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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도서관/여행과공간

무인 디자이너, 이케아 광명점

by 식인사과 2015.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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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입성할 때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케아 광명점에 며칠 전 다녀왔다. 나를 포함해서 한국인들의 이케아 사랑은 남다른데가 있다. 정작 외국인들은 한국인의 이케아 사랑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던데 역으로 보면 이 정도의 디자인 품질과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한 가구 업체가 그 동안 국내에 없었기 때문에 이런 기현상이 생기는게 아닌가 싶다. 결론부터 말하면 난 인테리어의 신세계를 보고 왔다.

 

행복은 어디서 살까요-라는 문구는 사실 좀 오만한 말이다. 행복은 구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름 감성문구로 접근하려는 의도는 알겠는데 과유불급이라고 아무래도 좀 오버한 것 같다.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정도가 적당하지 않았을까. 

 

 

 

 

들어가는 입구부터 색상으로 이케아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파랑에 노랑, 노랑에 빨강 등 색상 대비가 강한 조합을 많이 쓰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촌스럽지 않다. 유럽 친구들은 색상을 참 잘 사용하는 것 같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간이 쇼룸이 배치되어 있다. 벌써부터 감탄하며 사진을 남발했으나 이건 맛보기에 불과하다. 정말 무시무시무시무시한 쇼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 역시 우와를 연발하며 사진을 남발했으나 역시 맛보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앞으로 내가 어떤 것들을 보게 될지 대충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센스 있는 공간에 가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노출 콘크리트 기법. 그런데 여기는 기법이라고 부르기에는 그냥 덜 만들어진 느낌이 강했다. 그냥 페인트를 칠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마감의 질감이 부실했는데 이것이 모던한 인테리어들과 묘하게 어울렸다.

 

 

 

 

축구 경기장 4배 정도의 넓이라고 들었는데 정말 무진장 넓었다. 스킵스킵하면서 모두 돌아보는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 하지만 구경하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2시간이 걸린지도 몰랐다. 매장이 넓다보니까 들어가는 입구에 보면 다음과 같은 메모 안내가 있다. 쇼룸이든 제품 진열장이든 모든 제품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는데 미리 메모해두고 나중에 창고형 매장에 가서 한 번에 구매하면 된다.

 

 

 

 

이케아 광명정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느낌의 가구 매장이 아니다. 일부러 안내하는 사람도 없고 판매하려는 사람은 더욱 없다. 몇몇 스탭들이 안내를 해주고 있었지만 뭘 물어보기 전에 먼저 알려주는 경우는 없었다. 그래도 물건을 보고 구매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사람이 없어도 공간이 안내를 하고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2시간 내내 전문 디자이너가 나와 함께 다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굳이 어떤 설명을 곁들이지 않아도 무엇을 봐야 할지 어떻게 구매해야 할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이제부터는 쇼룸 사진전! 맛있는 음식도 2시간 동안 먹으면 맛이 없어지는 것처럼 처음에는 감탄사만 연발하다가 나중에는 비슷한 구성과 디자인을 보면서 조금 질리기도 했다. 2시간 동안 보고 있으니 이케아의 디자인 철학을 대충 알 수 있었다. 쇼룸의 모든 공간 배치는 이 철학에 따라 배치가 되어 있기 때문에 전혀 다른 색상, 배치의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된다. 요약하면 쇼룸은 제품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 디자인에 집중한다. 가구들을 대충 널어놓은 국내 가구업체 매장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다. 판매원이 따라다닐 필요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장 밖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한가한 줄 알았는데 안 쪽에 들어갔더니 정말 사람들이 우글우글거릴 정도로 많았다. 쇼룸 사진만 찍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어 그냥 마구마구 찍었다.

 

 

 

 

 

 

 

 

액자를 벽에 거는 걸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벽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급적 못질 없이 액자를 걸고 싶었는데 여기에 좋은 답이 있었다. 세우면 되는구나!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2층 침대여서 엄청 기대를 했지만 기둥을 잡고 살짝 흔드니 흔들흔들.. 나같은 성인이 올라가기에는 좀 위험해보였고 초등학교 아이들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았다.

 

 

 

 

 

 

 

 

 

둘러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진열장 벽에 쓰여 있는 멘트들이었다. 단순한 안내멘트부터 이케아의 디자인 철학이 녹아 있는 문장들이 잊을만하면 나타난다. '문제에 대한 설명은 짧고 간단하게' 얼마나 아름다운 문구인가. 그 외에도 가구를 구입하면서 고민해야 할 지점들을 알려준다.

 

 

 

 

 

 

 

 

이런 곳에 오면 평수 개념이 사라진다. 그냥 단순히 쇼룸이라고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곳은 면적과 바닥재, 벽마감재를 공간마다 표기함으로서 소비자들이 본인이 사는 공간과 비교할 수 있게 해놓았다.

 

 

 

 

 

이케아 물건은 직접 조립, 직접 운반을 해야 한다고 하던데 한국 시장에 맞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같다. 조만간 국내 업체들 사이에서도 이케아의 물건을 직접 조립해주고 배송해주는 업체들이 생기지 않을까.

 

 

 

 

 

정말 가격표에 많은 것이 꼼꼼하게 적혀 있다. 가격 뿐만 아니라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 구체적 사이즈는 어느 정도인지, 제품의 특성은 무엇인지, 디자인한 사람은 누구인지 등 정말 상세하게 적혀 있다. 2시간 동안 돌아다니면서 직원에게 물어본 것은 회원가입은 어떻게 하느냐 정도가 전부였다.

 

 

 

 

 

쇼룸 구경이 끝나면 쇼룸에 배치된 물건들을 전시해놓은 곳에 가게 된다. 쇼룸과는 달리 가격과 디자인을 비교할 수 있도록 의자는 의자끼리, 책장은 책장끼리 통일감 있게 진열을 해놓았기 때문에 구매를 하는 입장에서는 좀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가 있을 것 같다.  

 

 

 

 

 

 

인테리어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판매한다. 그래서 인근 대형마트들이 가구전문점이 가구만 팔지 않고 잡화까지 판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고 하는데 판매되는 물건들을 보면 그 말이 언뜻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케아는 가구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인테리어를 판매하는 가구업체에 더 가깝다. 국내 가구업체와 카테고리 자체가 다르다. 조명 역시 인테리어의 중요한 부분이기에 각종 디자인의 조명기구들을 판매한다. 아- 이뻐!

 

 

 

 

 

다소 비싸기는 하지만 파일꽃이가 이렇게 이쁠 수가 있다니 좀 감탄했다. 하지만 한 번 떨어지면 금방 작살날 것 같은 연약함은 약점인 것 같다.  

 

 

 

 

 

 

동대문 수건집에 가면 이런 느낌 잘 안나던데 말이지.. 처음에 언뜻 봤을 때는 옷가게인 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수건을 진열해놓은 곳이었다. 역시 이쁘다.

 

 

 

 

 

 

2층 쇼룸과 진열장 구경이 끝나면 미리 적어둔 메모를 가지고 1층 창고형 매장으로 가서 구입을 한다. 난 이번에는 구입을 하지 않아서 어떻게 하는지는 아직 모른다. 조만간 다시 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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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감탄사만 연발하다가 2시간을 천천히 둘어보고 나서는 이케아 제품의 장단점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이케아 고유의 디자인 철학이 담긴 제품 디자인과 비교적 저렴한 가격은 이케아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저렴한 가격 때문인지 제품 자체가 연약하고 부실한 면이 있었다. 물론 고가의 제품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었지만 '우와, 싸고 이쁘다!' 라고 감탄을 하는 제품들 대부분은 튼튼하지 못했다. 조용히 살림을 위주로 하는 가정집에서는 사용에 큰 문제가 없겠지만 뭔가 시끌시끌 거칠게 운영이 되는 외부 공간이나 사무실에서 사용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이제 곧 구입할 결혼 살림에서는 이케아 제품을 우선 구입할까 한다. 무엇보다 이케아의 디자인 철학이 나와 잘 맞기 때문이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 사용자 중심의 가구 배치, 높은 실용성 등 지금 내 경제적 수준에서 선택할 수 있는 좋은 선택지인 것 같다. 신혼살림 장만하려는 분들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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