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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학교/수업과교실

[작업+장] 상상력과 디자인

by 식인사과 2013.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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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터길 필수 교육과정에는 작업 영역이 있다. 작업 영역은 기초 과정인 작업실, 기본 과정인 작업장, 자기기획 과정인 작업+장으로 나뉘는데, 작업실만 1학년 공통 필수 수업으로 열리고 작업장과 작업+장은 2~5학년까지 자유 선택 수업으로 진행이 된다. 작년까지 표현 영역을 담당하다가 올해부터 작업 영역을 맡게 되었는데 그 동안 어수선하게 짜여져 있던 수업들을 정리하면서 이렇게 세 카테고리로 분류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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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영역에서 난 공간디자인 수업을 맡고 있다. 공간디자인 수업은 작년부터 진행된 수업인데 작업 영역 과정에 대해 교사회의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디자인도 중요한 기술이야!'라고 밑도 끝도 없이 주장했다가 덜컥 맡아버린 수업이다 ㅋㅋ 대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했을 때도 연출과 무대디자인을 놓고 심각하게 고민했을 정도로 평소 '디자인'이란 걸 좋아하기도 했지만 막상 수업을 하게 되자 좀 난감했다. 공간을 알아야 했고 디자인을 이해해야 했는데 공간과 디자인에 대한 나의 관심도에 비해 나의 지식은 상당히 얄팍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 때 다니던 서울디지털대학교에서 공간디자인 수업이 열렸고 그 수업을 들으며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했다. @.@;; 공간의 요소와 디자인의 요소에 대해 공부하면서 나는 많이 재미있었지만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직은 미숙했기에 이론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많이 지루해했다. 그래서 이번 학기부터는 이론 수업보다는 실습 위주로 수업을 개설했고 그 첫 과정으로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을 만들어 보라고 했다.

 

적당한 크기로 자른 폼보드와 흰색 종이를 주고 자유롭게 자기가 살고 싶은 집을 만들라고 했더니 이론 수업을 하면서 총기를 잃었던 친구들의 눈망울에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ㅋㅋ 

 

 

이런 작업을 하다 보면 확실히 남자 친구들과 여자 친구들의 상상력의 내용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반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남자 친구들은 대부분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것들을 만드는 반면에 여자 친구들은 좀 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것들을 만드는 편이다. ㅎㅎ

 

 

해든이는 마법진이 있는 방을 만들었다. 그리고 침대는 세모 형태라서 아기가 웅크리고 있는 자세로 자야 한다고 한다. 천진난만한 해든이의 유쾌한 발상이 돋보이는 디자인인 것 같다 ㅎㅎ 

 

 

만든 작품들을 보면 대부분 만든 사람들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간단해 보이지만 치수를 잴 수 있는 도구 하나 없이 이렇게 깔끔하게 만든 것을 보면 다경이의 평소 꼼꼼하고 깔끔한 성격을 엿볼 수 있다. ^-^*

 

 

담은이는 처음 폼보드와 종이를 받자마자 멘붕 상태가 왔다 ㅋㅋ 처음에는 집 위에 지붕도 얹었는데 맘에 들지 않았는지 지붕을 없애고 이렇게 무늬를 그리기 시작했다. 멘붕 디자인!

 

 

규인이와 하민이의 합작품- 처음에는 둘이 나눠서 진행했는데 하민이가 한 시간동안 정사면체만 만드느라 결국 둘이 같은 모둠이 되었다. 하민이의 정사면체는 결국 규인이 집의 예술작품으로 승화(?)되었다 ㅋㅋ 

 

 

수연이도 자기 방을 만들었다. 특별한 디자인을 보여주기보다는 지금 본인의 솔직한 욕구를 작품에 잘 반영한 것 같다. 여분의 폼보드를 이용해 벽을 만들어 스크린도 있고 서재도 갖추고 있는 아늑한 공간을 만들어 낸 것 같다 ㅎㅎ

 

 

한눈에 딱 봐도 남자 친구의 작품 ㅋㅋ 상준이는 평소 무덤덤하고 과묵해서 별로 말을 안하는 친구인데, 작품으로 엿보는 이 친구의 내면은 상당히 역동적이고 활발한 것 같다. 언젠가 그 에너지가 빵 하고 터질 날이 올거라 생각한다 ^-^*

 

 

이 친구 간첩 아니다 ㅋㅋ 작년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김일성에 꽂히더니만 말투까지 북한 사람처럼 흉내내고 다닌다. 그냥 이 친구의 재미있는 발상을 본 것 같아 유쾌했다. 덕분에 다른 친구들도 많이 웃었다 ㅋㅋ 

 

 

사격장이다- 왜 사격장을 만들었을가 물어보니 큰 이유는 없는 것 같다. 내가 제안한 '살고 싶은 곳'보다는 그냥 자기가 평소 관심이 있는 곳을 만든 것 같다. 아무튼 굉장히 진지하게 만들었다는 거 ㅋㅋ

 

 

지원이와 제은이의 합작품- 디자인부터 고민하면서 도면을 그리고 작업한 친구들이라서 그런지 다른 친구들의 작업에 비해 디테일이 살아 있고 완성도도 높다. 협력디자인이 뭔지 보여주는 멋진 작품! 

 

 

결과물만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청소년 친구들이 짧은 시간의 창작 과정에서 이런 발상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종이를 말아서 기둥을 만들고 짜투리 종이들을 꾸겨서 나뭇잎을 만들었는데 투박해 보여도 종이의 질감과 덩어리가 만들어내는 볼륨감이 살아 있어서 굉장히 멋진 나무가 되었다. 우왕굿!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수업이 끝나고 나니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한다- "허실, 그냥 앞으로 우리 이런 수업만 하면 안되요? 이론 수업은 좀..." 우리학교만 그런건지는 몰라도 대안학교 친구들은 수업 피드백을 하는 과정이 좀 솔직한 편이다. 재미없으면 그냥 재미없다고 이야기를 한다.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그런 피드백을 받으면 좀 당황하기도 하고 상처받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냥 웃으면서 넘길 수 있다. 오히려 지금은 이런 솔직한 피드백을 좋아하는 편인데 왜냐하면 이런 피드백 덕분에 내 수업 내용을 계속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도 너무 솔직한 피드백을 받으면 좀 슬퍼지기는 한다 ㅋㅋ)

 

 

거의 막바지 작업- 처음에는 얼마나 관심을 보일지 몰라서 삼십분 정도만 신간을 잡았는데 아이들이 너무 열심히 해서 결국 1시간 동안 작업을 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과정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작품들- 두둥!

 

 

작품들- 두두둥!

 

 

작품들- 두루두둥!

 

 

둘 곳이 없어 우선 카페 한 켠에 작품들을 전시해두었다. 원래는 만들고 하루 정도만 전시해놓고 정리하려고 했는데 만드는 과정을 모두 봐서 그런지 정리하기가 어려워졌다 ㅠ.ㅠ 공간만 있다면 여기저기 전시해두고 싶은데 아쉬운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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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공간디자인 수업에서 다목적실을 디자인하고 리모델링하는 과정을 밟았다. 수업 시간이 부족해 마무리를 짓지 못했지만 덕분에 창고 같았던 다목적실이 이제는 상담도 할 수 있고 아이들이 모여서 의논도 할 수 있는 '다목적실'로 부활할 수 있었다. 아직도 학교에는 죽은 공간들이 많이 남아있다. 센터방이나 옥상 같은 곳은 잘만 활용하면 아주 매력적인 공간이 될 수 있기에 이번 공간디자인 수업에서도 실제 작업을 해보려고 한다. ㅎㅎ

 

참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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