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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도서관/나혼자맛집

'맛있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 한살림 감자라면

by 식인사과 201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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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아이들과 수업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있다. 토론 수업 중 함께 이야기해 볼 수 있는 공통의 주제를 생각해보다가 한 친구가 낸 의견이었는데 각자 자신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라면을 들고 와서 진검 승부를 해보자는 것이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다음 시간에 바로 토론을 해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각자 성향마다 신라면, 불닭볶음면, 진라면, 생협라면, 안성탕면 등 다양한 라면을 들고 왔다. 재미있는 것은 라면의 종류는 다양해보여도 브랜드는 몇 가지로 통일되어 있다는 것이다. 농심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 오뚜기 정도인데 라면 시장 점유율과 비교해보니 얼추 비슷했다. 각자 고유의 취향대로 라면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그 '고유'라는 것도 어쩌면 길들여진 입맛이라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아이들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맛의 기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기 시작했다. 


우리가 라면을 '맛있다'라고 하는 기준은 과연 무엇일가. 아이들은 대체로 2개의 의견으로 나뉘었다. 라면은 본디 불량한 맛으로 먹는 것으로서 맵단짠이 적절하게 느껴지는, MSG 느낌이 팍팍 나는 라면이 진정한 라면이라고 이야기하는 쪽과 좋은 식재료와 자극적이지 않은 간으로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라면이 정말 맛있는 라면이라고 이야기하는 쪽으로 나뉘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라면이 맛있다는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생각해보니 생협 라면은 제대로 먹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 토론 수업이 끝나고 인근 한살림 매장에 들려서 감자라면을 구입했다. 조합원 가격으로 1,300원 정도이고 비조합원은 조금 더 비싸다. 동네 마트에서 파는 라면 가격 기준으로 하면 제법 비싼 편이다.





우리는 흔히 좋은 식재료의 기준으로 '국산'을 들곤 한다. 이 기준은 꽤 강력해서 식당이나 식재료에 좋은 식재료를 강조하기 위한 절대적인 표기 기준이 된다. 사람들도 '국산'이라는 말만 들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먹는다. 그런데 '국산'이라는 기준이 정말 좋은 식재료의 절대적인 기준일 수 있을까. 냉동 기술의 발달로 이제 먼나라의 식재료도 제법 신선한 상태로 먹을 수 있다. 사실 진짜 좋은 식재료는 제철에 난 것을 그 자리에서 바로 수확하는 것이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국산 제품이 신선도 유지가 가장 잘 되어 있을 수 있지만 국산이라고 모두 좋은 것은 아닐 수 있지 않을까. 라면 포장지 곳곳에 표기되어 있는 '국산'이라는 어휘를 보며 그냥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감자라면을 처음 먹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자극적이지 않다'였다. 나 역시 기존의 라면맛에 길들여져서 그런지 감자라면이 특별히 더 맛있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일반 라면의 조금 심심한 버전이라 먹고 나서 속이 편한 것은 좋았다. 나는 다른 라면도 물을 많이 넣어 마치 탕처럼 먹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내 입맛에도 어느 정도 잘 맞았다. 하지만 어차피 '라면맛'이라 더 '건강한' 음식을 먹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한살림이 동네마트만큼 가까운 곳에 있다면 분명히 애용할 것 같다. 어쨌든 좋은 식재료로 만들었다고 하니 라면을 먹으면서 생기는 왠지 모를 마음의 부담도 내려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거리가 있다면 굳이 찾아가서 구입해서 먹을 만큼 엄청난 맛을 가진 라면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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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토론 수업을 끝내면서, 그리고 한살림 감자라면을 먹으면서 한가지 깨달은 점은 있다. 맛없는 라면은 없다는 것. 제일 처음 누가 개발했는지는 몰라도 라면을 만든 사람은 천재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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