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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자전거도둑

공부란 무엇일까.

by 식인사과 2015.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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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일까.

 

요즘엔 이 질문을 내 스스로에게 많이 한다. 일반학교와는 결이 다른 교육 현장에 발을 담그고 있어서 그런 걸까. 신문 기사를 읽다가도 문득, 영화를 보다가도 문득, 노래를 듣다가도 문득 이 질문이 떠오르곤 한다. 얼마 전에는 형님과 술자리를 하며 신나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교육 이야기로 이어지게 되었다. 조카가 이제 4살이 되었고 형님도 이제 본격적으로 자식 교육에 대해 생각해야 되다보니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이어진 것 같다. 

 

문제풀이, 진도중심, 지식전달 중심 교육을 하는 공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대안교육이 시작되었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 대안교육도 아직 욕망의 한계는 극복하지 못한 것 같다. 지금까지도 내가 있는 대안학교에서는 학교에서 아이가 놀기만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물론 진짜 놀기만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은 학교 활동에 참여하느라 매일매일을 치열하게 살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

 

교사들이 다양한 연구 끝에 아이들의 성장에 맞는 프로젝트 학습을 개발하고 동무들과 잘 사귀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고 나보다 약한 자를 위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멘토링을 해주는 등 다양한 공부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많은 분들이 그것으로는 '공부의 기초'를 다질 수 없다고 얘기한다. 내가 잘못 해석하지 않았다면 여기서의 기초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사전적 지식'을 뜻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기초일까.

 

한 때 그것이 기초일 뻔 한 적도 있었다. 그 때에는 머리속에 넣은 지식을 그대로 읊조리기만 해도 지식인 반열에 오르며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성공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부는 성공의 도구가 아니며 돈벌이의 수단도 아니다. 공부는 그것 자체로 하면 할수록 즐겁고 행복해지는 것이다. 지금 공교육의 공부 방식은 하면 할수록 싫어지고 불행해지는 방식이다. 그래서 입시를 끝낸 스무살 친구들은 특별한 계기가 오지 않는 한 다시는 '공부'를 하지 않는다. 성공하기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 그냥 끝도 없이 문제만 풀고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연극이 국영수사과처럼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되었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공교육에서 공부하는 방식으로 연극을 공부한다면 아마 연극의 역사부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시험을 보겠지. 그 다음에는 연극 스태프에는 무엇이 있고 스태프별 하는 역할과 기능은 무엇인지, 배우의 유형은 무엇이 있고 발성은 어떻게 하는지 등을 '텍스트'로 달달 외울 것이다. 그 다음엔 역시 시험을 볼 것이다. 단 한 번도 연극을 직접 겪어보지 못하고 이런 방식으로 12년동안 연극을 공부한 친구가 이후에 연극을 좋아할 수 있을까. 죽을 때까지 연극을 싫어할 확률이 높다. 

 

공부하는 방법에서 있어서 왕도란 없다. 영어를 공부한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다른 나라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서 배울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재미있는 영어 소설을 통해 배울 수도 있다. 요즘엔 영어 관련 앱이 잘 나왔으니 그걸로 재미있게 공부를 할 수도 있다. 본인이 필요없다고 느끼면 굳이 영어를 공부해야 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영어를 왜 공부해야 하는지 스스로 깨닫는 거다. 언어는 소통의 도구이지 성공의 도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친구는 영어를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넓고 배울 것은 많은데 그것을 오로지 한가지 방식으로만 배워야 공부의 기초가 쌓인다는 발상 자체가 애초에 모순이 아니었을까. 나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공부를 하라고 얘기하기 전에 솔선수범해서 먼저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다만 사전적 지식을 머리에 집어 넣는 방식 말고 진짜 리얼 버라이어티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공부의 스펙트럼이 넓고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만 하지 말고 진짜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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