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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과경제/공동체네트워크

2013년 제 8회 더불어가는길 총회

by 식인사과 2013.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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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박원순 시장의 마을공동체 사업이 한층 탄력을 받고 있는 것 같다. 마을이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어야 하는 것이긴 하지만, 이웃 개념이 사라진 요즘 도시 문화 속에서 이런 지원 정책이 있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게다가 '새마을운동'처럼 마을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으로 마을을 꾸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도 마을 주민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하나의 마을이 필요하다'

 

위 속담은 대안교육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알고 있는 아프리카 속담인데 마을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대안교육진영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속해 있는 대안학교도 학교를 설립하던 초기에 학교와 함께 마을 설립을 꿈꾸어 왔다. 어떤 마을을 꿈꿀까, 우리는 어떤 공동체인가에 대한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오고 갔고 그런 의견들이 모여서 지금의 공동체가 생겨났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떠나가기도 했다. 우리가 마을을 꿈꾸고 공동체를 지향하려는 것은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서인 것 같은데 그 과정에서 불행한 사람들이 생겼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유난히 추웠던 올해 겨울만큼 더불어가는길 공동체의 이번 겨울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공동체라고는 하지만 조직 개념으로 보면 아직 학교보다도 작은 조직인데 그 작은 조직에 너무 많은 사람들의 욕망이 작용했던 것 같다. 작은 그릇에 너무나 많은 음식을 담으려다 보니 결국 그릇이 버티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조금 비웠다. 이만큼 비워내는데도 많은 진통이 있었다. 그릇을 비워야 새로운 음식을 담을 수 있듯이, 이번 총회의 부제를 '비움과 채움'이라고 지은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사실, 아직도 비울 것은 더 많이 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듯이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이 과정을 밟아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지금의 더불어가는길 공동체는 여리고 순수한 어린 아이와 같다. 어린 아이는 자연과 스스럼없이 뛰어놀아야 하는 것처럼 길공동체도 지금은 뭘 해야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재미있게 놀아야 한다. 어린 아이에게 감당할 수 없는 많은 의무와 책임을 지우게 되면 아이는 점점 그늘이 많아지고 불행해진다. 길공동체 역시 그 동안 짐지워진 과도한 의무와 책임을 벗어던지고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공동체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행복해질 수 있다.  

 

 

 

추신.

공동체에 대한 그림을 그려보면서 문득 학교 다니면서 연극작업을 할 때가 생각났다. 매학기마다 그리고 방학마다 적게는 10명에서부터 많게는 70명 정도의 인원이 3~4개월 동안 하나의 연극작품을 만들기 위해 매달렸다. 목표는 똑같지만 방법이 서로 달랐기 때문에 서로의 의견을 좁히지 못해 갈등도 많이 생겼다. 그래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 작품을 최고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라는 생각을 서로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뒤풀이 자리만 되면 그 동안의 과정을 다 잊고 술 한잔 하면서 서로 웃을 수 있었던 것 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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