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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학교/수업과교실

배움터길 악동들, 졸업하다

by 식인사과 2015.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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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5기 친구들의 졸업식이 있었다. 이 친구들이 처음 신입생으로 들어올 때 내가 담임을 했었는데 졸업반 때도 담임을 맡아 졸업식까지 마무리하니 감회가 새롭다. 배움터길에서 만나는 모든 친구들이 나에게는 모두 소중하지만 이 친구들은 좀 남다른 데가 있다. 이제는 교사와 학생이 아닌, 선생과 제자가 아닌, 동네 형오빠동생으로 편안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작년까지 논문 발표와 졸업식을 병행하다 보니 학생들이 졸업식 준비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분리가 되어 졸업식만 따로 준비를 할 수 있어서 몇 가지 공연을 준비했다. 우선 양방언의 '프론티어'라는 퓨전 국악인데 자기들기리 동영상을 보고 음악을 듣고 채보를 하더니 졸업식 때는 제법 멋지게 공연을 했다.

 

 

 

 

그리고 1학년 때 문화제 때 올렸던 연극 공연을 그대로 재현했다. 이 연극을 위해 중간에 다른 학교로 진학한 친구들까지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연습이 들어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배움터길 전설의 공연이라고 설레발을 치더니 막상 연습을 하니 예상만큼 전설은 아니었다 보다. 다들 난감해하고 있다 ㅋㅋ

 

 

 

 

 

이제부터 본격적인 졸업식. 퓨전 국악으로 신나게 오프닝을 열고 연극공연 의상으로 갈아입고 대기하고 있는 5기 친구들의 모습. 흠.. 언제 이렇게 많이 큰거지.. 응?

 

 

 

 

 

오늘은 나도 조금 멋을 냈다. 사실 졸업식 아침까지만 하더라도 밤샘 작업 하느라 후줄근한 작업복 모드였는데 그런 모습을 예상한 것처럼 5기 부모님들이 돈을 모아서 옷을 사주셨다. 상반신만 나와서 다행이다. 신발은 여전히 작업화.. @.@;; 

 

 

 

 

학교 상위 단체인 더불어가는길 공동체 대표를 맡고 계신 토끼풀님. 총회가 늦어져서 못오시나 싶었는데 다행히 축사 1분 전에 자리하셔서 좋은 말씀을 들려주셨다. 이제 교사회 내 유일한 1기 교사로 군림(?)중인 단비의 울먹울먹 목소리도 반갑고 작년 졸업한 혜린이의 당당하면서도 따뜻한 격려도 반갑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3년 전 음악을 전공하신 선생님이 길잡이 교사로 오면서 후배들의 졸업 축하송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작년에는 뮤지컬 노래를 개사해서 멋진 노래를 들려주더니 이 날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아주 따뜻하게 불렀다.

 

 

 

 

 

먼저 5년 전 이 친구들의 꼬꼬마 시절 공연했던 연극영상부터 보고 시작했다. 앳된 외모와 앵앵거리는 목소리가 담긴 영상을 보면서 관객들은 꺅꺅-! 그 당시 백설공주를 맡은 친구는 정말 여자 아이처럼 여린 외모의 남자친구였는데 이제는 상남자가 다 된 것 같다 ㅋㅋ

 

 

 

 

 

 

 

 

 

 

추억의 선물을 받고 한껏 기분 좋아진 관객들 앞에서 5기 친구들이 멋쩍게 웃고 있는 모습. 사실 연극 내용이 어렵지 않아서 재현이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음.. 생각보다 준비가 많이 필요했다. 아무튼 즐거웠던 시간!

 

 

 

 

그 다음 5년의 영상을 보고 바로 입장식을 했다. 졸업 사진 배경에 본인이 직접 고른 음악을 배경으로 각자 개성 넘치게 등장했다.

 

 

 

 

 

 

 

 

작년 대표교사였던 담쟁이 선생님이 아이들 한 명 한 명 씩 줄업장을 전해주셨다. 나현이는 나현이 컨디션이 좋지 않아 부모님이 대신 참석을 해주셨다. 5년 동안 배움터길을 무사히 다녀 준 나현이에게 박수를!

 

 

 

 

 

 

 

 

배움터길에서는 졸업장과 함께 각 기수 이니셜이 새겨진 반지를 선물한다. 우리끼리는 우스개 소리로 절대 반지라고 부르는데 이제는 배움터길의 좋은 전통이 된 것 같다.

 

 

 

 

 

 

 

 

 

 

 

 

 

졸업장을 받고 마지막으로 한마디하는 시간들. 이 시간에 아이들 말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울 뻔 했다. 계속 눈물이 나는 걸 참느라 힘들었다. 그냥 처음과 마지막을 함께 한 교사로서 찡한 데가 있었나보다. 힝.

 

 

 

 

작년까지는 세상을 향해 멋지게 날아오를라고 마지막에 종이 비행기를 날려주었는데 이 친구들은 독특하게 볼풀공을 던져주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멘트를 바꿨다. "세상에 나가기 전 단단한 맷집을 길러준다고 생각하시고 있는 힘껏 공을 던져 주세요!"

 

 

 

 

 

끝나고 나서 이렇게 프리허그하는 시간을 가진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올해는 빼려고 했는데 기어코 하고 싶다고 해서 집어 넣었다. 응원해주고 격려해주면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졸업식 이 끝나고 나서 외국의 프롬파티를 벤치마킹하여 애프터파티를 기획했다. 겸사겸사 졸업생들까지 모조리 불러서 파티를 열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평가가 꽤 괜찮았다. 이 역시 앞으로 배움터길의 좋은 전통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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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이란 시간은 길지 않다. 하지만 이 길지 않은 시간 안에서도 배움터길 친구들은 많은 고민과 방황과 갈등을 반복하면서 성장하고 또 성장한다. 졸업식은 그 성장의 결과물을 축하해주는 자리다. 물론 아직 여물지 않는 열매도 있을 테고 그래서 부족한 부분들도 보이겠지만 남은 과제 역시 그들이 앞으로 부딪히고 도전하면서 스스로 풀어야할 부분이다.

 

졸업식 때 울까봐 차마 하지 못한 말이 있다. 오래 전부터 준비했지만 타이밍도 없었고 아마 말했으면 펑펑 우느라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을 것 같다. 얼마 전 페이스북으로 말을 전하기는 했지만 여기에 다시 글을 올린다.

 

"졸업하면 힘들거야. 울타리가 사라지면서, 세상과 직면하면서, 많은 것들을 직접 부딪히면서 좌절도 하고 많이 외롭겠지. 하지만 그 때 한가지만 기억해. 너는 혼자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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