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3번째 수업이다. 처음에는 도시농업이라는 분야가 낯설게 다가왔는데 3번째 수업을 하다 보니 어느새 땅과 식물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집에 가면 몸이 뻐근한데 농사를 하다가 집에 가서 샤워를 하면 몸이 매우 개운하다. 아직 인간의 유전자 속에는 앉아서 하는 노동보다 서서 하는 노동이 더 익숙한 것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 수업으로 조별 나눔 수업을 진행했다. 조별로 정해진 텃밭에 작물을 심고 깻묵 퇴비를 만드는 것이 오늘 수업의 핵심 내용이었다. 쪽파의 새순 부분과 디스크 부분을 다듬고 상추 모종과 갓, 열무, 무의 씨앗을 받은 다음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먼저 점심을 먹었다.
무더위는 아니지만 근처에 그늘이 하나도 없는 텃밭이라서 작업하는 내내 더위 때문에 조금 힘들었다. 제일 먼저 붕소를 밭 전체에 뿌린 후 조원들끼리 논의해서 작물들의 양을 조절한 다음 다음 주에 배추를 심을 공간만 남겨두고 모든 작물을 심었다. 올해 김장을 해보려고 하는데 내가 키운 배추로 직접 담그면 더 맛있을 것 같다. 수업을 해주시는 선생님 말로는 작물을 한 번도 수확하지 않은 텃밭이라서 이번에 키운 배추는 미네랄이 풍부해 매우 맛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작물을 모두 심고 실내로 들어와 퇴비의 기능에 대해 이론 강의를 들었다. 수업을 해주시는 정창섭 교수님은 국내에서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 몇 안 되는 교수님이라고 한다. 경험에 근거한 적절한 비유와 열정적인 설명 덕분에 수업을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다.
오늘 교수님께 배운 것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식물에게 최고의 거름은 'C, H, O'라는 것이다. 즉 탄소, 수소, 산소인데 공기 중에 드글드글하게 많기 때문에 모든 식물은 환기를 잘 시켜주기만 해도 거름이 풍부하게 주는 것과 같다고 한다.
이론 수업이 끝나고 조원들과 함께 바로 깻묵 퇴비를 만들었다. 퇴비 만드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말통에 깻묵을 1/3 정도 채우고 근처 풀숲에서 유산균이 매우 많은 부엽을 한 주먹 넣어준 후 물을 채우면 끝난다.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놔두면 좋은 거름이 된다.
같은 조원 중에 오랜 기간 농사를 지으신 농부님이 계시는데 이렇게 만든 퇴비는 실제로 식물에게 매우 좋고 판매하는 곳도 따로 없기 때문에 직접 만들지 않는 이상 구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
벌써부터 다 자란 배추와 무, 갓으로 김치를 담궈 먹을 생각을 하니 매우 신난다. 수확을 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열심히 키워서 맛있게 먹을 예정이다. 무럭무럭 자라라!
'마을과경제 > 공동체네트워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촌을 기다리며 | 도시농업관리사 양성과정 (05) 본초학+한방발효 (2) | 2020.09.02 |
---|---|
귀촌을 기다리며 | 도시농업관리사 양성과정 (04) 도시농업과 노인+잡초의 이해와 활용 (feat. ZOOM 수업) (2) | 2020.08.31 |
귀촌을 기다리며 | 도시농업관리사 양성과정 (02) 자생지에서 배우는 재배의 기초상식 (2) | 2020.08.26 |
춘천 커먼즈필드 | 소통협력공간 '춘천사회혁신파크'를 다녀왔습니다. (2) | 2020.08.18 |
귀촌을 기다리며 | 도시농업관리사 양성과정 첫수업 후기 (0) | 2020.08.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