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좋은 4G WiFi 라우터, ZMI MF885

2013년부터 대략 6년 동안 5,500원에 30기가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와이브로 에그를 사용했다. 2년 전 와이브로 서비스를 종료하기 위해 KT에서 LTE로 갈아타면 동일한 요금제로 2년을 사용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했고 어차피 와이브로는 사장될 서비스라는 것을 알았기에 큰 고민 없이 갈아탔다. 

정든 와이브로와 이별, 그리고 아이언에그 입양기

LTE 에그로 변경한 후 몇 번 사용해보고 개인 사정으로 당분간 집에서 인터넷 사용이 어려웠던 동료 선생님에게 한 달 정도 에그를 빌려줬다. 그런데 한 달 후 돌아온 에그의 상태가 거의 몇 년 쓴 것 같은 비주얼이라 이유를 물어보니 아이가 아이언맨 불빛이 신기해서 가져 놀다가 자주 던진 것 같다고 했다. 미안해하며 새 것으로 구입해주겠다고 했지만 새 기계 가격이 십만 원 중반 대라 선뜻 물어달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그냥 쓰겠다고 했지만 그 이후로 에그 속도가 제대로 나지 않아서 사실상 거의 방치 상태로 제대로 쓰지 못했다.

기계 문제인 것 같아 작년 말에 단말기를 교체하기로 했다. 대안이 많지 않아서 보조배터리로도 사용할 수 있고 가성비도 좋다고 잘 알려진 ZMI의 MF885를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구입했다. 마침 할인이 적용되는 기간이라 대략 6만원에 구입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핸드폰처럼 유심만 교체하면 바로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알리에서 만원 넘게 구매해 본 적은 처음이라 돈을 날릴까봐 걱정했는데 5만 원 이상의 제품이라 그런지 2주 안에 빠르게(?) 배송이 되었다. 샤오미 자회사답게 샤오미의 디자인 정체성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어서 제품 포장보다 마감까지 전반적으로 깔끔한 느낌을 받았다. 구성품은 라우터 단말기와 유심핀, 설명서가 전부다.

충전은 C타입이 아니라 5핀잭을 지원한다. 나는 사용하는 데 있어서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 제품을 구입한 많은 분들이 이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C타입을 지원했으면 좀 더 좋았겠지만 5핀잭이 단말기에 장착되어 있고 사용이 간편해서 불편한 점은 별로 없다. 하지만 몇몇 분들의 후기를 보면 구성품으로 있는 5핀잭이 잘 고장이 난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다. 

배터리가 10,000mAh인 점은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며칠간 사용해도 배터리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하루 1-2시간 사용한다고 했을 때 일주일 이상은 거뜬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LTE 에그를 바로 옮겼을 때 처음에는 녹색불이 나와서 되는 줄 알았는데 10초 후에 와이파이 등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서 연결이 되지 않았다. 설정 사이트에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와이파이는 작동하는데 데이터를 불러들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에그 유심 변경에 대해 검색을 통해 이것저것 알아봤지만 제대로 올라온 글도 없고 변경에 성공한 글도 없었다. 결국 KT플라자에 직접 방문해서 물어보니 해당 유심은 이 기계에서만 작동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상담사들도 에그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여기저기 전화를 해 본 후 대답해 준 것을 보면 KT에서 에그는 버리는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분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방치하다가 검색을 통해 에그용 유심은 호환이 안되지만 핸드폰용으로 개통된 데이터 유심은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올해 초 통신사를 KT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하면서 데이터 쉐어링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생겼다. 핸드폰 통신사를 옮기면서 5,500원에 30기가 데이터를 사용하는 프로모션이 자동 종료가 된 것이다. 요금은 11,000원으로 오르고 데이터는 10기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에그를 중고로 판매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 변경이 된 것을 모른 상태에서 요금제를 중고로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고 구매자분에게 KT플라자에서 만나 명의 변경을 진행했는데 변경이 다 된 후 집에 가는 길에 잘못된 사실을 알고 다시 만나 나에게로 명의 변경했다.

구매자분이 잘 이해해주셔서 공기계만 팔 수 있었지만 전화와 직접 방문을 통해 명의 변경 과정에 대해 세세하게 질문을 해도 요금제가 변경이 되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좀 놀랐다. 대리점이든 직영점이든 플라자센터이든 일반적인 스마트폰 관련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일이었다.

'KT' 3G 무제한에서 'KT M 모바일' LTE 무제한으로 셀프 번호이동하기

KT M 모바일에서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쓰는 사람에게 무료로 데이터 쉐어링을 제공한다. 이 유심도 되지 않으면 라우터기를 중고로 팔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우선 선불 유심을 구매했다. 선불 유심을 구입 후 자회선 데이터 쉐어링을 신청할 경우 셀프 개통을 하는 과정에 배송 요청 사항 또는 추가 메모 사항에 유심 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유심 개통을 확인하고 유심을 핸드폰에 넣으면 개통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문자 수신과 데이터만 가능한 쉐어링이지만 문자 수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번호 하나가 추가로 주어지는데 필요하다면 이 번호로 카카오톡이나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유심을 라우터기에 넣고 전원을 넣으니 제대로 작동했다. 사이트 설정에 가면 와이파이 이름과 비번을 바꿀 수 있지만 어딘가 부실한 사이트 UI를 보고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름과 비번이 심플해서 그대로 사용해도 불편한 점이 별로 없다. 부산 여행을 다녀오면서 KTX 안에서 태블릿으로 넷플릭스를 보는 데 사용해봤는데 끊김 없이 잘 사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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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구입부터 유심을 교체하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국내에서 대리점을 통해 구입하는 통신 서비스라면 하루 이틀만에 금방 처리할 수 있겠지만 가성비를 고민하며 괜찮은 제품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아는 사람이 없어서 결국 발품을 팔아야 한다. 다소 고생은 했지만 지금은 잘 사용하고 있어서 전반적으로 만족하는 편이다.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주파수를 지원하기 때문에 해외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필수 아이템으로 하나 정도는 구입하는 것도 좋다. 나처럼 디바이스가 많아서 라우터기가 필요한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MF885 구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