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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학교/온라인강의

[세바시] 김창옥: 그래, 여기까지 잘 왔다.

by 식인사과 2013.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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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세바시 강연을 봤다. 내가 TED나 세바시 같은 강연을 볼 때는 주로 내 주변 상황이 어수선할 때이다. 최근에도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답답했던 일이 많았다.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지금 몸담고 있는 공간에서 일을 하면서 여러가지 일들을 겪어 왔지만, 최근에 마주쳤던 일은 나에게 근본적인 회의감을 불러 일으켰다. 몇 년 동안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실들을 정리하려고 근 일년동안 열심히 노력해왔고 이제 조금씩 희망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 안은 아직도 텅 비어 있었다. 공허하다는 심정이 턱 끝까지 치밀어 오르려는 찰나 아마도 일을 시작하고 난 후 처음으로 직장에 연락을 해 늦게 출근하겠다는 말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눈을 뜨지 않고 6시간 동안 누워 있으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참 열심히 했던 것 같은데.. 어디부터 일이 꼬인 걸까..

 

그날 저녁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자리에 누웠을 때 마침 김창옥 교수님의 새로운 강연이 있어 좀 웃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청을 했다. 한참 웃긴 얘기를 하던 교수님은 자기의 슬럼프 때를 이야기하며 한 신부님을 만나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했던 사례를 들려주셨다.

 

"그래, 여기까지 잘 왔다" 이 말을 듣는데 그냥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났다. 텅 비어 있던 것이 아니었을 텐데 아마도 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고 뚜껑 안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것은 아닌지.. 반성도 많이 했던 것 같다. 과연 나는 여기까지 오면서 무엇을 하고 싶었던 걸까.

 

요즘엔 사람 많은 곳에 가고 싶지 않다. 원래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좀 조용한 공간에 가서 많은 생각을 해보고 싶은 것 같다. 이번 겨울에는 잠시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생각정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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