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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학교/수업과교실

대안학교 여행동아리 '몰래떠나라'의 여섯번째 여행_몰라의 기적

by 식인사과 2013.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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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6일부터 18일까지 몰라 동아리에서 여행을 다녀왔다. 몰라는 2009년 '몰래카메라'의 준말로 시작한 사진동아리였는데 이듬해 '몰래떠나라'의 또 다른 준말로 뜻을 변경하고 여행동아리로 변신-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처음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아 떠난 5박 6일 슬로시티 여행을 시작으로, 춘천, 원산도, 비발디파크, 양평을 여름과 겨울에 여행을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바닷길이 열려 '모세의 기적'이라고도 불린다는 제부도에 다녀왔다. 그래, 그래서 여행 제목은 '몰라의 기적'이 되었다 ㅋㅋ


*  

아무래도 그 곳에 직접 가서 장을 보면 가격이 비쌀 것 같아 학교 근처 롯데마트에서 장을 봤다. 아- 싱싱한 채소 앞에서 아이들과 차차쌤이 야채를 고르고 있는 우아한 풍경- @.@ 청경채, 적상추, 이름은 기억나지 않은 보라색 쌈채소 등등등- 쌈채소는 그 이름들만큼 아름답고 싱그럽고 맛있는 것 같다. 쌈은 정말 훌륭한 음식이야! (하지만 이번 여행의 먹거리 컨셉은 고기다- ㅋㅋ)  





오오- 육개장의 위용을 보라. 계산대를 한가득 쌓아놓은 장거리들 ㅎㅎ 16만원 넘게 나온 장거리들을 보며 차차쌤과 같이 고민했다. '다 먹을 수 있을까' '이번에는 먹보들이 없는데?' '다 먹을 수 있을거야' 뭐.. 대충 이런 대화들을 한 것 같은데 여행이 끝나고 난 후 괜한 기우였다는 것이 증명됐다. 다.먹.었.어. 분명 이번 여행의 제목인 '몰라의 기적'은 이루어졌다. 다 이루었다!

  




이것은 다 같은 고기가 아니다. ㅋㅋ 둘째 날 점심에 먹을 불고기용 뒷다리살과 둘째날 저녁에 먹을 샤브샤브용 소고기살과 마지막 날 아침 대미를 장식할 삼겹살이다. 이쁜 것들- 기다리고 있어! 삼겹살은 좀 오버일거라고 생각했지만 재미삼아 구입했다. 하지만 마지막 날 아침에 삼겹살을 구우며 고소한 냄새를 맡는 순간 난 깨달았다. 삽겹살은 아침에 먹는 거였어- (두둥!) 

   





좀 근사한 펜션에 찾아보다가 비용이 만만치 않아 선택한- 제부도 일마레 펜션. 아마도 모텔을 개조한 펜션 같았는데 외관만 보고는 좀 실망했다가 안에 들어가보고는 올레를 외쳤다. 작은 모텔방 3개를 합치고 리모델링해놓았는데 중간 방에는 이렇게 복층으로 꾸며놓아서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했다. 화장실도 두개이고 방도 3개가 분리되어 있어서 잠자는 방과 노는 방을 따로 구분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다만 원래 용도가 모텔이어서 그런지 리모델링하면서 만들어 놓은 주방은 4인 이상 요리를 하기에는 많이 불편했다. 그래도 이 복층 구조 하나로 대만족! 아이들을 데리고 갈 분들에게 추천 ㅎㅎ





리모델링한지 얼마 안되어서 그런지 나무 상태는 깨끗했고 3명 정도 위에 올라가서 이야기하고 놀아도 괜찮을 정도로 튼튼했다. 실제로 2~3명이 이 위에서 자기도 했고- @.@ 





일마레 펜션은 마을버스의 종점에 위치해 있는데 1층에 있는 코사마트에는 웬만한 대형슈퍼 수준의 물품을 갖추고 있다. 과자는 물론 각종 양념류, 냄비, 부르스타, 세안도구, 정육점 등등- 여행객을 위해 필요한 모든 물품들은 거의 다 갖추고 있는데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 저녁 12시 정도까지 판매를 하는 것 같은데 그 이후에는 바로 옆에 편의점이 있어서 물건 구매를 하는데에 별로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혹시 조개를 따로 구입해서 구워먹고 싶으면 인근에 조개구이집에서 따로 구매를 할 수도 있다.

 





나를 감동시킨 요녀석! 여행을 하다보면 쌀이 부족한 경우가 있는데 쌀의 특성상 뜯어서 소량만 팔 수가 없기 때문에 여행지에서 적당한 분량의 쌀을 사기란 쉽지가 않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소량의 쌀을 봉지에 담아 2,000원씩 판매하고 있었다. 이 쌀을 살 기회는 없었지만 이런 세심한 배려가 꽤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 바닷길은 계절마다 열리는 시간이 다 다르기 때문에 가기 전에 꼭 확인해야 한다. 제부도 입구에서 마을버스가 다니는데 매 시간마다 한 대씩 운영하는 것 같았다. 일마레 펜션에는 대략 15~20분 사이에 도착하는데 보통 정확한 시간을 고수하는 시골버스와 달리 이 곳에서는 좀 늦게 오기도 하니 버스가 오지 않는다고 당황하지 마시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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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후 점심을 먹기 전 윤환이가 들고 온 젠가를 하는 모습! 주사위를 던져서 나온 색깔만 빼는 형식의 젠가였는데 릴 만점, 재미 백만점!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애들이 엄청 잘해서 나, 긴장했다- @.@;; 





점심은 유뷰초밥을 해먹었다. 마트에서 산 유부초밥 세트에 있는 양념(?)들을 밥과 맛있게 섞고 유부 속에 밥을 꽉꽉! 나도 처음이지만 애들도 거의 처음 만들어보는 거라서 유부에 밥을 넣는건지 밥에 유부를 넣는건지 다들 멘붕 상태 ㅋㅋ 욕심 많은 한 녀석은 자기가 만든 것은 자기가 먹겠다고 자기 그릇에 산처럼 쌓아놨다가 나중에는 배불러도 남기지 못해 입안에 억지로 꾸역꾸역 쑤셔넣는 수모를 당했다 ㅋㅋㅋ 자존심이 센 녀석이라 못먹겠다고 말하지도 못하고 계속 그렇게 먹더니만 결국 안되겠는지 다른 친구들에게 자기 것을 양보(?)했다. 뭐- 이러면서 크는 게 아닐까 싶은데 아무튼, 쌤통! ㅋㅋ





밥을 먹고 바로 앞 바닷가에 산책을 나갔다. 숙소 앞에서는 시원한 바람에 기분이 좋았는데 바닷가 근처로 가니 칼칼칼 불어대는 칼바람에 정신이 얼얼~ 갯벌 체험장 바로 옆에는 매바위가 있었는데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 느낌이 사뭇 다르다. 좀 춥더라도 가까이 가서 보면 정말 멋있다 ㅎㅎ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서 사장님 놀이를 하고 있는 석규와 재홍이- ㅋㅋ 복층 구조 밑에 오래된 소파가 놓여있는데 사장님 포스가 만빵 느껴지는 소파라서 아이들이 재미있어 했다. 






저녁 만찬, 부대찌개- 부대찌개의 핵심은 햄과 소시지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햄과 소시지에 아이들의 숟가락은 쉬지 않는다 ㅋㅋ 부르스타를 뒤덮을만큼 큰 냄비였는데 결국 이 녀석 남김 없이 다 먹어버렸다. 뭐.. 먹는 게 남는 거니까 @.@;;





저녁 시간이 끝나고 자유시간을 가지다가 다도타임을 가졌다. 다현이가 가져온 다기세트와 내가 가져온 다양한 차들, 그리고 부족한 컵은 밥그릇으로 ㅋㅋㅋ 몰라 여행에서는 하루 일과가 끝나고 저녁 9시쯤 매번 하루닫기를 하는데 돌아가며 한마디씩 하는 형식적인 하루닫기보다는 다도와 함께 하는 게 훨씬 좋았다. 찻물을 끓이는 동안 오늘 있었던 일, 학기 중에 있었던 일 등등 수다 떠느라 정신없는 모습- ^-^* 





아침에는 가볍게 샌드위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샌드위치 안에는 큼직한 스팸이 2개나 들어가있다 ㅎㅎ 노릇노릇 구워진 식빵에 상큼한 야채를 얹고 샌드위치 소스와 케찹을 골고루 뿌려준 다음 미리 구워 놓은 스팸과 얇게 자른 토마토를 얹으면 샌드위치 제조 끝! 크림스프와 야채스프를 섞은 신개념(?) 스프와 함께 맛있게 아침을 먹고 있다 ㅋㅋ





이번 여행의 아이템은 '다도'와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래서 밥을 먹고 아침에는 애니메이션을 함께 보는 시간을 마련했는데 지난 여행의 아이템이었던 만화와 게임보다는 메리트가 적었지만 석규가 들고 온 '마이리틀포니'라는 미국 애니메이션의 퀄리티는 상당히 높았다. 석규에게 준비해 온 애니에 대해 프리젠테이션을 하라고 했더니 핸드폰에 저장해 놓은 애니에 대한 전문가 리뷰를 읽고 있다. 똘똘한 녀석 ㅋㅋㅋ





점심에 먹은 불고기 쌈밥은 사진이 없어서 패스~ 밥을 먹고 팀배틀 게임을 했다. 이기는 팀에게는 간식을 사먹을 수 있는 상금을 게임마다 걸었는데 이기는 팀에게는 1000원에 해당하는 초콜릿을 제공 ㅎㅎ 첫 게임은 신만, 매운맛, 알싸한 맛을 먹는 게임! 신맛에는 레몬을 빨리 먹고 휘파람 불기, 매운맛에는 매운고추 먹고 참기, 알싸한 맛에는 칠성사이다 캔 빨리 원샷하기를 했다. 사진은 우현이가 레몬을 입 안에 밀어 넣는 모습 ㅋㅋ 





다음에는 야외로 나가서 보물찾기를 한 다음 매바위를 배경으로 셀카 인증샷 찍기를 했다. 셀카를 찍으려면 한 화면에 얼굴을 다 들이밀어야 하는데 거기다가 매바위도 풍경으로 나와야 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조금 어려워했다 ㅋㅋ 그 다음에는 경보게임! 경보게임에서는 재홍이가 놀라울 정도로 앞으로 치고 나갔다. 걷는 포스도 거의 선수 수준- @.@!! 다만 저질 체력 덕분에 중반 이후부터 뒤쳐지기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윤환이에게 선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흠- 체력훈련을 시켜야겠어!





경보 다음에는 깽깽이 릴레이를 했다. 사실 경보게임이나 깽깽이 릴레이는 제부도를 반바퀴 돌기 위해서 마련한 나름 꼼수(?) 게임이었다. 그냥 걷자고 하면 분명 아무도 걷지 말자고 할 테니 상금을 걸고 게임을 하면 게임도 하고 제부도 풍경도 볼 수 있는 나름 1석 2조의 효과를 볼 수 있을 테니까 ㅎㅎ 물론 여기 쓰러져 있는 우현이는 깽깽이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풍경은 못봤겠지 ㅋㅋ





해안선 게임을 다 한 후에는 갯벌 위에 세워진 다리 위를 걸었다. 꽤 긴 거리였는데 앞에 한 게임들이 힘들어서 그런지 아이들은 별 군소리 없이 쉬엄쉬엄 잘 걸었던 것 같다. 풍경도 좋아서 중간중간 사진도 찍고 말이지 ㅎㅎ 천천히 걸으면서 대화도 하고 사진도 찍고 유쾌하게 보냈던 시간이었다. ^-^*





석규는 피쳐폰 카메라로도 수준급의 사진을 찍는다. 같이 셀카를 찍자고 하더니 이런 고퀄리티(?)의 사진을 찍어버렸다- @.@;; 





차차쌤과 다시 한 번 단체 사진 찰칵! 바닷바람이 거셌지만 우리의 사진질을 멈출 수는 없어! 다현이는 사진 찍을 때 정말 눈을 잘 감는 것 같다 ㅋㅋㅋ 아무튼 사랑스러운 사진 컷!





솔숲 때 편입해 온 윤환이에게는 이번 여행이 재학생 신분으로는 마지막 여행이다. 본인도 매우 아쉬워하고 있는데 그만큼 몰라 여행을 통해 많이 성장해 준 친구 ㅎㅎ 떠난다니까 아쉽지만 졸업해도 계속 여행 따라온다고 했으니까 ㅋㅋ

  




차차쌤과 두 졸업생의 사진- 뭔가 애틋해! 다현이는 나와 함께 학교의 많은 기자재들을 담당하면서 동거동락한 사이인데 졸업한다고 하니 너무 아쉽고 윤환이도 올 한해 대숲 과정을 맡으면서 많은 힘과 의지가 되었던 친구였는데 졸업한다고 하니 역시 아쉽다. 그래도 또 다른 꿈을 꾸기 위해서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법! 성실하고 노력하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어딜 가서도 잘 하거라고 믿는다. 기쁜 우리 젊은 날!





게임을 하면서 제부도 해수욕장 처음부터 등대가 있는 제부선착장까지 걸었다. 대략 3시간 정도 걸렸는데 게임을 하면서 오니까 그렇게 지루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다만 좀 추웠을 뿐- @.@;; 그래도 덕분에 겨울바다는 제대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돌아올 때는 마을버스를 탔는데 바로 앞 슈퍼를 운영하시는 할아버지가 기다리는 데 춥다고 슈퍼 안으로 들어오게도 해주시고 친절하게 마을버스 오는 시간도 알려주셨다. 할아버지 감사해용~





게임을 하고 들어와서는 미리 끓여놓은 육수에 샤브샤브를 해먹었다. 사실 샤브샤브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이렇게 야외로 나와서 해먹을 음식은 아닌데 차차쌤은 그냥 '해버렸다.' 처음 몰라 여행을 갈 때만 해도 요리 경험이 없어서 음식을 잘 못했던 분인데 이제는 뭐.. 왠만한 요리의 10인분 분량은 거뜬히 해낼 수 있는 내공을 가지고 있다. 다만.. 본인의 입으로 말하길 소량은 못하겠다고... @.@;; 

 




밤에는 근사하게 폭죽을 ㅋㅋㅋ 한강에서 매년 열리는 불꽃놀이축제의 불꽃들에 비하면 엄청 초라한 불꽃이었지만 여행을 마친 우리들에게는 무엇보다 우아하고 멋있는 불꽃놀이였던 것 같다. 






*

대안학교에서는 여행도 하나의 교육과정이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노는' 여행은 잘 가지 않는다. 대부분의 대안학교들이 선택하는 여행은 100km 이상을 걷는 빡센 도보여행이거나 생태 또는 공동체와 같은 가치를 앞세운 여행들이 많다. 물론 그런 여행들이 아이들에게 주는 배움도 많지만 그런 여행만이 배움을 준다는 인식에는 쉽게 동의가 되지 않는다. 여행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이 있겠지만 아무튼, 어떤 여행이든 여행은 그 자체로 훌륭한 교육 과정이다.


몰라 여행에서는 상대적으로 '노는' 여행을 지향한다. 그 동안의 여행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 어른들이 좋아하는 여행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여행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콘텐츠는 자유롭게 하되 여행 내 규칙을 만들어가고 존중해가는 것이 몰라여행의 컨셉인데- 그래서 먹거리도 가능한 풍성하게 준비해가고 아이들이 좋아한만한 다양한 아이템들을 준비해간다. 대신 풍성한 먹거리는 아이들과 함께 요리하고 다양한 아이템도 개별이 아닌 다함께 즐긴다. 밥을 먹어도 누구 하나가 없으면 먹지 않고 다같이 자리에 앉아야 먹고 뒷정리도 서로 공평하게 역할을 분담한다. 쭈뼛쭈뼛 같이 하는 것을 어색해하던 친구들도 이제는 '무엇이든지 함께 한다' 라는 몰라의 원칙에 다들 동감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함께 해야 하는 빡빡한 원칙을 내세우지 않는다. 개인 자유 시간에는 자율적으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 (물론 아이들은 이 시간에 스마트폰 하는 것을 매우 즐긴다 ㅋㅋㅋ)


컨셉이 어떻든 말든 여행을 통해 성장하는 친구들을 보면 교사로서 즐겁다. 방학이 되면 쉬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이 들면서도 매번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래도... 여름에는 좀 쉴까.. @.@;; 라는 생각을 좀 하고는 있다..)



몰라의 여섯번째 여행- 몰라의 기적 끝! 


 

까리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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