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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관객/시네마천국

현실과 환상의 경계, 그래비티

by 식인사과 2014.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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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내내 온 몸을 긴장하고 있었다. 마치 내가 우주에 있는 것처럼, 우주에서 진짜 사고를 당한 것처럼 느껴졌다. 홀로 남은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가 작은 우주선에서 연료가 떨어진 걸 확인하고 모든 걸 포기하고 죽으려고 할 때는 마치 내가 바로 옆자리에서 함께 죽어가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컷을 최대한 배제하면서 활영한 긴 호흡의 장면들은 마치 도자기 장인이 공들여 빚어낸 도자기처럼 하나 하나가 모두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숨소리 밖에 들리지 않은 상공 600km 우주 공간에서 바라보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우주 쓰레기가 덮쳐 정거장이 산산조각 나는 장면은 미장센이 뛰어났다. 이 영화, 말 그대로 대박이다.

 

스톤 박사가 지구에 무사히 착륙한 후 땅에 발을 짚고 어렵게 일어나는 순간이 꽤 오랫동안 머리 속에서 맴돌 것 같다. 기술의 진보로 이제 인간은 우주까지 넘보려고 하지만 결국 인간이 실존의 근거로 삼아야 할 공간은 지구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영화를 보는 내내 아름다운 우주에 반하기도 했지만 마지막 스톤 박사가 물 속에서 헤엄쳐 수면 위로 솟구쳐 오를 때는 어떤 청량함까지 느껴졌다. 알싸하고 청량한 그런 상쾌한 느낌!

 

이 영화 영화관에서 보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쉽다. 음향 빵빵한 3D 영화관에서 봤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모니터로 보는 게 이 정도 느낌인데 영화관에서 봤으면 정말 숨 넘어가서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ㅎㅎ 아, 영화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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