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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엄마 집에 안부 차 찾아갔을 때 스마트폰 대용으로 쓰고 계시던 아이패드가 많이 느려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체를 원하셔서 말씀하신 것은 아니었지만 계속 마음이 쓰였다. 처음에는 좀 더 호환성이 좋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구입해드릴까 하다가 아무래도 사용자 환경이 동일한 아이패드가 괜찮을 것 같아서 그냥 내가 쓰던 아이패드 에어를 초기화해서 드렸다.
평소 태블릿 활용도가 높지 않고 직장에서만 쓰는 업무용 태블릿이 따로 있어서 드려도 큰 불편함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드리고 나니 집에서 태블릿을 꽤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달 정도 없이 살아보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적당한 가격대의 태블릿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한달 가까이 발품을 팔아서 뽑은 모델은 뉴아이패드 2017, 갤럭시탭 S2 시리즈, 지패드3 시리즈 3종류였다. 아이패드 프로나 갤럭시탭 S3처럼 좀 더 최신의 고급형 제품들도 고민했지만 집에서 주로 쓰는 소비형 콘텐츠만을 다루기에는 쓸데없는 고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고 가격은 뉴아이패드는 30-35, 갤럭시탭S2는 25-30, 지패드3는 15-25 정도였는데 가까운 지역, 가능한 새상품, 빠른 구매 등을 기준으로 중고 매물을 알아보다가 얼마 전 지패드3 8.0을 최종 구입했다.
2018년 1월에 출시한 새상품을 중고로 17만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직거래를 하면서 판매하시는 분에게 물어보니 아마도 선물로 받은 물품 같았다. 같은 모델의 해외판인 지패드X를 구입할까도 고민했지만 검색해보니 고장이 났을 때 평택까지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국내 출시 모델을 구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보급형 제품이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제품군이 기본 설치되어 있고 배터리 수준도 양호한 편이다.
씰도 그대로 붙어 있는 말 그대로 새상품이라서 중고 거래를 하면서도 마치 새 물건을 구매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십만원 이상의 전자기계들은 대부분 중고로 구매하다보니 씰을 개봉해본 적이 많지 않은데 수많은 유투버들의 언박싱 영상에서 씰을 절단하며 기뻐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왠지 모험의 나라로 떠나는 기분이랄까. 눈누난나.
구성품은 대부분의 태블릿과 비슷하게 본체, 아답터, 케이블, 설명서가 들어 있다. 아답터와 케이블은 기존에 쓰던 엘지 전용 아답터가 있어서 그대로 보관하기로 했다. 본체 이외의 구성품은 가능한 그대로 보관하는 것이 내 취미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중고로 되팔 때 조금이라도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서 그랬는데 지금은 버릇이 되어서 굳이 재판매를 고려하지 않아도 구성품은 가능한 그대로 보관한다.
지패드3는 모든 버튼이 오른쪽에 몰려 있다. 그래서 버튼을 잘못 누를 때가 많다고 하는데 직접 써보니 그런 경우는 별로 없었다. 제일 위에 있는 버튼부터 전원, 볼륨, 퀵버튼 순서인데 퀵버튼은 자기가 원하는 기능을 바로 가게 해주는 버튼으로 리더모드로 기본 세팅되어 있다.
제품 하단부에는 5핀 충전 단자와 스피커가 있다. 저렴한 보급형 제품이지만 대기업 제품답게 바디가 매끄럽고 전반적으로 마감이 좋다.
상단부에는 표준 USB 단자가 있다. 유선 마우스나 키보드 등 일반 규격의 USB형 장치를 장착해서 쓸 수 있다. 지패드의 가장 큰 강점인 부분이지만 나는 콘텐츠 생산이 아닌 소비용으로 구매한 것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쓴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래도 다른 블로거들의 평을 보면 외부 장치 확장용으로 유용하게 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원을 켜면 엘지와 구글의 로고가 함께 뜨면서 나를 반겨준다. FHD IPS 디스플레이답게 맑은 화면이 나를 반겨준다. 역시 디스플레이는 엘지가 짱이다. 누군가는 해상도가 아쉽다고 하지만 나는 배터리 성능과 디스플레이 성능의 적절한 균형을 잡기 위한 엘지의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화질이 더 좋았으면 사용 시간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아이패드에서 안드로이드 태블릿으로 넘어오면서 가장 좋은 점은 다양한 앱들을 모두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패드의 경우 많은 앱들이 아이폰 전용으로만 나와서 아이패드에 설치해서 사용할 경우 화질이 깨지거나 제대로 된 사용자 경험을 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웹으로 접근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안드로이드는 설치 안되는 앱이 없다. 그래서 가끔씩 사용하는 생산성 앱들도 모두 설치해서 지금은 스마트폰과 거의 같은 환경에서 사용하고 있다.
배터리 양은 높지 않지만 사용 시간은 나쁘지 않다. 웹툰과 웹서핑 기준으로 하루 10시간 정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고 배터리 0%를 기준으로 하면 충전 없이 하루 반나절 정도는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영상을 주로 보거나 게임을 하게 된다면 사용 시간은 훨씬 줄어들 것 같다.
태블릿 사이즈는 태블릿을 구매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아이패드를 사용했을 때 에버노트나 클라우드 같은 생산성 앱을 주로 사용할 때는 사이즈가 작다고 느꼈고 웹툰처럼 소비성 앱을 사용할 때는 화면이 너무 크다고 생각했다. 누워서 사용하기에도 아이패드는 화면이 크고 무게도 무거운 편이다. 그 동안 집에서 내가 태블릿을 사용하는 패턴을 보니 주로 누워서 사용하거나 소비성 앱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지패드3 시이즈 중에서 8인치 크기를 선택했다. 한 달 넘게 사용해보니 좋은 선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직은 태블릿으로 책을 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리더모드는 잘 사용하지 않지만 몇 번 사용해보면서 꽤 재미있는 기능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리더모드로 보니 눈이 조금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케이스와 강화 유리는 위메프에서 공구가로 저렴하게 구입했다. 아이패드는 서드파티가 활성화되어 있어서 예쁜 케이스가 정말 많은데 지패드는 케이스 종류가 많지 않다. 예상했던 부분이라 몇가지제품 중 귀여운 녀석을 골라서 구입했다.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처음 사용해보지만 평소 다양한 운영체제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다. 다만 알림 기능을 해당 앱마다 들어가서 모두 꺼야 하는 점과 밝기 자동 조절이 되지 않은 점은 은근히 불편하다. 자동 밝기 부분이 되지 않는 것은 구입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별로 상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사용해보니 매우는 아니지만 정말 은근히 불편하다.
아이패드에 비해 빠릿한 느낌은 없지만 절반 이상 낮은 가격으로 구입을 했기에 전반적으로 만족하면서 쓰고 있다. 물론 돈이 많았다면 고민 없이 아이패드 프로를 구매했겠지만 나처럼 주머니가 가벼운 분들에게는 지패드처럼 가성비 좋은 보급형 태블릿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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