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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봄이었던가- 한 친구와 '고도를 기다리며' 작품을 놓고 신나고 수다를 떨다가 그 기억 그대로 가져와서 적어놓은 아이디어 노트가 있었다. 아이디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추상적인 내용이었지만 지금 다시 들춰보니 지금의 나보다 그 때의 내가 좀 더 '연극적'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대딩 시절 연극을 공부하면서 언젠가 '고도를 기다리며' 작품을 꼭 해보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그 난해한 대사들이 이해가 되어서도 아니고 누가 꼭 하라고 추천해서도 아니다. 그냥 관객들을 3시간 동안 기다리게 해놓고 고도를 등장시키지 않은 결론이 그냥 매우 통쾌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런 '쿨'한 결론을 내일 수 있는 사무엘 베게트는 정말 '쿨'한 작가인 것이 분명하다.
'분명'이라는 뜻은 '틀림없이 확실하게'라는 뜻의 부사어다. 한자로는 나눌 분(分)과 밝을 명(明)- 기준을 정확하게 세워 나누면 세상은 밝게 빛난다는 뜻일까. 인류가 태어난 이후로 아니면 그 이전부터 분명한 것은 하나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끊임없이 나누고 구분짓고 카테고리를 만들어내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고도는 분명하지 않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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