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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관객/시네마천국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2012)

by 식인사과 2013.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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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나의 고통을 외면한다고 생각했었지만, 아니었어요. 신은 늘 나를 지켜보고 있었던거에요. - 파이-


영화를 보기 전  5년 전 쯤 이 영화의 원작을 읽고 쓴 서평이 기억이 났다. 뭐라고 썼더라.. 긁적긁적.. 책 읽을 것 외에는 할 일어 별로 없었던 군대 시절- 그 당시 인트라넷 책마을이라는 곳에서는 한 달에 한번씩 책결산 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나도 야간근무를 할 때마다 짬짬이 쓴 서평들을 한 달에 한번씩 올리곤 했다. 그 당시 '파이이야기'는 언론의 호평 속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던 책이었기 때문에 외박을 하고 부대 복귀를 할 때 바로 구입을 했다. 그리고 소설을 읽고 평을 남겼다. 뭐라고? 이렇게- '좀 짧게 썼으면 좋았을 걸. 필요 이상으로 늘어지는 이야기 전개에 조금 지루했다. "대충" 쓴 듯한 일본소설을 많이 읽어서 그런가.'




음- 그래서 티켓을 끊고 자리에 앉아 영화를 보기 전까지도 걱정했다. TV 광고 속 아름다움 영상을 보며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한 편으로는 영상만 이쁘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난 내 머릿속을 강력하게 흔들고 지나간 이 영화의 느낌을 꽉 붙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놓치기 싫고 잊기 싫어!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영상과 그에 못지 않은 삶의 성찰이 담긴 스토리가 내 마음을 휘어잡았다.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들을 보고 대부분 원작이 더 좋다는 평을 하곤 하지만 '라이프오브파이'는 '파이이야기'와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잠시 '아바타' 생각이 났다. 아바타도 영화를 보고 난 후 그 빼어난 영상미 덕분에 현실감각을 되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영화관을 나설 때 현실로 돌아왔다는 그 느낌이 싫어서 잠시 우울해지기도 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현실을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그만큼의 느낌은 아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도 영화 속 장면들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머릿속에 아롱아롱 떠다닌다. 아름다운 장면 속에 담겨 있는 신에 대한 묵직한 성찰을 엿볼 수 있는 것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힌두교로 시작해, 천주교, 이슬람교까지 섭렵한 파이의 신앙관은 오히려 투명하고 분명하다. 그 때문인지 이 영화, 마치 정수기 같다. 주렁주렁 달고 사는 고민들과 근심걱정들로 혼탁해진 나의 삶이 한순간이나마 맑게 정화되는 느낌이랄까- 영화의 말미에 파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 작가에게 이런 말을 한다. "어떤 이야기가 더 좋은가요?.. 어떤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믿고 싶나요?.. 신의 존재는 자기 믿음의 존재이죠" 

아- 멋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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