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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학교/수업과교실

상큼발랄 문화제, 해피로드페스티발!

by 식인사과 2013.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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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터길 문화제를 생각하면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2009년 문화제팀에 처음 합류하면서 느꼈던 막막함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연극 연출과 축제 기획은 엄연히 다른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연극을 전공했다는 이유로 들어오자마자 바로 학생들이 준비하는 문화제 기획팀에 홀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내리 3년 동안 문화제를 전담하면서 참 욕도 많이 먹었다 ㅎㅎ 생각해보면 그 덕분에 교사로서 빨리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고 부모와 학생의 취향과 욕구는 물과 기름과 같다는 것 역시 빨리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당시 문화제 팀은 연출, 기획, 스탭 회의, 컨셉 회의와 같은 개념조차 없어서 우리가 왜 축제를 하려고 하는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왜 하려고 하는지부터 시작해야 했는데 그 지난한 과정을 밟고 꾸준히 축제를 만들다보니 어느새 학생들이 멋진 축제 기획자가 되어 있었다. 이번 축제는 그런 노력의 결실이 가장 알뜰하게 맺어진 행사가 아니었나 싶다 ^-^* 이름하야 '전설의 카페'! 

 

제 7회 해피로드페스티발 '전설의 카페'가 7월 6일 내손2동주민센터에서 열렸다. 그 동안은 먼 거리, 열악한 공연장에서 축제를 준비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번 공간은 빌려주시는 분들도 친절하고 건물도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장비들이 최신식으로 구비되어 있었다. 만세! 축제의 제목은 그 때 그 때 문화제 기획팀 회의에서 컨셉을 정하면서 결정이 되는데 '별이 빛나는 밤에', '불타는 밤 비는 내리고', '더 로드 15세 공작의 기막한 만찬' 등 재미있게 작명한다. 내년에는 어떤 작명을 하게 될까. ㅋㅋ

 

이번 축제는 전시와 공연이 한 장소에서 모두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축제 시작 전 문화제 기획팀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번 문화제팀은 단체티를 맞춰서 등짝에 'STAFF' 글씨를 새겨 넣었는데 그걸 보면서 얼마나 뿌듯하던지 ㅎㅎ 스탭은 무대 위에 서는 사람의 보조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공연자'라는 것을 계속 강조해 왔는데 그런 것이 알게 모르게 작용한 걸까. 아무튼 스탭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학생들이 매우 이뻐 보인다 ^^* 

 

 

 

 

문화제 초기 때만 해도 전시나 공연할 것들이 별로 없어서 조금은 억지스럽게 파트를 만들어서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부탁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교육과정이 풍부해고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면서 수업에서 나오는 것들로만 문화제를 채워도 할 것들이 넘쳐나곤 하는데 그러다 보니 문화제 참여를 원해도 준비 부족으로 퀄리티가 떨어지면 가차없이 떨어진다 ㅋㅋ 

 

 

 

 

공간디자인 수업에서는 학기말 결과물로 나온 옥상 미니어쳐를 전시했다. 축제 중에는 오퍼실을 담당하느라 정신이 없어 사람들의 반응을 보지 못했는데 부모님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주셨다고 한다. 내가 생객해도 이번 학기 학생들은 미니어쳐 정말 잘 만들었다. 나의 허접한 디자인 수업을 들으면서 이런 걸 만들다니.. 이건 정말 대단한 거다 ㅋㅋ 우왕굿!

 

 

 

 

이번 학기에 새로 개설된 클레이아트- 여자 친구들이 주로 들어서 그런지 결과물 역시 훌륭하다. 이런 것을 보면 확실히 성에 따른 작업의 꼼꼼함은 타고난 것이 아닌가 싶다 ㅋㅋ 나도 배우고 싶소!

 

 

 

 

빵이랑 과자랑 수업은 배움터길의 대표 인기 수업이다. 수업이 끝날 때마다 한가득 먹을 수 있는 빵과자가 생기는 것이 수업을 듣는 중요한 이유겠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수업을 진행해주시는 쿠키쌤의 친절한 카리스마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에 대한 애정으로 하나하나 꼼꼼하게 빵과자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시는 쿠키쌤, 감사합니다!!  

 

 

 

 

축제는 배움터길에서 규모가 가장 큰 행사다. 학생과 교사 모두 참여하고 부모님들도 그 어떤 행사보다도 가장 많이 보러 오신다. 그만큼 쓰레기도 많이 나와서 축제가 끝나면 쓰레기가 어마어마하게 나오는데 이번에는 쓰레기 분리팀이 따로 기획이 되어 쓰레기를 버릴 때부터 분리수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랬더니 쓰레기의 양이 반 이하로 줄었다. 쓰레기는 없다! 만세! 

 

 

 

 

축제가 시작되기 전 이번 축제를 기획한 차차와 레미가 기획팀 아이들을 불러모아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 ㅎㅎ 작년까지만 해도 축제 준비를 한달 전부터 해서 시간이 매우매우매우 빠듯했는데 올해는 여름학기 시작하자마자 준비가 되면서 안정적으로 진행이 되었던 것 같다. 축제 기획하시느라 고생하신 차차와 레미에게 박수! 짝짝짝!!

 

 

 

 

안내 데스크를 세팅하고 났더니 조금씩 손님이 오고 있다. 안내 데스크에서는 아이들이 만든 문집이나 교사들이 만든 잡지, 공동체 관련 제안서들이 놓인다. 교사와 학부모님들도 부분적으로 돕긴 하지만 역시나 메인은 학생들이다. 싱글벙글!

 

 

 

 

컨셉이 카페이기 때문에 축제 전체 분위기를 카페 개업식처럼 만들었다. 그래서 1부 행사가 시작되기 전 학부모대표, 축제 총 연출, 학생회장, 교사대표, 공동체 대표가 나와서 커팅식을 했다. ㅎㅎ

 

 

 

 

코리안 타임을 능가하는 배움터길 타임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번 행사 때도 어김없이 적용됐다 ㅋㅋ 그래도 모두들 빠짐 없이 오셔서 아이들이 정성껏 준비한 전시물품들을 둘러보고 있는데 표정들이 모두 흐뭇하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행사에 대한 학부모님들의 평가는 전반적으로 좋은 것 같다. 휴!

 

 

 

 

 

탈춤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작은나무들! 작은나무는 이번 문화제가 배움터길에서 하는 첫 공연이고 본인들이 그 동안 했던 행사보다 규모가 커서 그런지 잔뜩 긴장했다 ㅋㅋ 귀여운 것들! 하지만 이번 공연 너희들이 가장 멋졌음! 짱짱! 

 

 

 

 

이강은 가면을 쓰고 우아한 클래식을 틀어주며 DJ 역할을 하려고 했는데 그만 늦잠을 자버렸다. 뒤늦게 와서 부랴부랴 곡을 틀면서 흐름을 만들어보려고 하지만 이미 버스는 출발해 버린 듯 ㅋㅋ 본인도 매우 아쉬워했는데 다음에는 늦잠 자지 마셈!

 

 

 

 

컨셉이 카페인만큼 전시장 한 구석에서는 직접 음료수를 판매하는 부스도 마련했다. 부엌이 있는 공간이 아니라서 얼음이나 컵 뒤처리를 어떻게 할까 궁금했는데 그냥 본인들이 알아서 척척척 해버리는 이 놀라운 센스를 보라! 한국인들은 사막에 던져놔도 어떻게든 생존한다고 하더니 음음음.. 옛말이 틀린 게 없군 ㅋㅋ

 

 

 

 

음료수 판매 부스 반대편에는 작은 간이 무대를 만들어서 큰 무대에 올라가기에는 컨셉이 맞지 않는 공연이나 발표를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서양미술사, 책여행, 키네시오테이핑 등의 수업이 여기서 발표를 했다. 기획 단계에서는 전체 행사장이 시끌벅적해서 발표하는 사람들이 힘 빠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마이크를 대고 조명으로 비춰주니 그래도 제범 구심력이 있는 발표 공간이 마련된 것 같다 ㅎㅎ

 

 

 

 

2부 시작 카운트 다운- 카운트다운 전에 그 동안 했었던 축제들이 자막으로 하나씩 올라가는데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했다. 벌써 7회 문화제라니... 10회 때는 10주년 기념 케이크 커팅식이라도 해야겠다 ㅎㅎ

 

 

 

 

영찬이와 상준이의 귀엽고 깜찍한 사회자 진행에 모두들 깜놀- 이 녀석들 까까머리 1학년 때의 모습이 새록새록 한데 어느새 훌쩍 커서 이렇게 큰 무대의 사회자를 맡고 있다니 또 깜깜놀! 어렸을 때 어른들이 나를 보고 언제 이렇게 컸냐는 말을 정말 많이 하셨는데 요즘엔 그런 말을 내가 학생들에게 하고 있다. 늙어가나봐, 힝..

 

 

 

 

첫 공연은 담쟁이의 에너지 수업 발표- 그 동안 수업에서 공부했던 것들을 요약해서 한 사람당 대략 30초 정도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작은나무 탈춤은 배움터길의 전통이다. 지금 졸업반 친구들도 작은나무 시절부터 탈춤을 배워 시대회, 전국대회에 나갔기 때문에 이 친구들이 추는 춤들은 거의 알고 있다. 그래서 중간중간 아이들이 대사를 까먹거나 멋진 동작을 하면 객석에서 대사를 도와주거나 절로 추임새가 나오는데 그 모습을 보는 것 또한 재밌다. 전통을 만들고 싶으면 확실히 긴 호흡이 필요한 것 같다.

 

 

 

 

문학의 향기는 책을 읽는 수업이다. 오래 전(나에게 두달은 정말 오래전이다 ㅠ.ㅠ) 일이라 어떤 책을 읽고 발표한 것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무튼 발표는 잔잔하거 편안하게 잘 진행이 된 것 같다.

 

 

 

 

세계음악은 남미, 유럽, 아프리카 등 정말 다양한 나라들의 전통 음악들을 들어보는 수업이다. 이번에는 남미 음악을 테마로 수업이 진행되었는데 남미 음악 특유의 정열적이고 역동적인 리듬이 아이들을 사로 잡은 것 같다. 남이 음악에 맞춰 열심히 춤을 추는 모습 ㅎㅎ 굿굿!

 

 

 

 

1학기 표현 플러스 수업으로 열렸던 작곡법 수업 발표 모습. 아이들이 작곡을 배우면서 편곡한 음악을 직접 연주하고 있다. 정말 스마트했는데 직접 들려줄 수 없어서 아쉬운 마음 한 가득 두가득!

  

 

 

 

이번 문화제의 가장 큰 대박을 터뜨린 난타 동아리- 9명의 친구들이 나와서 몸벌레 공연을 하는데 정말 연습을 많이 했는지 합이 딱딱딱 맞는 모습에 우뢰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학교에서 연습할 때는 교사회의가 힘들 정도로 쿵쾅쿵쾅거려서 쌤들이 은근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이 공연을 보고는 그냥 감동해버렸다 ㅎㅎ 이제 저글링도 배우고 디아볼로도 배워서 서커스 동아리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때? 응? 좋다고? 오케이!

 

 

 

 

 

작은나무 시기에는 뭘 해도 귀엽다. 작은나무 연극은 2010년 지금 솔숲 친구들이 백설공주 이야기로 대박을 치면서 전통처럼 이어져오고 있다. 올해는 스타킹을 패러디해서 대본을 썼는데 아이들의 톡톡 튀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돋보였던 공연이었던 것 같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멘토이신 이리쌤이 마치 월드컵 역전골 넣었을 때처럼 두손을 들며 기뻐하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ㅋㅋ 이리쌤, 고생하셨어용!

 

 

 

 

 

댄스 수업 발표 모습- 어떤 노래를 틀었는지 가물가물. 예전에는 학생들의 취향을 공유하겠다는 생각에서 최신 가요를 정말 많이 들었는데 최근에는 거의 듣지 못해서 그런지 최신 곡은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ㅠ.ㅠ 아무튼 이번 수업은 나현이의 재발견! 조금 느리지만 아이들의 춤을 천천히 따라하는 나현이를 보며 모두들 감동했다 ㅎㅎ

 

 

 

 

기타 동아리는 한 때 사라질 뻔한 적도 있었지만 올해 가온나무, 작은나무 여자아이들이 대거 가입하면서 다시 부활했다. 2011, 2012년 기타 수업을 맡아주셨던 쌤이 아이들의 실력을 확 끌어올려준 것이 지금의 새바람을 만들 수 있었던 계기가 아닐까 싶다. 기타쌤이 오기 전에는 기타 동아리 친구들이 항상 민중가요만 연주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많았는데 이제는 제법 감미롭고 아름답고 신나는 노래들도 많이 연주한다. 나도 기타 연주하고 싶은데.. 곰팡이 생기겠어.. ㅠ.ㅠ

 

 

 

 

 

여자 댄스 동아리 '공룡라떼를 드실까요'가 마지막 공연을 하고 있다. 여자 댄스 동아리는 문화제나 동아리 축제 때 공연을 올리기 위해 급결성되던 프로젝트 팀이었었는데 이제는 매주 연습을 하면서 엄청나게 실력이 늘고 있다. 표정까지 연습하면 딱 좋을 텐데 ㅋㅋ 아직은 수줍은 많은 여학생들이어서 그런지 섹시한 춤을 춰도 표정은 참 해맑다. 어쩌면 그게 더 매력인 듯 ^-^*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마무리 멘트를 하는 주니와 차니 ㅋㅋ 내가 이녀석들이었다면 처음 서보는 큰 무대의 사회를 이렇게 뻔뻔하고 재미있게 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그 만큼 훌륭했고 멋있었다. 정말 잘했어!

 

 

 

 

축제가 끝나면 항상 이렇게 모여 단체 사진을 찍는다. 행사장 분위기에 따라 가끔 빼먹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남는게 사진이라고 배움터길 전체가 모였을 때 이렇게 사진으로 남기는 것은 좋은 것 같다. 만세만세만만세!

 

 

 

*

배움터길 문화제를 기획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축제를 기획하는 학생과 축제를 보러오는 학부모님들, 그리고 어쨌든 축제를 성공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취향과 욕구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한쪽을 만족시키면 어느 한쪽에서 불만이 나오고 그래서 불만인 쪽을 만족시키고 나면 다른 한쪽에서 불만이 나온다. 이 모든 것을 총괄하고 기획을 해야 하는 교사는 정말 머리가 터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 교사에게 힘이 되는 것은 결국 아이들인 것 같다. 축제가 끝나고 나면 어느새 한껏 성장해있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이다.

 

두 발로 뛰어다니면서 축제를 직접 기획하고 무대를 만들고 축제를 홍보하고 공연 준비를 하는 것 역시 배움이고 공부다. 영어 단어를 배우지는 않지만 친구들의 언어를 배울 수 있고 수학 공식을 배우지는 않지만 협력 작업을 통해 관계의 공식을 배워나간다. 그렇게 배운 살아 있는 지식들이 난 이 친구들이 사회에 진출할 째쯤 아주 좋은 '스펙'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어느 누군가는 스펙만 따지는 이 시대를 비판하며 스펙이 아닌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난 그 말을 좀 비틀어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스토리가 있는 스펙이 중요하다고. 공부하자.

 

합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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