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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첫 신혼집으로 월세에 투룸 같은 원룸을 선택했다. 선택 기준은 간단했다. 현재의 내 벌이에 맞는 집을 구하는 것이다. 빚을 권하고 빚조차 자산으로 인정해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커다란 빚을 지면서 집을 구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두번 째 집을 구하면서 나조차 빚을 질 수밖에 없었지만 빚을 지는 경험으로 자본주의는 돈이 아니자 빚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라든 조직이든 가정이든 빚이 많은 곳은 절대 빛나지 않는다는 사소한 깨달음도 얻게 되었다.
얼마 전 이사를 하면서 첫 신혼집으로 살던 곳을 구석구석 카메라에 담았다. 4년 동안 살면서 정이 많이 들었다. 책상, 책장, 장식장, 선반, 의자, 전등, 전등스위치 등 작은 소품 하나하나까지 함께 논의해서 구매했기에 작은 집이었지만 작다고 느끼면서 살지 않았다.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쌓여가는 작은 짐들 때문에 집이 좁아지자 이사를 결정했고 지금 집에서는 절대 새로운 짐을 만들지 않겠다 아내와 서로 약속했다.
조금 더 공간이 넓어지고 기능별로 공간이 분리된 지금 집이 살기에는 더 편하고 좋지만 이전 집은 첫 신혼집이었기에 기억에 더 남는다. 혼자 살기에는 적당하고 둘이 살기에는 조금 불편한 그 적당한 '불편함'이 나에게는 더 사는 맛을 느끼게 해 준 것 같다. 직장과의 거리는 걸어서 2-3분 밖에 되지 않아서 더 좋았다. 누군가는 삶과 일이 분리가 되지 않는 것에 대해 걱정을 했지만 아침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지 않고 출근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편안하게 다가왔다.
어렸을 때부터 기록하는 것을 좋아했다. 결혼 후 두번 째으로 이사하면서 앞으로 살게 되는 곳에 대한 기록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번째 집은 은하수타운이었는데 두번 째 집은 브릭하우스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집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어찌 될지 모르고 나이가 더 들면 시간이 조금 천천히 흐르는 곳으로 이동하고 싶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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