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

 

며칠 전 오랜 친구로부터 갑작스레 카톡이 왔다. "행님, 점심이나 한끼 하시죵 ㅎㅎ" 군대 두달 후임인 그 친구는 얼마 전 결혼해 알콩달콩 신혼의 재미를 보고 있는 새신랑인데, 본가가 경주에 있기 때문에 경주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지방에서 하는 결혼식에는 한 번도 가본적이 없었지만 왠지 그 친구의 결혼식은 꼭 가야할 것 같아서 무박 2일 코스로 군대 후임들과 결혼식에 다녀오기도 했다. 결혼식에도 오셨으니 점심을 대접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직장도 잘 다니는 친구가 갑자기 평일에 우리 집 근처까지 점심을 먹으러 오겠다고 하니 한 편으로는 이상한 생각도 들었다. 뭔가 코 끝을 간지럽히는 알싸한 기운이 살짝쿵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냥 휴가를 냈거니 싶어 즐거운 마음으로 점심 약속을 했다. (난 방학! 대안학교 교사의 울트라 복지는 방학 뿐! ㅋㅋ)

 

얼마 전 갔었던 속달동의 모아이가든에 가서 산채비빔밥과 해물파전을 시켰다.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얼마 전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대기업 직장에 다니며 능력을 인정받아 초고속 승진이 예정되어 있던 친구였고, 그 곳에 들어가기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했던 친구였다. 그대로 계속 노력해서 다녔다면 승승장구하며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사회적 성공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신혼여행 갈 때 들고간 몇 권의 책을 읽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살면 행복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회사에서 성공하기 위해 그 동안 뒤로 제쳐두었던 것들이 이제는 훨씬 더 소중한 것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담담히 얘기했다. 그 친구는 곧 경주로 내려가 부모님의 애정 어린 잔소리를 들으며 행복하게 살 예정이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한가로운 오후, 가게 옆을 흐르는 시냇물의 재잘재잘 물소리와 향긋한 산채비빔밥의 향, 고소한 해물파전을 먹으며 이런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면서 세상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 친구와 군대에서 처음 만난 것이 2004년이었는데 10년 후에 이렇게 밥을 먹으며 이런 이야기를 도란도란 주고 받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또 다시 십 년 후, 우리는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게 될까 ㅎㅎ 

 

 

 

 

밥을 먹고 근처에 있는 허브 찻집으로 이동해서 더 이야기를 나눴다. 이 곳은 바로 옆에 허브 농장을 운영해서 차를 포함해서 허브에 관련된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코로 느껴지는 허브의 향긋한 기운 때문에 순간 다른 공간으로 훌쩍 넘어온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ㅎㅎ 조만간 맛집 포스팅을 올려주겠엉!

 

 

 

 

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행복의 조건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중고 12년, 감수성이 가장 예민하고 자기 정체성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그 시기에 눈가리개를 착용한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며 남을 앞지르는 연습에만 올인했다. 오랜 시간 그런 경험을 한 사람들이 레이스에서 잠시 멈추고 눈가리개를 떼어내 주변을 돌아보는 선택을 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은 그 과정에서 오로지 1등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앞만 보고 달린다. 그리고 1등을 한 후 모든 것을 잃는다. 행복의 조건이란 무엇일까. 우선 그게 무엇인지 한번쯤은 곰곰히 생각할 수 있도록 좀 천천히 가도 괜찮다, 좀 느리게 가도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주변에 많아졌으면 좋겠다 ㅎㅎ (태오야, 넌 꼭 행복할거야!)

 

 

참- 그 친구에게 새로운 삶으로 안내해 준 두 권의 책을 소개한다. 조만간 꼭 읽어봐야지- 결혼도 중요하고 죽음도 중요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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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주례사

저자

법륜 지음

출판사

휴 | 2010-09-13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우리는 사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이해하는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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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무엇인가

저자

셸리 케이건 지음

출판사

엘도라도 | 2012-11-21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나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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