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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천개의공감

2017년 띄엄띄엄 돌아보기

by 식인사과 2017.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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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일기를 쓰지 않지만 2017년은 왠지 그냥, 띄엄띄엄이라도 일년살이를 돌아보며 기록을 하고 싶었다. 궁상맞아 보여서 평소에 잘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궁상을 떠는 것을 보니 점점 나이가 들기는 하는가보다. 어쩌면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돌아보기하는 작업을 좋아했던 것도 같다. 그래서 나의 보물창고에는 옛 기록들이 한가득 쌓여 있다. 역시 궁상이 맞다. 2017년 말에 쓰기 시작했는데 이래저래 일정에 쫓기다보니 어느새 2018년이 되었다. 얼른 써야지.


_ 의왕의 대표 축제가 된 갈미한글축제


작년 연말 의왕시청 종무식에서 한글축제가 상을 받았다. 2014년 상록수역 먹자골목 곱창집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여기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다. 내가 속한 단체에서 지자체 지원을 받기 어려워 인근 지역의 예술단체인 아리수에게 연락을 했고 공동기획을 통해 500만원 저예산으로 첫 한글축제를 진행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기대 이상으로 잘 되고 있어서 가끔은 어리둥절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잘 되고 있으니 기분은 좋다. 올해 4회 째 진행되는 한글축제는 예산도 늘어났고 홍보도 잘 되면서 굉장히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주셨다.


_ 1010TF : 공동체 10년을 돌아보고 10년을 준비하는 태스크포스 

내가 일하는 곳은 그 동안 공동체, 대안학교, 청년공간, 도서관, 마을사랑방 등의 개념이 뒤섞여서 운영이 되어 왔다. 마을공동체 운동으로 확장이 되는 것은 좋지만 운영 주체와 정체성, 단체의 철학, 운영방식 등이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채 운영이 되다보니 정작 실무를 담당하는 활동가들이 그 중간에서 공통분모를 만들어내는 것이 많이 어려웠다. 2년 전 공동체 10년을 돌아보며 이제는 정리를 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졌고 난 그 안에서 퍼실리테이터로서 역할을 했다. 좀 외로웠고 좀 답답했고 좀 괴로웠지만 어쨌든 올해 8월 공동체 임시 총회를 통해 1차 정돈이 되었다. 올 한해 각 단위의 일들이 돌아가는 모양새와 운영자들의 전반적인 평가를 보면 정돈이 잘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_  제 2차 학생 중심 교육토론회

3년 전 한 부모님께서 그 동안 부모와 교사 중심으로 진행한 교육과정 평가회를 학생과 함께 해보자는 의견을 주셨다. 기존의 평가회보다 많은 품이 들어가는 일이었고 결국 그 과정의 대부분을 교사회가 진행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서 조금 망설였지만) 흔쾌히 해보자고 했다. 그런데 학생들과 함께 교육토론회를 위한 TF를 꾸리고 전체회의, 학생회의, TF회의를 통해 안건을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학생들도 교육과정에 대해 세세하게 논의하고 의견을 내는 과정이 즐거웠던 것 같다. 지금은 학생 중심의 교육토론회 문화로 자리 잡았고 교육토론회 준비 시즌만 되면 학교 교육과정에 대해 학생들이 심도 있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왠지 소 뒷걸음 치다가 쥐 잡은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아무튼 올해 3차 교육과정 개편을 하는데 교육토론회는 큰 역할을 했다.


_ 엄마와 이모와 터키 효도여행


7년 전 쯤 엄마에게 해외 성지 순례 여행을 다녀오라고 그 당시 적금 탄 돈을 드렸지만 때마침 엄마가 급하게 돈을 쓸 곳이 있어서 결국 가지 못하셨다. 엄마 연세도 있으셔서 더 늦으면 안되겠다 싶어서 작년 중순부터 엄마를 찾아가 설득하기 시작했다. 동행할 분을 구하기가 어려워 이모와 함께 가는 것을 제안드렸고 성지순례까지는 아니지만 기독교 성지의 흔적이 제법 남아 있는 터키로 여행지를 정했다. 처음 해외 땅을 밟아보는 엄마의 눈빛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식사를 마치고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어느 터키 청년에게 샀다며 테이크아웃 커피를 건네주시는 엄마의 생생한 모습을 보는 것이 낯설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이런 감정은 왜 이제서야 생기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자주자주 여행을 가야겠다.


_ 집밥허선생 : 된장, 간장 담그기

집에서 밥을 먹는 날이 많지 않으니 담그는 된장과 간장은 대부분 선물로 주는 편이다. 특히 엄마가 내가 만든 된장과 간장을 매우 좋아하신다. 4년 전 마님이 꼭 해보자는 제안에 공동체 장 담그기 행사에 참여하게 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장 담글 때는 매우 힘들지만 숙성된 장을 선물로 줄 때 기분이 좋다. 내가 먹을 장을 직접 담근다는 행위 자체도 즐겁다. 그 동안 시중에 판매하는 단짠단짠 간장과 된장 맛에 길들여져 있다가 처음 내가 담근 장을 먹었을 때는 짠맛만 강해서 요리할 때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장맛의 느낌을 알고 나서는 대부분의 요리에 내가 담근 장을 사용한다. 


_ 소극장 만들기 프로젝트 '플레이그라운드' 시작

소극장 만들기는 연극을 전공했을 때부터 꿈이었다. 예술을 공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품 창작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나는 예전부터 창작 환경을 구성하는데 관심이 많았다. 대안학교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그 꿈을 잠시 접어두었지만 대안학교연극축제, 갈미한글축제, 학교에서의 다양한 연극 수업 활동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3월에 후배 한 명과 모임을 시작했다. 그 모임은 후배가 제주도로 내려가면서 사라졌지만 그 에너지를 이어받아 현재 새로운 연극 창작 단체를 준비하는 계기가 되었다. 20년 안에 의왕에 재미있는 소극장 하나를 만들고 싶다. 하자!  


_ 배길운영연구팀 시작

공동체와 학교가 정관상 분리가 되고 후속 작업이 이어졌다. 그 동안 머리는 같고 몸통이 다르던 두 단체가 분리되었고 기존의 머리를 담당하던 운영체제는 공동체로 가져가기로 했다. 이제 학교에 맞는 운영체제가 필요했다. 문서상 정관을 만드는 것 자체는 매우 간단한 일이지만 그 안에 담을 내용을 마련하는 것은 다수의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요즘 TV에서 개헌 이야기가 나오면 개헌 준비를 하는 당사자들이 참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회원 수 200명도 되지 않은 단체의 조직 개편 과정도 2년이 넘게 걸렸는데 5,000만명이 넘는 국민이 속한 나라의 운영 체제를 바꾸는 과정은 얼마나 오래 걸릴까. 좋은 개헌을 위해서라면 정부나 국민이나 모두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배길운영연구팀은 이제 학교 정관 만들기를 완료하고 운영규정 제정에 들어갔다. 또 다시 1년이 필요하다.


_ 근대 문화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군산

학교에서 여행 수업을 진행하면서 국내 곳곳을 참 많이 돌아다녔다. 여행을 싫어하는 나같은 집순이들에게 대안학교는 좋은 직장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여행 경험 덕분에 이제는 웬만한 여행 준비는 매우 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튼 그렇게 여러 공간을 다녔지만 이번에 답사차 다녀온 군산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총 12편의 블로그 포스팅을 하면서 오래 기억에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군산은 시간이 되면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나중에 엄마를 모시고 꼭 다녀와야지.

2017/09/24 - [천일야화/천개의공감] - 군산여행 끝편 | 군산여행을 마치며



_ 엄마 생신 파티 요리하기


올해 처음으로 내가 손수 만든 요리로 엄마 생신산을 준비했다. 그 동안 집밥백선생, 수요미식회 등의 프로그램을 보면서 노트앱에 저장해 놓은 레시피를 바탕으로 우렁살 미역국, 차돌말이찜, 더덕무침, 두릅데침을 만들었다. 손질된 더덕이 없어서 비싼 선물용 생더덕을 직접 다듬어서 무침을 만들었는데 더덕은 직접 다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차돌말이찜은 시간이 없어서 엄마와 함께 준비했는데 엄마와 함께 요리를 하는 그 순간이 꽤 즐거웠다. 2018년도 생신도 이미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 메인 요리는 명란두부탕!


_ 내 마음을 울린 두 편의 공연 :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손

학교에서 연극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일 년에 정기적으로 몇 편의 연극을 관람한다. 2017년에도 여러 연극을 봤지만 그 중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은 국립극단협력학교 프로그램과 연결이 되어 보게 된 청소년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와 창작집단 라스의 '손'이다. 공연을 보면서 청승맞게 눈물이 많이 났고 나도 이런 연극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창작집단 라스는 초창기 연극 수업에서 학생들과 공연을 보러다닐 때와 비교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성장한 극단이다. 올해는 월간 한국연극 선정 베스트7에도 선정이 되었다.


_ 장기인턴십 출항과 마무리


장기인턴십을 준비하면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내가 더 설렌다. 올해도 8기 친구들과 함께 인턴십을 준비하면서 총 13곳의 현장들을 돌아다녔고 참 좋은 사람들과 재미있게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대안학교 수업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좋은 것 중의 하나를 뽑으라고 하면 나는 인턴십을 꼽는다. 이제 막 자기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게 된 십대 친구들에게 직업과 연계해 현장 중심으로 교육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수업이기 때문이다. 본인의 관심 분야만큼 좋은 멘토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섭외 과정에 심혈을 기울인다. 올해도 8기 친구들이 열심히 참여해주어서 발표회까지 잘 마무리되었다. 그 당시 인턴십 활동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학부모님들에게 나눠드린 파일을 공유한다.

장기인턴십_부모님안내문.pdf


_ 덕질의 시작 : 노트북에 원피스 스킨 적용하기


짠돌이처럼 엄청나게 절약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불필요한 곳에 돈을 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취미 생활이라는 것이 별로 없는 편인데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취미가 철지난 명기 기계들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이다. 가령 구글의 레퍼런스폰인 넥서스 초기작들을 지금 발품을 팔아 구입하면 2-3만원에 구입을 할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구입을 하기 때문에 돈을 과하게 쓸 일도 없다. 하지만 작년 6월에 거금 6만원을 주고 학교에서 쓰는 노트북에 만화 원피스 스킨 작업을 했다. 컴퓨터 기능과 전혀 관계가 없는 부분이었지만 그 노트북을 쓸 때마다 기분이 좋다. 요즘에는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대륙의 온라인 쇼핑 세계에 눈을 뜨고 나서는 원피스 덕질이 더욱 과감해졌다. 덕질의 시작이다.


_ 솔숲 길찾기 여행 지원하기

2016년 처음 길찾기 과정이 만들어질 때부터 식사 지원을 나갔다. 두 번의 길찾기 여행 덕분에 내 보잘 것 없는 요리 실력이 조금 늘 수 있었다. 음식을 만드는 시간 이외에는 자유 시간이 많아서 책도 많이 읽었다. 길찾기 여행을 계기로 매년 홀로 가는 책여행을 꿈꾸고 있지만 방학 중 일도 많을 뿐더러 이제는 결혼한 몸이라 혼자 여행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언젠가는 꼭 책여행을 가리라. 사는 책보다 읽은 책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_ 대안학교 교사 연수 프로그램 오프닝 진행


대안학교에서 일을 한지 이제 9년차가 되다 보니 언젠가부터 연수를 받는 입장에서 연수를 하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3년 전부터 대안교육연대에서 후츠파에 연수 진행 제안이 들어왔는데 그 이후부터 쭉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4시간 동안 서로의 속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오프닝 프로그램을 해달라고 처음 제안 받았을 때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보자는 마음으로 후츠파 선생님들과 만나서 열심히 준비를 했고 덕분에 연수에 오신 많은 분들이 즐겁게 참여했던 것 같다. 올레!


_ 배움터길 길잡이교사, 길동무 교사 두 분의 결혼식


길동무 교사인 컴퓨터 선생님은 학교에서 처음 근무를 시작할 때만 해도 전혀 모르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제일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이십대 후반 배움터길에서 처음 만났을 때 나이도 똑같고 관심 분야도 비슷해서 가까워지기 시작했는데 이제 각자 결혼까지 하고 나니 감회가 새롭다. 같은 날 길잡이 교사 사이도 결혼식을 올렸다. 2014년 배움터길과 인연이 되어 함께 하게 된 사이는 나와 전공 분야도 비슷하다. 언젠가는 꼭 좋은 작품을 같이 해보고 싶다. 같은 날 결혼식이 있어서 다 못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4시간 간격이 있어서 다행히 두 분의 결혼식에 모두 참석할 수 있었다. 8월 19일은 좋은 날이다.


_ 후츠파 낮술워크숍 낭독회


2013년 교보재단 지원금을 받아서 진행한 3박 4일 교사 대상 워크숍을 계기로 매년 여름에 교사 중심의 연극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는데 재미있는 게 단 한 번도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된 적이 없다. 올해는 좋은 희곡 2개를 선정해 함께 읽고 대본 분석을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는데 마지막에는 낭독회 시간을 가졌다. 다들 바쁜 시간 내서 오느라 1박 2일밖에 시간을 마련하지 못했지만 짧은 시간만큼 다같이 노력해서 밀도 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많이 반성했다. 그 동안 청소년 친구들을 대상으로만 연극 프로그램을 준비하다보니 어른을 대상으로 준비하는 연극 창작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전혀 공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워크숍을 계기로 내 연극 작업의 방향이 좀 더 확장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워크숍이 나에게는 참 고맙다.

안내문_2단리플렛.pdf


_ (가칭) 플레이랩 북극 시작


소극장 만들기 프로젝트를 계기로 8월부터 연극 창작 준비를 시작했다. 창작 경험이 전무한 단체가 소극장을 만들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준비는 거슬러 올라가면 2014년까지 올라간다. 그 당시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다는 열망 속에서 그 동안 꿈꿔왔던 연극실험실 개념의 플레이랩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6년간 노트 속에 기록해둔 연극 관련 창업 아이템을 모아모아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준비가 부족해 반년만에 활동을 중단하고 말았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기에는 내 스스로 묶여 있는 일들이 많았고 결정적으로 내 마인드가 아직 사업을 하기에는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나는 사업이 아닌 수업을, 그리고 사업놀이를 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렇게 저렇게 다양한 실패의 경험들이 결국 중요한 점이 되어 이제 막 연결이 되어가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졸업식에서 언급한 '점의 연결'은 정말 맞는 말이다. 내가 쌓은 점들은 언제가 서로 연결이 된다.


_  생활의 참견 자립 특강 : 여행, 재무설계, 퍼스널컬러, MMPI, 창업


학생들이 직접 주제를 정하고 강사 섭외까지 했지만 무엇보다도 나에게 정말 도움이 되었던 수업이다. 기회가 된다면 수업을 해주신 분들과 일대일로 만나서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모든 수업이 도움이 되었지만 특히 재무설계 부분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돈을 관리하는데 관심이 많아서 나름 꼼꼼하게 수입지출을 관리하는 편인데 보다 체계적으로 돈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의 중요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생각보다 좋았다. 역시 인생은 지르는 것만큼 관리도 중요하다.


_ 추석맞이 양가 나들이


2015년에 결혼을 했으니 양가 집안에 방문을 하는 것은 올해 처음이 아니지만 마님의 합천집에 방문하는 것은 올해 처음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새로웠다. 아마도 제사를 제대로 경험해보는 첫 추석이라서 그런 것 같다. 엄마가 교회를 다니시면서 어렸을 때부터 제사를 지낸 경험이 거의 없기에 제대로 된 전통 방식의 제사에 참여하는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렇다고 현재의 제사 문화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세대 간의 소통 및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면에서 현재의 제사 문화도 문화의 한 측면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제사 문화를 엄격히 지키는 분들이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고 몇백년 전의 제사 문화를 후대에게 강요하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조상을 모시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사람을 존중하지 않은 제도와 문화는 결국 폭력이 될 수밖에 없다.


_ 서울로 떠나는 가을여행


그 동안 가을 여행지로 선정된 곳은 경주, 부여, 강릉바우길, 소백산자락길, 강화도 나들길 등 대부분 수도권 이외의 지역이었다. 왠지 '여행'이라고 하면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 가서 새로운 것들을 접하고 만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학생들과 함께 하는 여행기획팀에서 여행의 개념과 정의, 각자가 생각하는 여행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면서 어쩌면 가장 낯선 곳일 수 있는 서울로 여행지를 확정했다. 때마침 '알쓸신잡'이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같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방영이 되면서 여행을 준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여행을 가기 전 모든 친구들과 여행지 정보에 대해 어떻게 공유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부루마블 컨셉으로 '서울의마블' 게임도 만들었다. 60명이 함께 참여해야 했기에 룰을 단순화하고 각 지역에 대한 정보를 지역카드에 담았다. 여행을 갈 때도 하루하루 미션을 음성 미션으로 만들어서 제공했더니 학생들이 흥미로워했다. 시간의 제약, 기획의 미숙함으로 더 많은 곳을 가보지 못해서 아쉽지만 나에게 이번 여행은 서울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2018년에는 서울성곽길 한바퀴 종주를 꼭 할 예정이다.


_  대안교육 활동가상을 받다.


대안교육연대에서 올해 처음 학술대회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대안교육 경험이 담긴 논문, 교육활동보고, 에세이를 내는 공모전을 진행했다. 나는 교육활동보고와 에세이를 제출했고 학술대회 때 활동가상을 받았다. 그 동안 내가 진행한 학교 교육과정 활동에 대한 기록을 개인 파일이나 블로그에 잘 정리해 놓은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상은 처음 받아보는 것 같은데 큰 상은 아니지만 그 동안의 노력이 보상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내년에도 또 도전해야지.


_ 제 7회 대안학교연극축제 : 웰컴투동막골


2011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 2012 한여름밤의 꿈, 2013 민중의 적, 2014 도덕적 도둑, 2015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2016 안티고네에 이어서 올해는 장진 감독의 '웰컴투동막골' 작품으로 대안학교연극축제에 참여했다. 총 14명의 배우와 4명의 라이브 악단, 분장과 조명 등의 스탭들을 합쳐 괘 많은 친구들이 연극워크숍에 참여했다. 수업 안에서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인원이었지만 올해도 여차저차 열심히 만든 덕분인지 많은 분들이 공연을 보고 크게 칭찬해주셨고 후원금도 듬뿍 내주셨다. 내년에는 어떤 작품을 해야 할까. 로미오와 줄리엣?


_네이버 지식인 레벨업, 이제는 초인


3년 전 학교 학생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학교를 홍보할 방법을 찾다가 네이버 지식인에 답변을 달기 시작했다. 내가 속한 현장에 대한 홍보만 하는 것보다 우선 대안교육에 대한 왜곡된 시선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대안교육에 관련된 모든 질문에 답글을 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청소년 및 청년 고민상담도 해주고 내가 아는 분야에 한해서 컴퓨터 수리나 노트북 구입에 대한 답글도 달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취미가 되어 버렸다. 특히 힘들고 어려워하는 청년들의 고민 상담 글에 답글을 달면 고마워하는 분들이 참 많다. 청년들을 위로하고 싶다면 어설픈 세대론을 앞세워 추상적인 말만 던질 것이 아니라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와 있는 고민 상담글에 답변을 달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식인에 답글을 달다보니 이제는 지식인을 통해 연락을 주신 분들과 오프라인 상담도 하고 있다. 아무튼 2018년 지식인 목표는 식물신!


_ 대숲 졸업 논문 발표


논문을 쓰는 친구들 13명 중에 9명이 연극워크숍 수업을 듣게 되면서 논문 마무리가 잘 될까 살짝 걱정했다. 뭐- 그래도 이 친구들의 한 해 살이 한 모습을 생각해보면 논문 준비 과정이 다소 미흡해 보여도 잘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발표 연습을 할 때는 쭈뼛거리던 친구들이 막상 발표 시간이 되자 기세등등하게 적극적으로 발표하는 모습을 보고 기분 좋은 배신감이 들었다. 항상 연습 때 소심하던 녀석들이 발표 때만 되면 베스트를 보여준다. 내 기준에서는 매년 발표가 그 나름대로 다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발표에 대해서는 특별하게 칭찬을 더 많이 들었다. 논문집을 다시 보니 팔기 친구들이 자기의 이야기를 잘 정돈해서 쓴 것 같다. 고생했어, 친구들!


00_논문자료집_최종수정본-2.pdf

   

_ 팔팔한 8기와 함께 춤을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대표교사로 일했다. 대표교사가 되기 전 새로운 일을 꿈꾸고 있다가 학교 사정으로 갑작스레 맡게 된 것이기 때문에 정신없이 2년이란 세월을 지나고 난 후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전임 대표교사를 맡은 분들도 비슷한 마음이었는지 대부분 그만두시거나 다른 진로를 택했는데 어느 정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대표교사 이후에도 멘토 역할로 잘 이어지는 케이스도 남겨야 한다는 마음에 8기의 멘토를 맡게 되었다.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시작한 멘토 역할이어었지만 마치 원자로 같은 에너지원을 가지고 있는 8기 친구들 덕분에 올 한해 많이 즐거웠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에너지로 학교 일을 할 수 있는 동력도 얻었다. 고마워, 팔기!


_ 결국에는 사람이 중요해

2004년 자원봉사로 처음 대안교육과 인연을 맺은 후 2007년부터 지금 일하고 있는 현장에서 2년간 길동무 교사로 학생들과 만났다. 2009년부터 길잡이 교사 역할로 일하게 되면서 이제 대안교육 10년차 교사가 되었다. 교육과정, 학교 제도 등 학교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시스템의 변화도 많았고 수많은 사람들과 일도 함께 했다. 남아서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자연스럽게 또는 어쩔 수 없이 떠나는 사람도 있었다. 아직 짧은 경험이지만 비영리단체의 정체성을 가진 집단에서 10년 가까이 일하면서 느낀 점은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영리를 추구하지 않기에 시스템보다 사람이 더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오래오래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해도 결국 사람이 문제가 되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언젠가는 비영리단체 조직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글을 한 번 남겨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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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기억나는 일들에 대해 1-2줄식 간단히 기록을 남기는 수준으로 적으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점점 길어졌다. 일년 일기를 쓰고 나니 이제 2018년을 제대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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