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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자전거도둑

공정하지 못한, 그래서 씁쓸한.

by 식인사과 2014.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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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피겨 스케이팅 경기에 대한 논란이 많다. 심지어 외신들까지도 편파 판정 논란을 크게 보도하고 있고 해외 인권 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재심사 서명 운동에 현재 18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 의사를 보여주고 있다. 이쯤 되면 편파 판정 논란에 대한 결론은 이미 난 걸로 봐도 좋을 것 같다. 소트니코바는 분명 훌륭한 선수지만 김연아에 비해서는 아직 비교가 될 만큼 성장한 선수는 아니었고 경기 내용도 그와 비슷했다. 비록 김연아가 이전 대회에 비해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우승을 차지할만큼의 기량을 보여준 것은 우리도, 전 세계도 알고 있다.

 

사실 제일 걱정되는 것은 소트니코바란 선수다. 김연아는 멘탈이 워낙 강하기도 하지만 이제 은퇴를 하기 때문에 다음 대회에 대한 부담 같은 것은 없다. 이제 다음 진로에 대해 천천히 진중하고 고민하면 된다. 하지만 소트니코바는 앞으로 더 경기를 뛰어야 할 선수다. 하지만 실력에 준하지 않는 과도한 상과 편파판정 논란은 앞으로 그녀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닐 것이고 그녀가 경기 중에 보여준 어린 애 같은 멘탈로는 그것을 극복하지 못할 것이다. (경기 중 관객들에게 박수를 요구하고 손을 흔드는 것은.. 참..) 그런 조짐은 이미 기자회견장에서 김연아 선수가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것으로도 보여주고 있다. 경기를 보며 앞으로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쉽다. 어쩌면 이번 경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소트니코바일지도 모른다.

 

공정하지 못한 룰은 결국 전설을 모독했고 떠오르는 신성을 무참히 짓밟았다. 정당한 룰이 적용이 되었다면 전설은 존중받았을 테고 떠오르는 신성은 이후에 또 다른 전설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윗대가리들의 과도한 욕심은 눈 앞의 결과에만 집중하는 단세포적인 그림을 그려냈다.

 

그런데 이런 그림을 보면서 한 편으로는 대한민국의 왜곡된 모습들이 함께 떠올랐다. 공정한 룰을 지키면 불리한 사회, 룰을 지키는 사람을 바보라고 부르는 사회, 공정하게 룰을 적용하려는 사람을 융통성 없고 꽉 막힌 답답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사회가 바로 우리나라가 아니던가. 박근혜 대통령은 체육계의 부정부패를 근절하라고 지시하면서도 정작 빙상연맹에 대해서는 쏙 빼먹으셨다. 이런 결과가 현 빙상연맹 회장인 김재열씨가 삼성 엔니지어링 사장임과 동시에 삼성 이건희 일가의 사위라는 사실과 정말 무관할까. 정말 우리나라는 공정하지 못한 사회다.

 

공정하지 못한 룰이 결국 두 선수에게 모욕을 준 것처럼 공정하지 못한 사회는 시민들에게 모욕을 준다. 이번 경기를 보면서 우울해진 것은 김연아 선수가 은메달을 따서가 아니라 편파 판정의 과정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단편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 정당한 룰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에 살고 싶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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