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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도서관/여행과공간

군산여행 10편 : 목욕하는 미술관 '이당미술관'

by 식인사과 2017.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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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다녀온 여행 포스팅을 아직도 끝내지 못했다. 나를 잘 알기에 이렇게 긴 시리즈의 포스팅을 잘 하지 않는데 경험삼아 해보겠다고 한 게 그만 화근이 됐다.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여기서 멈출까 싶었지만 쓰지 못한 것이 앞으로 계속 머릿속에 남을 것 같아서 그냥 쓰기로 했다. 아무래도 군산에 한 번 더 놀러가야겠다.


이당미술관에 가는 길에 '틈'이라는 예쁜 카페가 있다. 얼핏 보면 폐허 같아서 그냥 스쳐지나가기 싶지만 폐허 안에 있어서 오히려 독특한 느낌을 준다. 커피 한잔 마시면서 쉬려고 들어갔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냥 나왔다. 그래도 다음에 가면 꼭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틈'을 지나서 이번에 간 곳은 독특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이당미술관이다. 과거 목욕탕으로 사용되던 곳을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한 곳인데 내부 인테리어만 보는 것으로도 굉장히 영감을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다. 건축이나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꼭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마침 전시회를 하고 싶어서 그림도 볼 겸 바로 들어갔다. 인상 깊은 그림이 있었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좋은 그림과 사진이 있었고 전시회 컨셉이 좋았고 공간이 참 이뻤다는 정도의 느낌만이 남아 있다. 참 성의없는 포스팅이다. (죄송합니다..)





걸핏하면 때려부수고 새로 건물을 짓는 한국식 건축 문화는 흐름과 맥락 있는 공간을 잘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런데 군산이라는 동네는 거리거리마다 역사적 맥락을 잘 보존하고 있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았다. 이당미술관도 그런 곳 중의 한 곳이다. 목욕탕을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하는 아이디어 자체도 기막히게 멋지지만 우선 옛 건물을 부수지 않고 보존하겠다는 그 마음도 정말 기똥차게 멋진 것 같다.







그림과 사진도 멋지지만 이 곳은 공간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 보면 된다. 무심한 듯 아무 것도 건드리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작품과 함께 공간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세팅이 잘 되어 있다. 사실 그림은 잘 들어오지 않았다. 곳곳에 숨은 공간들을 찾고 오래된 벽의 질감들을 보는 것만으로 너무 좋아서 행복한 비영을 지를 뻔했으니까. 이런 곳, 정말 좋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이라 사진으로 기록을 남겼다. 색감이 너무 좋아서 오랫동안 그림을 그린 예술가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특수학교인 군산명화학교 출신의 이남기 화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포스팅을 하려고 오랜만에 사진을 통해 그림을 봤는데 그 때 봤던 강렬한 느낌이 다시 떠오르는 것 같았다. 완전히 다른 색감과 형태인데 이상하게도 미술관 공간의 느낌과 작품이 많이 닮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굉장히 재미있다. 철제로 만들어진 계단과 오랜된 건물의 벽들이 잘 어울린다. 십자가 모양의 천장은 그것 자체가 조각 작품인 것처럼 계속 보게 된다. 십자가 천장 위의 샹들리에도 이 곳에 있으니 더욱 센스 있는 아이템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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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한옥마을 근처에도 오래된 목욕탕 내부의 원형을 그래도 살려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곳이 있고, 구 서울역사도 '문화역서울284'라는 이름으로 내부의 시설들을 그대로 보존한 채 공연 공간으로 다시 운영되고 있다. 오래된 공간의 체취를 그대로 보존하고 그 위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런 공간들에 가면 시간과 공간이 함께 보여서 그냥 기분이 좋다. 앞으로 이런 공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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