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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과천의 중심상가 주변에는 많은 술집들이 있지만 90년대 초중반 정도만 해도 음식점 몇개밖에 없는 소박한 동네였다. 술 먹을 호프집 하나 없어서 12시 넘어서 술을 먹으려면 인근 동네인 인덕원이나 평촌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오케바리는 12시 넘어서도 장사는 하는, 과천에서 제일 처음 생긴 실내 포차였다. 지금은 어마어마하게 크지만 그 당시에는 테이블 2-3개밖에 없는 정말 작은 포차였다.
고딩 시절 지역 어르신들이 진행하는 행사를 따라다니며 가끔 술을 받곤 했는데, 그 당시는 지금처럼 청소년 검열이 엄격하지 않았던 때였다. 주인분과 안면을 튼 나는 가끔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몰려 가서 술을 먹곤 했다. 사장님이 호탕하신 분이어서 그 당시 이런저런 좋은 이야기 많이 해주신 것 같다. 우리가 돈이 없어서 옆 손님이 남기고 간 안주를 달라고 하면 깨끗한 접시에 담아서 주시기도 했다. 이래저래 즐거운 추억이다.
형님과 술을 먹기 시작하면서 다시 단골이 되었다. 사장님은 바뀌었지만 형제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를 참 좋아해주셨다. 과천에서 대야미로 이사오고 난 후 한동안 가지를 못했는데 얼마 전 형님과 과천에서 만날 일이 있어 들렀더니 여전히 사장님이 동안 미모를 뽐내시면서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맛집 카테고리에 포스팅을 하고 있지만 이 곳은 나에게 그냥 맛집이 아니다. 아마 사장님이 어떤 음식을 내어주어도 무조건 맛있다고 할 것 같다. 추억이라는 마법의 소스가 있는 한 이 곳은 나에게 언제나 최고의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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