정작 제대로 사용한 적은 없다. 무늬만 윈도였던 RT버전이었기 때문에 카톡이나 한글 같은 일반적인 응용 프로그램이 전혀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윈도의 모양을 한 안드로이드 태블릿이라고 하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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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기계가 예쁘고 타입 커버의 손맛도 좋아서 웹 버전으로 들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활용해서 가끔씩 사용한 적은 있다. 이후 노트북과 태블릿이 별도로 생기면서 보관만 하고 있었는데 새해 기념으로 기계들을 하나둘씩 정리하면서 얼마 전에 당근에 물건을 내놓았다. (하지만 아직 아무도 연락이 오지 않는다. 내가 RT를 모르면 사지 말라고 엄포를 놓아서 그럴지도...)

 

 

 

기계 자체는 매우 예쁘게 잘 만들어져서 사후 지원이라도 해주었으면 지금이라도 서브용으로 계속 썼을 텐데 마이크로소프트도 본인들의 실수를 자각했는지 이 제품을 끝으로 RT는 사라졌다. 지금의 고급스러운 서피스 제품들을 보면 어떻게 이런 제품을 만들었을까 싶다.

 

 

출시 당시 이 제품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점은 아래 보이는 것처럼 오피스 제품이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오피스로 문서 작성을 주로 하는 사람들이라면 RT는 제법 활용도가 높은 제품이기는 하다. 그리고 태블릿 PC였지만 USB 포트가 있어서 확장성이 좋았고 무엇보다 서피스 프로에 비해 300g이나 가볍다.

 

무엇보다 가격에 비해 제품의 만듦새가 너무 좋다. 몇 년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처리하지 못했던 것은 제품의 전체적인 마감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애플의 아이패드만큼 소유하고 있는 것 자체로 기분이 좋아지는 기기다.

 

 

 

안녕, 서피스RT!

이렇게 하나둘씩 정리하다 보면 언젠가 기계들을 모두 팔아버리겠지 싶지만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내 책상 앞에도 중고 스마트폰이 4대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새 것을 보면 사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게 생기지 않는데 버려질 것 같은 낡은 것들은 이상하게 가지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돈이 많이 들지 않아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확실히 이상한 취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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