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다워지는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시는 로멘티시스트다.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 받은 물건은 절대 버리지 않고 전자제품은 한 번 구입하면 최소 20년은 써야 한다는 신념 때문에 부품이 없어서 수리가 불가능해질 정도가 되어야만 새로운 제품을 구입하신다. 몇 년 전 이제는 비율이 맞지 않아 사람들이 길쭉하게 나오는 아날로그 TV를 내가 그냥 교체해드린 적이 있는데 마음이 많이 불편해하셨다. 알고 보니 엄마의 가까운 지인이 이민을 가시면서 엄마에게 드리고 갔던 TV였다. 그 이후로 엄마가 원하지 않으면 어떠한 물건도 내 임의대로 교체하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는 새로운 것들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열심히 사용해보려고 노력하시는 얼리어답터의 기질도 가지고 계신다. 20여 년 교회 일을 하시다가 은퇴를 하신 후 매주 가정예배를 드리시는데 컴퓨터 작업을 통해 설교문을 직접 작성하시고 평소에는 아이패드를 통해 성경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신다. 올해 초부터는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A4 5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의 성경 말씀을 매주 1회씩 꾸준히 업로드하신다.
컴퓨터는 결혼 전 내가 쓰던 컴퓨터를 사용하고 계셨는데 사양이 높지는 않아도 엄마가 쓰시기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그런데 1-2년 전부터 점점 느려지기 시작하더니 얼마 전부터는 쓰기 어려울 정도로 느려지고 시스템도 다운되는 일이 생겨서 엄마의 동의 하에 본체를 교체해드렸다. 마침 내가 보관 중인 중고 컴퓨터를 이용해 알코올 솜으로 외관을 깔끔하고 닦고 SSD와 RAM을 추가 설치해서 사무용으로는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드렸다. 엄마는 과도하게 비용을 쓰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컴퓨터를 교체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만족해하신 것 같다.
중고 컴퓨터 하나 교체해드리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일이겠지만 엄마에게는 오랜 기간 정을 붙인 물건을 교체한다는 것이 깊게 생각하고 오래 고민해야 할 일이다. 쌓여가는 물건들을 보며 가끔씩 정리해드리고 있지만 난 엄마의 그런 모습이 좋고 나도 그런 모습을 닯으려고 노력한다. 가격과 가치를 떠나서 나에게 온 물건을 소중하게 다루고 오래 사용하는 것은 지구를 위해서라도 좋은 일이다.
오래 전에 조립한 중고 컴퓨터지만 업그레이드한 부품들과 엄마의 평소 사용패턴을 고려해보면 아마 4-5년은 거뜬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엄마라면 어쩌면 10년 가까이 사용하지 않으실까. 컴퓨터가 고장나지 않고 오래오래 엄마와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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