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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지 추천 | 안면도에서 배 타고 쭈꾸미 낚시하기

by 식인사과 2017.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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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낚시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예전에는 찌 없는 낚시대를 강에 드리우고 세월을 낚았다는 강태공의 이야기를 들으며 낚시에 대한 로망을 품기도 했지만 그 동안 몇차례 소소하게 겪어본 낚시의 경험은 이상과 현실은 다른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던 것 같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강 한 구석에서 유유자적하게 낚시를 하고 있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뒷정리의 귀찮음이야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얼마 전 학교 아버님 몇몇 분들이 안면도에 선상 낚시를 가려고 의기투합을 하셨다. 고맙게도 나를 초대해주셨는데 낚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선상낚시는 새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해서 선뜩 가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안면도 영목항에서 6시에 출발하는 배를 타야 했기 때문에 새벽 3시에 모여서 아버님 한 분의 차를 타고 출발했다. 2시간 정도 걸려서 안면도에 도착했고 항구에 있는 마트에서 쭈꾸미 낚시 관련 도구들을 대여하거나 구입하니 출바할 시간이 되었다. 마트에서 낚시 관련 모든 물품들을 대여 및 판매하기 때문에 낚시 도구가 없어도 낚시를 즐기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새벽 일찍 모였기 때문에 모두들 아침을 먹지 않고 오셔서 간단하게 빵으로 요기를 한 후 낚시 도구들을 챙겼다.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에 탄 후 찰랑찰랑 움직이는 배의 움직임을 느끼다 보니 낚시를 좋아하지 않은 나도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오- 재밌겠다!






새벽 일출을 보면서 배가 출발했다. 지도로만 보면 서해가 굉장히 좁아 보이지만 막상 배를 타고 나가면 서해가 망망대해처럼 느껴진다. 한 시간 정도 배를 타고 힘차게 나가도 그리 멀리 가지는 못한다. 쭈구미 낚시의 경우 한 시간 정도지만 큰 물고리를 잡으로 나갈 때에는 2시간 정도 더 나가야 한다고 한다. 아무튼 새벽에 보는 바다 일출은 정말 장관이다.  







배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나가는 도중에 아침이 찾아왔다. 엔진이 가르는 물보라가 제법 멋졌고 무엇보다 드넓은 바다와 청명한 하늘만 있는 풍경이 굉장히 자유롭게 느껴졌다. 엔진에서 풍기는 비릿한 석유 냄새와 바다 특유의 비릿한 향기가 모하게 잘 어울렸다. 





출발할 때는 배가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선장님이 세워주신 낚시 포인트에 가보니 굉장히 많은 배가 이미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대략 봐도 수십척은 되어 보이는데 선장님들기리도 무전기로 포인트 위치를 공유하며 교신하고 있었다.





배가 달릴 때는 흔들림이 없었는데 막상 배가 포인트에 도달하고 나니 파도가 거칠어서 배가 굉장히 많이 흔들렸다. 스물스물 등부터 기어올라오는 멀미의 기운 때문에 초반 1-2시간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배 난간을 부여잡고 먼 하늘을 보며 계속 침만 삼키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와중에도 기념샷은 한장 건진 걸로... 어이쿠야.






멀미가 어느 정도 지나간 후에 본격적으로 낚시를 시작했다. 쭈꾸미 낚시는 찌가 없기 때문에 순전히 무게감으로 낚시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초보자들은 민감한 무게의 차이를 느끼지 못해서 실패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나도 처음 해보는 거라고 생각보다 조금 어려웠다. 나 말고도 같이 간 분들 대부분 초보인 경우가 많아서 선장님이 포인트마다 나와서 대신 잡아주셨는데 20초마다 한 마리씩 낚아올리시는 신공을 보여주셨다. 





나는 총 54마리를 잡았다. 보통 100-200마리 정도 잡는다고 하니 많이 잡은 것은 아니다. 작년에 올라온 쭈꾸미 낚시 포스팅을 보니 최고로 많이 잡은 분은 하루에 728마리를 잡으셨다고 한다. 처음 낚시를 하기 전에는 과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옆에서 선장님이 잡으시는 것을 보니 충분히 가능한 숫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으로 찍지는 못했지만 점심 시간에는 선장님이 쭈꾸미 라면을 끓여주신다. 바로 잡은 쭈꾸미를 손질 없이 바로 넣어주시는데 라면 반 쭈꾸미 반이 될 정도로 풍성하게 끓여주신다. 나 혼자만 10마리 가까이 먹은 것 같다.





잡은 양이 적다고는 하지만 2인 가족이 집에서 먹기에는 매우 많은 양이기도 하다. 손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검색을 하니 바로 냉동을 하라는 글도 있고 내장을 제거한 후 냉동을 하는 글도 있어서 고민을 하다가 후자를 선택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아내와 함께 둘이서 내장 손질을 하다보니 1시간이 훌쩍 넘게 걸렸다. 10마리씩 봉지에 나눠서 얼려두었는데 지금까지도 맛있게 먹고 있다. 그런데 50마리 잡은 것도 이렇게 손질이 오래 걸리고 힘든데 200마리 정도 잡으면 어떻게 손질을 할지 궁금하기는 하다. 





손질한 쭈구미로 바로 볶음 요리를 해먹었다. 밖에서 쭈꾸미 요리를 시켜 먹으면 몇마리 들어있지 않지만 직접 해먹으니 쭈꾸미 반, 야채 반 정도로 풍성하게 해먹을 수 있었다. 직접 잡은 녀석들을 바로 손질해서 먹어서 그런지 더 싱싱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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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쭈꾸미 낚시를 다시 가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선뜻 좋다고 대답하기는 힘들 것 같다. 선상낚시를 하려면 대략 8시간 동안 배 위에서 땡볕을 '즐겨야' 하고 멀미와도 친해져야 한다. 오랜 시간 낚시를 하다보면 팔도 저릿저릿해질 정도로 아프다. 글 서두에도 밝힌 것처럼 선상 낚시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새로운 경험으로서 쭈꾸미 낚시는 나에게 즐거운 시간이었다. 선상 낚시는 고통을 수반하기는 했지만 그 어떤 놀이기구를 타는 것보다 스펙타클함을 제공하는 것 같다. 그래서 다음에는 더 멀리 바다에 나가서 물고기를 낚아보고 싶다. 물론 나한테 잡힐 물고기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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