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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자전거도둑

코레일 사장도 반대하는 KTX 민영화

by 식인사과 2013.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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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KTX 수서발 민영화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언론에서도 이 사태의 자세한 내용을 보도하기보다는 '귀족노조 명분 없는 파업'으로만 몰고 가고 있고, 게다가 수서발 KTX의 자회사 지분을 코레일이 41%, 나머지는 공공부문이 가져가게 하겠다고 하니 대충 들으면 민영화를 절대 하지 않겠다고 하는 정부의 말이 옳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선로가 여러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하나의 선로에서 두 개의 철도 회사가 경쟁을 하는 것 자체가 사실 말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경쟁을 하는 두 회사는 모회사와 자회사의 관계인데 그 둘이 어떤 경쟁을 해서 철도 경쟁력이 생길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나서서 대대적인 언론 몰이를 하는 것은 결국 이 과정이 고속철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철도 산업 모두를 민영화할 수 있는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현재 코레일에서 유일하게 흑자 노선을 내고 있는 것은 경부선 KTX인데 여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다른 노선의 적자 폭을 메꾸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타지 않아도 전국곳곳에 철도가 다닐 수 있는 것은 이런 균형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이것을 우리는 보통 공익사업이라고 한다.

 

현재 경부선을 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서울역이나 광명역으로 이동을 하는데 이 거리가 애매한 사람들이 많다. 특히 강남과 분당 일대에 사는 사람들은 서울역까지 가는데만 대충 1시간이 걸리는데 만약 수서역에 KTX역이 생긴다면 서울역으로 갈 많은 사람들이 수서역으로 몰릴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정부는 유일하게 흑자노선이 나는 경부선 KTX 노선 중 수서발 KTX 노선을 자회사를 설립, 따로 운영해 기존 경부선 KTX와 수서발 KTX를 경쟁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기존 경부선 KTX 흑자가 100으로 가정할 경우 수서발 KTX가 운행될 경우 서울역으로 올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수서역으로 가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코레일의 흑자폭이 대푹 감소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게 되면 다른 노선의 적자폭을 메꿔줄 재정 마련도 어려워지게 된다. 결국 요금 인상 또는 적자 노선을 외국 민간 철도 기업에게 매각할 수밖에 없는 일이 벌어진다. (현재 대한민국 민간회사 중 철도를 운영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단 한개도 없다고 한다.)

 

프랑스에 가서도 '대한민국의 공공부문을 외국에 개방하겠다'고 발언하여 프랑스인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은 사람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물론 대한민국 언론은 이 사실을 전혀 다루지 않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따뜻한 마음으로 프랑스인들의 마음을 녹였다는 미사여구만 늘어놓았다. 철도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이 아니라 안정성이라고 하는데, 설사 경쟁을 해서 가격을 내린다고 하더라도(절대 그럴 일은 없겠지만) 안정성은 절대 담보할 수 없다.

 

프랑스인들에게는 환호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정작 자국민들에게는 불통으로 일관하는 대통령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 난 도무지 모르겠다. 민족의 안녕을 최우선하는 진짜 보수라면 나라의 공공재가 팔려나가는 것을 결사 반대해도 시원찮을 판에 오히려 나라의 노다지 사업을 마구마구 팔아버리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불과 일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고속철도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말한 코레일 사장은 다시 한 번 자신이 쓴 글을 돌아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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