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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자전거도둑

때로는 침묵이 위로가 될 때가 있다.

by 식인사과 2014.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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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로 온나라가 뜨겁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각종 SNS에서 흘러나오는 애도의 물결을 보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무거워진다. 반면 대부분의 언론은 기사 클릭수를 올리기 위해, 또는 또 다른 목적을 위해 진짜 보도해야 할 내용은 감추고 엉뚱한 것들만 취재한 후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낚시성 기사만 양산하고 있다. 언론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학부모들은 거리 행진을 하려고 하지만 이마저도 정부의 제재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아이들은 죽었고 부모들은 슬퍼하며 언론은 왜곡하고 정부는 감추려한다. 

 

이런 상황에서 손석희 앵커의 십 분 침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어린 아이들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하고 있는 사람은 많겠지만 손석희 앵커의 침묵은 학생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슬퍼하는 국민들에게 큰 위안을 주었다. 때로는 많은 말보다 침묵이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조직 운영을 하다 보면 진짜 조직의 힘을 볼 수 있을 때는 조직이 잘 굴러갈 때가 아니라 위기의 순간에 봉착했을 때란 것을 알 수 있다. 좋은 조직은 위기의 순간에 더 큰 힘을 발휘하고 그것을 발판 삼아 더욱 성장한다.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조직은 잘 될 때 겉은 화려해 보이지만 위기의 순간이 오면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그냥 망한다.

 

대한민국의 위기관리능력 시스템은 제로보다 더 아래인 마이너스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제로라도 되었다면 학생들을 두 번 죽이는 언론들의 왜곡된 기사들은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정부도 세월호 사고를 감추려고 노력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원론적인 접근을 하자면 이런 얼토당토 않는 위기관리능력 시스템을 용인하고 인정해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국민들이기도 한다. 세월호 사고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극단적 무력감, 회의감은 어쩌면 이 부분에서 기인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라고? 사실 나도 모르겠다. 정부탓을 해도, 언론탓을 해도, 국민탓을 해도 한 번 죽은 사람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 이팔청춘 꽃다운 나이의 학생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슬픔의 무게는 더욱 깊어진다. 그냥 이럴 때는 조용히 침묵하고 가슴 속으로 아파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고인, 유족들에게 심심한 애도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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