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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관객/시네마천국

인간 존재의 본질을 엿보다: 루시

by 식인사과 2016.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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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를 보기 전- 기존의 광고 영상을 보거나 시놉시스를 봤을 때는 인간의 뇌를 100%를 썼을 때 일어나는 일들을 공상과학영화처럼 보여주는 판타지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하는 루시와 노먼의 대화를 떠올리며 이 영화는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돌아보게 만드는 철학영화라고 결론지었다. 루시를 보기 전의 나와 보고 난 후의 나는 확실히 달라졌다. 역시 뤽베송답다. "I am everywhere"

 

뇌의 기능이 활성화될수록 마치 신과 같은 능력을 선보이는 루시의 액션은 이 영화의 재미있는 볼거리이기는 하지만 핵심 요소는 아니다. 핵심은 노먼의 강의 속에 나오는 인간의 뇌에 대한 강연 내용과 영화 마지막 루시와 박사들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속에 모두 녹아 있다.

 

"인간은 자신이 특별하다고 믿고 그것을 기반으로 존재 이론을 확립했지만 예측의 개념부터가 잘못되었어요. 모든 사회 시스템은 어렴풋한 밑그림에 불과해요. 우리 모두 1 더하기 1은 2라고 배웠죠. 하지만 1 더하기 1이 2였던 적은 없었어요. 사실 숫자나 글자는 존재하지 않아요. 우리는 스스로 이해할만한 수준으로 자신의 존재를 축소했어요. 우리 존재의 무한함을 외면하고자 인위적 잣대를 만든 거죠."

 

인간은 문명화되는 과정 속에서 지식의 전달 수단으로 다양한 학문들을 '발명'했고 숫자, 글자, 도형 등의 매체들을 통해 고유의 문화 유전자를 전수하기 시작했다. 인간은 더 똑똑해지고 문명은 엄청나게 발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뤽베송 감독은 그런 인위적 잣대들이 오히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인간의 능력을 축소시킨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에게 교육은 과연 필요한 일일까. 적어도 지금까지의 교육으로는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장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마지막에 루시가 컴퓨터를 만들어 노먼 박사에게 건넨 USB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을지 궁금하다. 뤽베송도 알 수가 없으니 열린 결말로 끝내버렸겠지. 아무튼 어렸을 때부터 꿈이 신이 되어보는 것이었는데 이 영화는 나의 그런 소박한(?) 욕망을 가볍게 채워주었다. 좋은 영화다. "난 모든 곳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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