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대안학교에서 여행은 대부분 중요한 교과목 중의 하나이다. 알뜰하게 재정 운영을 해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교육과정이지만 최소 5박 6일 이상의 긴 기간 여행을 다녀오는 이유는 학생들이 여행을 통해서 직접적인 삶의 기술들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 생활 속 간단한 독립생활 기술을 익히는 것을 시작으로 지역 사람들과 건강하게 만나는 법, 또래 친구들과의 적절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크고 작은 사회적 기술까지 여행은 생각보다 꽤 많은 배움을 학생들에게 선물한다.
대안학교에 처음 와서 다녀온 여행은 4박 5일간의 지리산 종주 여행이었다. 평소 등산이라고는 동네 산 정도밖에 가지 않았기에 가기 전에 체력이 약한 친구들과 주말마다 등산을 하거나 등산 전문가들을 많나서 조언을 듣고 15페이지가 넘는 여행 준비 안내문을 만드는 등 많은 준비를 했다. 안개 때문에 천왕봉을 보지 못했지만 무사히 종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나는 그 동안 한 번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리얼 첫여행은 끝났다.
다음 해 나주역에서 해남 땅끝마을까지 가는 도보여행을 가게 되면서 처음으로 트레킹화라는 것을 구매했다. 나의 첫 트레킹화였고 내 기준에서는 나름 비싸게 구매했던 녀석이라 여행을 갈 때만 열심히 신었던 녀석이었는데 작년에 다녀온 가을여행을 끝으로 밑창이 떨어져 더이상 신을 수 없게 되었다. 8년을 함께 했던 신발이라서 바로 버리기에는 왠지 슬펐다. 한 동안 간직하다가 사진 기록만 남기고 얼마 전에 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 첫 정이 참 무섭다.
오래된 물건과의 헤어짐은 언제나 이상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삶의 미련을 버린다는 느낌이 들어서 한편으로 후련하기도 하지만 삶의 동고동락을 함께 한 동료와 헤어진다는 느낌도 들어서 슬픈 감정이 올라오기도 한다. 나의 발과 8년간 삶을 함께 나눈 첫 트레킹화에게 조의를 표현다. 부디 극락왕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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