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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학교/수업과교실

자전거여행- 달려라, 몰라!

by 식인사과 2013.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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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9일부터 12일까지 몰라는 일곱번째 여행을 떠났다. 방학을 하자마자 다음 날 출발이라서 준비가 만만치 않았지만 작년에 길잡이 교사로 오신 배고파 선생님의 도움으로 여행 준비를 잘 마칠 수 있었다. 이번 자전거 종주 코스는 과천에서 속초까지였는데 거리만 해도 214.5km 였다. 사실 자전거 평균 속도를 시속 10km로 잡고 하루에 6시간 정도만 달려도 종주가 가능한 거리였기 때문에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몰라 친구들 대부분 처음 가는 여행이었기 때문에 시작부터 왠지 험난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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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9일 아침 8시, 과천도서관 앞에서 모두 모였다. 늦게 오는 친구들도 있고 예상보다 정비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출발이 한 시간 정도 늦어졌지만 모두들 셀레는 마음은 한가득! ㅎㅎ  출발하기 전 배고파쌤이 안전사항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지만 모두들 자전거 여행이 처음인지라 마냥 신나서 칠렐레팔렐레 정신이 없다. 다행히 날씨가 선선해서 자전거 여행을 하기에는 딱 좋았는데 이번 여행은 여행이 끝날 때까지 날씨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도서관 앞에 양재천으로 내려가면 자전거 도로가 있다. 자전거 타는 사람이 많아져서 그런지 일반 도로처럼 이렇게 2차선으로 되어 있는데 이 길은 한강까지 이어져 있다. 달리는 동안 주변 경치도 좋고 방해물도 없어서 신나게 달릴 수 있었는데 꼭 종주 여행이 아니더라도 라이딩을 하기에는 최적의 코스인 것 같다 ㅎㅎ

 

 

 

 

1시간 정도 쉬지 않고 달리니 한강에 도착했다. 휴! 맨 뒤에서 달리다 보니 후미로 쳐지는 아이들을 챙겨야 했는데 그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한강에 도착하자마자 기진맥진 ㅠ.ㅠ 이제 10km 정도 달렸다는 말에 온 몸이 후덜덜 ㅋㅋ 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멀쩡하다. 역시 젊음이 좋쿤!

 

 

 

 

작년까지만 해도 도심 속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는 도심 속에서 몇십만원짜리 고가 자전거를 타며 출근하는 것이 나에게는 다소 낯설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전거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고가의 자전거를 꼭 구매해야 한다는 논리 역시 좀 사치스럽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작년 센터에서 진행이 되었던 자전거 여행으로 학교에서 이런저런 갈등이 생기면서 자전거를 더욱 싫어하게 되었다.

 

아이들 촬영을 하면서 활짝 웃고 있는 사진 속 배고파쌤은 이번 자전거 종주 코스인 과천에서 속초까지의 거리를 하루만에 주파할 수 있는 자전거 전문가이시지만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그런 본인의 능력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다. 혼자 빨리 달리기보다는 천천히 함께 달리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즐기는 배고파쌤의 자전거 철학을 가까이에서 접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고 덕분에 자전거도 다시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에게 배고파쌤은 취미 삼아 레저로 즐기는 다른 전문가들과 달리 자전거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좋아하는 '전인'에 가까워 보였던 것 같다. 몰라에게 멋진 여행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해요!

 

 

 

팔당대교 근처에 도착하니 아이들이 모두 뻗었다. 그러면 그렇지 ㅋㅋ 이제 반나절 달렸을 뿐인데 이 정도인데 이제 남은 거리는 어떻게 달릴지 이 모습을 보면서 대충 상상이 되었다. 그래도 낮잠이 참 달콤해 보이는군하!

 

 

 

 

양재천 자전거 코스도 좋지만 팔댕대교를 지나면 나오는 남한강 자전거 코스가 참 좋다. 이 길은 기차가 달리던 길을 포장해서 만든 자전거 도로인데 중간중간 서늘한 터널도 지나고 국수나 막걸리 같은 먹거리도 판매를 한다. 경치, 정취, 운치 모두 좋은 곳이라서 나중에 한 번 더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이면 전철에 자전거를 들고 탈 수 있다고 하니 양평역까지 전철로 가서 한강길 따라 쭉 달려도 좋을 듯 ㅎㅎ

  

 

 

 

첫 숙소는 오빈1리 마을회관이었다. 따로 씻을 공간이 없어서 처음에는 으악! 했지만 덕분에 웃통 훌렁 벗고 등목을 할 수 있어 좋았다. 몰라 친구들 모두 남자친구들이라 이런 점에서는 여행 할 때 참 편리하다. 이성 친구 눈치 볼 필요가 없으니 옷도 막 벗고 말이지ㅎㅎ 그런데 어린 놈들이 왜 이리 몸들이 좋으신지 몸은 호리호리해도 근육이 짱짱맨!

 

 

 

 

다음 날 아침- 일찍 출발해야 했기 때문에 아침은 핫도그로 먹었다. 식빵에 구운 소시지를 넣고 잘게 썬 파프리카와 양파를 넣은 후 소스를 듬뿍 바르면 끝! 자전거여행으로 허기져서 그런지 생존을 위해서 모두들 열심히 먹고 있다 ㅎㅎ 

 

 

 

 

마을회관 앞에서 기념 샷 한 컷, 찰칵! 오빈1리 마을은 마을 인심이 후한 동네였다. 우리가 간다고 하니까 마을회관도 깨끗이 청소해주시고 이장님도 친절하게 우리를 맞이해주셨다. 마을 회관 앞에는 직판장도 있어서 간단한 먹거리를 구매할 수 있고 족구장도 있어서 놀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무엇보다 마을 분들이 따뜻하게 맞이해주신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동안 다양한 여행을 다니면서 여러 마을을 돌아다녀봤지만 이렇게 친절하고 따뜻하게 맞이해주시는 곳은 여기가 처음인 듯 ㅎㅎ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어제까지는 자전거도로를 달려서 비교적 쉽게 달릴 수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국도를 달리는 터라 긴장이 많이 되었다. 차들이 너무 쌩쌩 달리는 국도의 갓길을 달리다보니 아이들도 바짝 긴장해서 저절로 한 줄 대열이 만들어졌다 ㅋㅋ 그렇게 달리다보니 어느새 도착한 홍천군! 홍천군 전체가 그렇지 않겠지만 우리가 가는 코스에 있던 음식점, 휴게소, 펜션 모두 인심이 거지 같아서 홍천에 대한 인식이 아직까지 좋지 않다. 그지 깽깽이 같아 가지고 말이지- 아직도 화가 나네 @.@

 

 

 

 

배고파쌤 말로는 홍천이 숯이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점심은 화려하게 화로구이를 택했다. 그런데 공기밥 여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기부터 팔려는 음식점 사장의 욕심에 어쩔 수 없이 냉면 한 그릇씩 다시 시킬 수 밖에 없었다.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지만 그래도 밥을 먹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 아이들이 자전거를 끌고 힘들게 들어오는 것을 충분히 봤음에도 불구하고 고기부터 팔려는 사장님의 비양심적인 행동 때문에 엄청 화가 났지만 아이들 앞이라 참기로 했다. 조만간 블로그에 최악의 음식점으로 소개해주겠어!

 

 

 

 

생각보다 차가 너무 빨리 달려서 경광등을 사려고 했지만 쉽게 구매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배고파쌤이 내 후레시와 자전거 안전등을 막대기에 부착해 임시로 경광등을 만들었다. 오오- 센스 만점!

 

 

 

 

신나게 달리다가 재미있는 휴게소를 발견했다. 휴게소 이름은 청정조각공원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공원 전체에는 남근상이 가득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남근상부터 남근 형태로 만들어진 분수대도 있고 휴게소 안으로 들어갔더니 남근 형태로 된 온갖 기념품들을 팔았다. 자세히 알아보니 여기에 거주하시는 작가분께서 심혈을 기울여 조각들을 만들고 계셨는데 아무튼 이런 남근 퍼레이드를 첨은 본 우리로서는 음... ㅋㅋㅋ

 

 

 

 

청정조각공원에서 달리자마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잘 달릴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빗 속을 달리니까 아이들이 더 신났다. 나도 처음에 점점 옷이 젖을 때는 찝찝한 마음이 먼저 들었는데 온 몸이 모두 젖으니까 나도 모르게 괴성을! 이야야야야야!

 

 

 

 

 

이번 여행에 얼껄결에 따라왔다가 봉변(?) 당한 차차쌤 ㅋㅋ 이번 여행의 유일한 여자 멤버였는데 여행 내내 너무 힘들어하셨다. 하긴 나도 힘들어 죽을 것 같았는데 여자 몸으로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입으로는 계속 툴툴대면서도 결국 이번 종주를 함께 마칠 수 있었다. 님 좀 짱인 듯! 

 

 

 

 

세번째 숙소였던 인제 설하 산장- 홍천을 넘어 인제로 들어오니 인심이 완전히 달라졌다. 사장님께서는 아이들이 자전거를 끌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시더니 숙소도 저렴한 가격으로 독채를 빌려주셨다. 우리가 예상 외로 일찍 도착해서 바로 숙소에 들어갈 수 없자 작은 방들을 무료로 먼저 빌려주시기까지 했다. 펜션을 시작하신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시던데 어찌 이리 인심이 좋으신지 ㅎㅎ 사장님, 사랑해용! 국도 바로 옆에서 있어 찾기도 쉽고 걸어서 오분 거리에 편의점도 있기 때문에 인제에 갈 일 있으신 분들에게 꼭 추천한다.

 

 

 

 

숙소 뒷편에는 정말 물놀이하기 딱 좋은 냇가도 있었다. 계속 비가 와서 물이 불어 있는 상태라 편하게 놀기에는 좀 위험했지만 평소 비가 오지 않았을 때는 가족끼리 와서 물놀이를 많이 한다고 한다. 아무튼 엄청 재미있게 놀 수 있어 즐거웠던 시간! ㅎㅎ

 

 

 

 

 

물놀이를 마치고 숙소 뒷편 잔디밭에서 찍은 연출샷! 온 몸이 젖으니 어디든 벌렁벌렁 누울 수 있다 ㅋㅋ 정말 편안해 보이는 군!

 

 

 

 

이 날이 마지막 숙박이기 때문에 기념으로 근처 중국집에서 배달을 시켰다. 이 숙소는 신병교육대 퇴소식 때마다 장병들이 잠시 가족들과 머물고 가는 공간이기 때문에 중국집 말고도 다양한 음식들을 주문해서 시켜 먹을 수 있었다. 차로 오분만 가면 제법 큰 마을(원통리)이 있기 때문에 급하게 구하고 싶은 물건이 있어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참- 이 마을에는 자전거 수리점도 있으니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ㅎㅎ

 

 

 

 

 

출발하기 전 미시령 고개에 대해 하다 많이 들어서 어떤 고개일까 굉장히 궁금했다. 인제 숙소에서 조금만 달리니까 바로 미시령 입구에 도착했는데 오르막만 3km.. 후덜덜.. 자전거 전문가들도 쉬지 않고 한 번에 올라가기는 힘들다고 하는데 배고파쌤 말고도 한 친구가 한 번도 쉬지 않고 미시령 고개를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와우, 멋져! 나는 처음부터 걸어서 올라갔는데 풍경이 좋아서 걸어서 올라가는 것도 괜찮은 선택 같았다. ㅎㅎ

 

 

 

 

자전거 여행, 정말 힘들다. 도보 여행도 많이 힘들었지만 내가 체력이 많이 부족해진 건지 나에게는 자전거 여행이 더 힘들었다. 하지만 힘들었던 만큼 미시령에 올랐을 때 성취감도 더 컸던 것 같다. 미시령까지 오면서 힘든 마음에 툴툴거리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미시령에 오르자마자 모두들 엄청난 괴성과 함께 그 동안의 고생을 한 방에 날려 버릴 수 있었다. 이야호야호야호! 

 

 

 

 

 

미시령은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더 힘들다. 급경사 내리막길이 9km 정도가 되다 보니 두 손으로 브레이크를 꽉 잡고 천천히 내려가야 한다. 조금만 방심해서 브레이크를 놔버리면 마치 차가 급발진하는 것처럼 속도가 확 올라간다. 이날 미시령에는 안개가 굉장히 많았는데 안개를 뚫고 달리다 보니 마치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어가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오묘하고 신비한 호아상의 세계, 미시령- 안녕!

 

 

 

 

속초 해수욕장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은 더 이상 달릴 도로가 없다며 한 무리 물개떼들처럼 바다에 몸을 던졌다 ㅎㅎ 미시령에 도착했을 때 느꼈던 성취감을 또 느낄 수 있었는데 그 동안 바짝 긴장했던 마음이 바다와 함께 풀어지는 느낌도 동시에 들었다. 진짜 도착했구나. 진짜 우리가 속초에 왔어! 물놀이를 마치고 근처 샤워장에서 시원하게 몸을 씻은 후 점심을 먹으로 인근의 맛집이라고 알려진 음식점을 찾았다. 아아- 드디어 우리가 물회를 먹으로 왔어요 ㅋㅋ 

 

 

 

 

멍게, 해삼 등 다양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가 있는 물회! 그래, 내가 이 힘든 자전거 여행을 했던 이유가 바로 너였다니까 ㅋㅋ 사실 다른 친구들이 시킨 따뜻한 전복 해장국이 더 땡겼지만 내 목표를 배신할 수가 없어서 요 녀석을 주문했다. 가격은 만 오천원- 뜨악! 가격은 다소 비쌌지만 고생 끝에 먹어서 그런지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자전거 여행은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 돌아와서 일주일 동안은 허벅지가 뻐근해서 잠잘 때마다 은근한 통증이 느껴졌는데 그만큼 내 몸도 많이 무리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평소 자전거를 많이 타서 훈련된 사람들이 아닌 일반인들은 종주를 하기 전에 자기 체력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혹시나 해서 우리처럼 초짜 여행객들이 있을까봐 준비 과정 및 예산이 담긴 파일들을 올린다. 혹시나 사용하게 된다면 댓글 하나 정도만 부탁드린다 ㅎㅎ

 

2013_몰라여행계획표_7번째.pdf

달려라몰라-여행정리.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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