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지의관객/시네마천국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 2012)

by 식인사과 2013. 1. 22.
반응형

내가 너무 기대를 했나-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생각만 계속 했던 것 같다. 분명 영화는 잘 만들어졌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고 노래도 아름다운 멜로디가 내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장발장의 번뇌가 담긴 비장한 노래들과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감미롭고 사랑스러운 노래들, 처절한 상황과 심정을 고스란히 녹여낸 판틴의 처연한 노래들, 바리케이트를 쌓으면서 부르는 시민들의 웅장한 노래들이 영화 속 장면들과 리드미컬하게 잘 어우러졌다. 

 

다만 이 모든 것이 '노래'로만 이루어지다보니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내 정신도 노래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세상을 울리는 아름다운 명곡이라고 하더라도 두시간 반동안 쉬지 않고 듣고 있으면 질릴 수밖에 없다. (아, 노래는 딱 4분이 좋아- @.@;;) 그리고 긴 이야기를 모두 노래로 만들려다 보니 각각의 캐릭터들의 내면에는 방점을 찍을 수 있었겠지만 스토리는 상당히 빈약해졌다. 이야기의 흐름을 충분히 보여주거나 설명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 버리는 경우도 많다. 노래가 아닌 대사로 영화를 만들었다면 런닝타임도 줄고 스토리도 살고 연기도 뭔가 억지스럽지 않은, 적어도 지금보다는 몇 배는 더 감동적인 영화가 되었을 텐데 개인적으로 참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그래도 나,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장발장이 평생의 번뇌를 내려놓고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부를 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리고 군대가 시민군을 제압한 후, 자베르가 죽은 시민군 중 소년을 발견하고 가슴팍에 뱃지(?)를 달아주는 장면에서도 눈물이 났다. (서른이 지나고 나서 확실히 눈물이 많아졌어.. 흑흑) 장발장이 평생동안 간직해 온 그 번뇌가 느껴졌고 원칙을 지키며 살아온 자베르가 소년을 보면서 보여준 흔들리는 눈빛도 왠지 이해가 갔다. 나라도 그 순간에 놓여 있다면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었겠지- '고전이 왜 좋은가'라고 물으면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시대와 국가를 떠나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 같다. 

 

참- 테나르디에의 부인 역으로 나오는 헬레나 본햄 카터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주인공들의 연기와 노래도 훌륭했지만 이 분은 그냥 배역 그 자체가 되어 버린다. 영화 '스위니토드'에서도 멋진 노래와 개성있는 캐릭터 연기가 인상적이었는데 이 영화에서도 이 분의 포스는 여전히 그 빛을 잃지 않는다. 더 멋있는 것은 그 빛이 다른 배우들을 잡아먹지 않는다는 것- 할리우드의 조연계의 보석이라고 부를만 하다 @.@

 

P.S

긴 시간의 런닝타임 때문에 주말 아침 조조할인을 이용했는데 어마어마한 인파에 뜨악! 그래도 5,000원이라는 티켓값은 소주값이 4,000원까지 오른 고물가 시대에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착한 가격인 것 같다 ㅎㅎ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