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의왕시 내손2동은 얼마 전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이 되면서 올해 12월이면 공사가 들어간다. 현재 가구역과 나구역만 재개발이 취소되어 새로운 빌라가 들어오고 있고 다구역과 라구역은 8월까지 집을 비워야 되면서 현재는 거의 사람이 없는 공간이 되었다.
내손동에는 과거 동부시장이라는 제법 큰 전통시장이 있었다. 좋은 먹거리들이 많아서 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었는데 인근 지역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대형 마트들이 등장하면서 하나둘씩 가게들이 사라져 갔다고 한다. 그리고 재개발이 확정이 되면서 그나마 남아 있는 동네 맛집들이 현재 거의 다 사라졌다.
하지만 재가발 구역이 취소된 가지역과 나 지역에는 아직 동네 맛집들이 운영되고 있다. 재개발과 코로나로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장사가 잘 되는 것을 보면 맛집들은 어느 조건에서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
'욜로와'는 내손2동에 위치한 동네의 숨은 맛집이다. 간판에 속초 오마니 젓갈 경기 총판이라고 쓰여 있어서 처음에는 반찬 가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네 어르신들이 저녁만 되면 가게 안에서 즐겁게 술자리를 하는 것을 보고 실내포차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마니 젓갈을 검색하니까 바로 온라인 구매 사이트가 나왔다. 욜로와에서 아직 많은 메뉴를 먹은 것은 아니지만 메뉴와 같이 나오는 젓갈들의 맛이 매우 좋은 것을 보면 젓갈이 먹고 싶을 때 이 곳을 이용해도 좋을 것 같다.
벽에 걸린 메뉴판을 보고 완전 맛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그날 구입하는 식재료를 바로 요리에 사용하기 때문에 메뉴판의 음식이 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의 메뉴는 매번 바뀐다고 한다. 내가 갔을 때는 바지락이 신선하다고 해서 바지락탕을 주문했다. 개인적으로 칠면조야채와 젓갈모듬쌈이 굉장히 궁금하다. 다음에 갈 때 꼭 먹어볼 생각이다.
저녁 시간이었지만 내가 갔을 때는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최근에 코로나가 다시 확산이 되면서 손님이 더 줄어들었다고 한다. 우리가 거의 다 먹었을 때쯤 한 팀이 들어왔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주인 아주머니가 최대한 멀리 자리를 배치하셨다.
제일 처음 오이와 오이맛고추, 쌈장을 주셨는데 쌈장은 젓갈과 적절하게 섞은 것인지 맛있는 젓갈맛이 났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기본으로 주시는 쌈장에도 맛있는 젓갈이 들어간 것을 보고 메인 메뉴를 먹기 전부터 감동을 받았다.
저녁을 먹기 전이라고 하니까 계란 후라이에 명란젓을 열무김치를 반찬으로 내어주셨다. 밥 한 숟갈에 계란을 올리고 잘 버무린 명란젓이랑 함께 먹으라고 해서 그대로 먹어봤는데 정말 맛이 좋았다. 젓갈 자체도 맛이 좋지만 주인아주머니의 음식 솜씨가 수준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젓갈쌈장과 명란젓에 큰 감동을 받았지만 메인 메뉴인 바지락탕을 먹고 나서는 그냥 이 가게의 팬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 음식 솜씨면 어디에 가서도 맛집으로 소문날 정도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맛있는 가게를 지금 알게 돼서 좀 아쉬웠다. 앞으로는 자주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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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로와가 있는 곳에는 바로 옆집에 소머리국밥집과 투다리가 있는데 모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네 맛집이다. 투다리는 상호만 투다리지 그냥 사장님의 개인 가게처럼 개성이 있는 곳이고 소머리국밥집은 할머니가 장사를 하시는 곳인데 진한 국물이 일품이다. 모두들 외부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동네 사람들에게는 인심 좋고 음식 맛이 좋은 곳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재개발이 확정되면서 이곳만큼 맛있는 동네 맛집 가게들이 거의 다 사라졌다. 동네 문화가 살아 있어서 이 곳으로 이사를 온 것이었는데 개인적으로 매우 아쉽다. 재개발이 되서 좋은 아파트들이 많이 들어오면 거리는 깨끗해지겠지만 그만큼 사람 사는 정취는 사라지지 않을까. 내가 아는 동네 맛집들이 오래오래 재미있게 장사를 계속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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