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온라인 공간에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 생각을 글로 정리해서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이 새롭고 경이로운 일처럼 느껴졌다. 글의 내용과 문체는 나이가 들수록 달라지고 있지만 글을 쓸 때마다 느끼는 이 경이로움은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청소년기에 진로를 고민하면서 언젠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항상 말하고 다녔다. 그때에는 지금처럼 1인 미디어라는 것이 없어서 다음 카페가 처음 생겼을 때 동아리 전용 카페를 운영하면서 '본질찾기'라는 게시판을 별도로 만들었다. 온라인에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아무런 가이드라인이 없었던 시절, 난 조금은 진지한 글을 올리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던 것 같다.
다음 카페에서 프리챌로, 프리챌에서 싸이월드로 주 활동 공간이 넘어가면서 '본질찾기'는 하나의 게시판에서 분리해 독립된 클럽의 형태로 만들어서 운영했다. 그때 블로그가 아닌 클럽의 형태로 만들었던 것은 나만 글을 올리는 공간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의 글이 올라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지인들과 온라인으로 알게 된 지인들 몇몇을 초대해서 클럽을 운영했는데 내가 올린 글이 대부분이었다. 모양은 커뮤니티였지만 실제 운영은 블로그 운영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2013년 1월 1일 처음으로 티스토리에 블로그를 개설했다.
티스토리 블로그를 2년 정도 해보고 지속 가능성을 판단해보자 했는데 생각보다 글을 올리는 것이 재미있어서 1주일에 한 번 꼴로 글을 올리게 되었다. 꾸준히 올리니까 1년 만에 하루 조회수 400-500회 정도 되었는데 네이버 검색 알고리즘이 변경되면서 현재는 하루 평균 100-150회를 유지하고 있다. 조회수가 줄어든 것은 아쉽지만 애초에 조회수를 목적으로 개설한 것도 아니어서 현재 조회수에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다. 그런데 며칠 전 다음 메인에 글이 하나 추천되면서 2일 만에 5만 회 조회수를 찍어보니 확실히 블로그의 재미는 조회수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쩌면 지금의 이 글도 그 영향으로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티스토리 블로그가 1인 미디어를 이용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는 했지만 그 이전부터 이후까지 나는 다양한 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다. 미디어마다 주력 매체가 있고 매체를 다루는 기술도 다르기 때문에 내가 운영하는 여러개의 미디어에는 서로 다른 글과 이미지들을 올린다. 하나둘씩 늘리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생각보다 많아져서 1인 미디어 전용 브라우저로 네이버 웨일을 사용하고 있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미디어를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vavobox
싸이월드 유저들이 점점 페이스북으로 넘어가던 시기에 나 역시 떠밀리듯이 넘어왔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설정을 조절하는 것은 복잡하고 어렵지만 실시간으로 나의 생각을 타인과 공유하기 위해서는 페이스북이 가장 좋은 매체인 것 같다. 처음 사용할 때는 소소한 개인 일상을 공유하는데 초점을 두었다면 지금은 사회적 이슈나 공적 업무에 대한 생각을 지인들과 빠르게 공유하기 위해 주로 이용한다.
소박하고 따뜻한 일상 글을 올리면 좋아요 20-30회는 금방 올라가지만 사회 비판적인 요소의 글을 올리면 좋아요 5회를 받기도 어렵다. 네트워크가 지인 기반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글을 하나 올리고 나서 반응이 제일 빠른 편이다. 트위터는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계정만 살려두기 위해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릴 때마다 자동 글 올리기 설정을 해두었다.
2.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huhsil/
인스타그램은 정사각형 이미지 공유 서비스로 처음 시작한 모바일 전용 서비스다. 컴퓨터로도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지만 글 올리기는 할 수 없고 인터페이스도 모바일에 특화되어 있어서 나도 이 목적에 맞는 이미지만 올리고 있다.
초기에는 정사각형 이미지만 올릴 수 있었지만 몇 년 전 다양한 사이즈의 사진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나는 초기부터 지금까지 패턴화 된 정사각형 이미지만 올리고 있다.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인물을 찍든, 풍경을 찍든 일정한 패턴이나 시선이 담긴 사진들을 주로 찍는다. 정사각형 프레임에 어울리지 않는 사진은 티스토리에, 어울리는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3. 티스토리 https://vavobox.tistory.com/
티스토리 블로그는 다음 카페 '본질찾기' 카페의 3.0 버전이다. 2.0은 싸이월드 클럽이다. 처음에는 블로그 제목을 'ESSNTIA'라고 지었다가 올리는 글 대부분이 생활글이어서 2년 전쯤 '오타의 일기'라는 소박한 제목으로 변경했다. 새로운 별명을 '오타'로 지은 것은 내 블로그 글에 오타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오타도 글을 쓰는 순간의 나라고 생각해서 내용이 왜곡되는 것이 아니라면 수정하지 않는다. 온라인 글을 쓰는 입장에서 멍청한 짓이지만 아직은 이 방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블로그에는 제품 리뷰부터 맛집 리뷰, 교육 이야기, 강연 소개, 기계 수리, 공연 비평, 사진 등 온갖 주제의 글을 올린다. 글을 올리는 횟수는 많지 않지만 내 베이스캠프가 되는 미디어다.
4. 브런치 https://brunch.co.kr/@huhsil
브런치 서비스가 오픈하고 나서 처음에는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작가 수준의 필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글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서비스 방향이 마음에 들어 작년 말에 작가 신청을 했다. 며칠 후 바로 작가 선정 안내글이 왔고 실험 삼아 4개 정도의 글을 올리면서 서비스 사용 방법을 익혔다.
올해 꾸준히 글을 올리려고 했는데 개인적인 어려움이 겹치면서 길게 고민하고 써야 하는 브런치에 집중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가볍게 글을 올릴 수 있는 네이버 블로그와 지식인에만 글을 올렸다. 그 동안 킵 해둔 소재가 100여 개가 되기 때문에 현재 하는 일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천천히 글을 올려보려고 한다.
6. 네이버 지식인 https://vo.la/w8oE
4년 전 내가 일하고 있는 대안학교의 신입생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학교 홍보를 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어느새 취미가 되어버린 서비스다. 질문에 답하면 질문 채택수와 내공에 따라 등급이 올라간다. 누군가에게 롤이나 오버워치가 최고의 게임이라면 나에게는 지식인이 최고의 게임이다. 그만큼 재밌다. 한 달 전에는 그토록 바라전 신 등급이 되었다. 어릴 때부터 신이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이렇게라도 해보니 느낌이 묘했다.
대안교육 분야에서는 랭킹 1위이고 그 외 인터넷, 스마트폰, 청소수리, 노트북, 진로 고민 등의 질문에 주로 답하고 있다. 100개의 답글을 달면 한 두 명으로부터 감사의 말을 듣는데 생각보다 기분이 좋다. 10년 후 절대신이 되는 것이 목표다. (위 인터넷 링크는 링크관리서비스 '보라'로 줄인 주소이니 안심하고 클릭해도 된다)
5. 네이버 블로그 https://gochioo.blog.me/
철저하게 수익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성 글을 쓰는 것이 나에게 가능할까 궁금함이 생겨서 올해 초 방치된 네이버 블로그를 개편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쿠팡 파트너스를 신청해서 내가 직접 사용해 본 제품 리뷰를 올리고 있다. 함께 올린 쿠팡 링크로 통해 누군가가 물건을 구입하면 나에게 구입한 물건의 3%의 수익이 발생한다. 현재 90여 개의 리뷰가 올라가 있고 네이버의 검색 파워 덕분에 티스토리 블로그보다 하루 조회수가 더 높다.
내가 하나의 포스팅에 머물러 있는 시간을 참고해서 90초 안에 읽을 수 있는 빠른 리뷰 콘텐츠를 목표로 했다. 직접 사용해 본 제품에 대한 리뷰만 올리기 때문에 포스팅 수가 많지 않아서 수익은 많지 않다. 한 달에 평균 2만 원 정도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공유하는 목적으로도 글을 쓰지만 개인 일기장 용도로 글을 쓰는 곳도 있다. 처음에는 모바일 전용 앱인 데이그램을 사용했는데 정기적으로 백업을 해두지 않았다가 한 번 폰을 잃어버린 후 몇 년간 작성한 일기가 모두 사라진 적이 있다. 그 이후로 클라우드 기반의 앱을 찾아보았고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서 가끔씩 일기를 쓰고 있다.
내년에는 그 동안 만들었던 수업 교안 공유 및 교육환경에 대한 글을 목적으로 네이버 포스트를 운영해볼까 고민 중이다. 2014년 포스트 작가 선정이 된 이후 글을 써보려고 했는데 그 당시에는 포스트에 글을 쓰는 방식이 나랑 맞지 않아서 이후로 방치해두고 있었는다. 하지만 최근 네이버의 블로그 서비스 개편 방향을 보면서 다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1인 미디어를 이용하는 방법은 각각의 미디어에 가장 어울리는 글과 이미지를 올리는 것이다. 앞으로 수많은 미디어가 사라지고 생겨나기를 반복하겠지만 내가 미디어를 이용하는 이 방향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언젠가는 책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 나의 이름이 새겨진 책이 발행이 된다면 정말 행복하겠지. 그때까지는 잘 쓰든 못 쓰든 꾸준하게 글을 써야겠다.
+ 2020.02.02
10여 년간 대안학교에서 교육활동을 해 온 자료들을 무료로 공유하기 위해서 네이버 포스트를 리뉴얼했다. 아직 많은 자료가 올라간 것은 아니지만 좋은 교육에 뜻을 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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